한국형 당뇨병 맞춤치료법 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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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당뇨병 맞춤치료법 정립
  • 박해성
  • 승인 2008.11.1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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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갑범 박사, 당뇨 여섯가지 치료법으로 개별 치료
한국인에게 맞는 당뇨병 맞춤치료법이 정립됐다.

김대중 대통령의 주치의를 지낸 허갑범 박사(허내과 의원장)가 한국형 당뇨병에 대한 맞춤치료법을 정립, 국제학술지에 발표하는 한편 최근 열린 대한당뇨병학회 창립 40주년 기념학술강연회를 통해 이를 소개했다.

20여 년 전부터 국제적으로 혈당농도에 따라 치료법을 선택하는 단계별 당뇨병치료지침이 일부 시행되어 왔고, 2006년 미국과 유럽 당뇨병학회에서 새로운 단계별 치료지침이 소개됐다.

1단계로 식사와 운동요법에 인슐린의 기능을 강화하는 약물(글루코파지)을 투여해 만약 혈당이 정상화되지 않는 경우 단계별로 인슐린이나 다른 약물을 투입한 것.

허갑범 박사는 이 같은 단계별 치료지침을 바탕으로 혈당치가 기준이 아닌, 췌장에서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되는지(1등급), 분비된 인슐린이 제대로 작용을 하는지(2등급)를 평가해 등급별로 여섯 가지 치료법을 적용, 개별적인 치료를 하는 한국인에게 맞는 당뇨병치료지침을 개발했다.

당뇨병은 혈당조절인자인 인슐린을 생산하는 췌장에 이상이 있어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1형 당뇨병(소아형)과 복부비만 때문에 인슐린이 분비되어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2형 당뇨병(성인형), 두 가지로 나뉜다.

회사 중견간부인 K씨(54세)는 2년 전 당뇨병진단을 받고 내복약으로 치료를 하다가 1년 전에 공복혈당이 정상보다 2배가 높은 250㎎/㎗로 나타나 의사의 처방에 따라 인슐린주사를 맞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슐린용량을 높여도 혈당이 떨어지지 않자 허내과를 방문했다.

K씨는 내원당시 비만지수 30으로 전신적으로 비만했으며 허리둘레는 100㎝로 복부비만이 있었고 혈압도 높았다. 혈액검사에서는 중성지방이 증가하고 양성콜레스테롤이 감소하며 이상지혈증이 있는 등 대사증후군의 5가지 요소를 다 가지고 있었다.

검사결과 인슐린은 잘 분비되고 있었으나 혈당을 낮추는 기능이 떨어져 고용량의 인슐린주사를 맞아도 혈당은 떨어지지 않았다. 만일 이 환자에게 고용량의 인슐린을 주사하는 치료를 계속하면 복부비만은 더욱 악화되어 중풍, 심근경색증 등 심혈관 합병증의 위험성이 다른 사람에 비해 5~10배 증가하게 된다.

이처럼 대표적인 대사증후군에 의한 당뇨병환자인 K씨의 치료를 위해 허 박사는 이후 인슐린 투여를 중지하고 식사와 운동요법을 시키면서 인슐린기능촉진제를 투여한 결과 3개월 만에 공복혈당이 120㎎/㎗로 정상화됐으며, 고혈압과 이상지혈증 및 복부비만도 현저히 개선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한편 허갑범 박사의 제자인 연세의대 이현철, 최성희 교수와 허내과 최영주 부원장은 193명의 당뇨병환자를 두 군으로 나누어 108명은 위의 인슐린 분비정도에 따른 맞춤치료를 시행하고 나머지 85명은 기존의 치료지침에 따른 치료를 하면서 1년간을 지낸 결과, 맞춤치료를 시행한 군에서는 공복혈당 및 식후혈당이 현저하게 감소했으나 대조군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음을 밝혀냈다.

특히 혈당조절목표치인 당화혈색소 7%미만에 도달한 환자의 경우 맞춤치료에서는 43%로 나타났으나 대조군에서는 25%에 불과해 맞춤치료법의 효용성을 입증하고, 이 결과를 논문으로 작성해 지난달 영국에서 발간되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임상내분비학회지인 ‘Clinical Endocrinology’에 게재했다.

허갑범 박사는 “당뇨병은 혈당조절의 필수요소인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인슐린이 그 기능을 못해서 일어나는 병이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인슐린을 투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당뇨병을 치료하고 있는 의사들의 주의를 환기하는 한편 환자들도 잘못된 상식만을 가지고 치료에 임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서양인의 경우는 1형 당뇨병이 10%내외이고 90%는 2형으로 분류되는데 비해 한국인은 1형이 1~2%정도이고 2형이 85%, 나머지는 1형도, 2형도 아닌 중간형(1.5형)으로 분류된다.

2형 당뇨병에서 서양인들은 대부분 전신적인 비만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30~40%에서만 전신적인 비만을 나타내고 10%내외에서는 저체중을 보이기도 한다. 대부분(60~70%)이 마르거나 정상체형이면서 배만 불뚝 나온 복부비만(내장형비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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