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종 외래 축소한 만큼 보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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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종 외래 축소한 만큼 보상한다
  • 최관식 기자
  • 승인 2024.01.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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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규 국장 “무한경쟁 불구 쏠림 해소 네트워크 협력체계 구축 가능성 타진”
중증진료체계강화 시범사업, 경증 줄이란 의미 아니라 외래 규모 축소가 목표
이중규 건강보험정책국장
이중규 건강보험정책국장

“상급종합병원이 외래를 축소한 만큼 보상하겠습니다.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의 취지는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와 입원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의뢰 받은 중증환자 가운데 어느 정도 컨트롤된 환자는 2차병원으로 내려보내라는 취지입니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1월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 추진계획을 보고한 직후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를 갖고 이 사업의 취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시범사업은 상급종합병원(이하 상종)이 중증도가 낮은 환자는 지역으로 회송하고, 중증·고난도 환자에 대해 적시에 더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 의료기관과 협력을 강화할수록 성과평가를 통해 기관 단위로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국장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외래는 경영상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이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땐 생각보다 저항이 컸다”며 “일부 상종은 관심을 많이 갖고 병원이 외래보다는 입원중심으로, 그리고 중증 진료와 연구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줬지만 (그 기조가) 무한히 가능하겠느냐는 관점도 있었다”고 그간의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실제로 어떻게 외래 환자를 감소시킬지, 보상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등을 설계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2021년에 들어서면서 병원들에 시범사업 리스크 등을 설명하고 관심있는 병원을 우선순위 대상자로 선정했다”며 “그런 경험을 기반으로 계획을 세웠지만 전문가 위원들 중에서도 문제 제기가 나왔고, 오늘 건정심에서도 상급종합병원이 외래를 줄이고 중증 중심으로 가는 것은 윤리적으로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인데 왜 돈을 주고 추진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이중규 국장은 “정부는 의료전달체계가 잘 작동하려면 결국 유기적인 연계가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아직 네트워크에 대한 경험이 없고 (병원들이) 각자도생해 왔다”며 “이는 제도적으로 정부가 그렇게 만들어 놓은 측면도 있지만 상종끼리는 물론 상종과 종병도 무한경쟁을 하고 수도권 쏠림이나 일부 병원으로의 쏠림과 같은 문제로 이어지니까 적어도 한 네트워크 안에서 협력체계라는 걸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보자는 게 이번 시범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건정심 위원들 중에서도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네트워크를 어떻게 구현할 것이냐는 (의구심을 제기한 분도) 있었다”며 “또 외래를 줄인 만큼 비용을 보전해주는 형태이기 때문에 건보가 돈을 더 쓰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환자가 병원을 마음대로 선택하더라도 이를 컨트롤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이번 시범사업은 제도적인 여건 하에서 신뢰를 갖고 협력기관에 환자를 의뢰하고 환자정보도 적극적으로 제공해서 그 환자가 다시 상종으로 오지 않고 2차 병원에서 본인의 자료가 상종에 있는 기존 담당 교수에게 공유되고, 또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패스트트랙으로 상종에 갈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마련돼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환자 입장에서 (굳이 다른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므로 비용 측면에서도 돈을 더 쓰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중규 국장은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된 병원이 삼성서울병원과 인하대병원, 그리고 울산대병원이다. 울산대병원(을 예로 들면) 울산 지역 환자들을 지역 내에서 케어하는 지역완결의료와 같다”며 “환자가 필요할 때 가까운 병원을 다니다가 큰 병원을 가야할 때 서울로 가는 게 아니라 그 지역 안에서 책임질 수 있는 병원으로 울산대병원이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시범사업은 첫 해에 외래를 5% 감축하고, 그 다음해에 10%, 그리고 3년차에 15%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일부 병원은 처음부터 아예 15% 감축해서 3년을 유지하겠다는 경우도 있다고 이 국장은 전했다.

그는 “반대하는 분들은 이걸 우리가 왜 퍼줘야 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역으로 상급종합병원을 운영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외래를 줄일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며 “제도적 검토가 우선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지금까지 환자 본인부담 확대, 상종 경증 100대 질환 선정, 1차의료 강화 시범사업 등 제도적으로 여러 가지를 시행해왔지만 신통치 않았고 필수의료 지역완결형의료를 하려면 결국은 네트워크가 필요한데 우리는 경험해본 적이 없어 이 시범사업을 통해 무한경쟁에 있는 의료기관 관계를 협력적으로 만들어보자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외래 축소는 단순히 경증환자만이 대상이 아니라 암 환자 등 중증환자라 하더라도 발병 5년이 지난 경우 등 굳이 상종에서 관리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 2차 병원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주도하는 상종이 정보 공유는 물론 의료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교육도 해야 할 것이라는 게 복지부의 입장이다.

이중규 국장은 또 “외래는 계속 늘리는 게 모든 상급종합병원들의 목표일텐데 상종 지정 기준에 중증의 비율은 반영되지만 볼륨, 즉 환자수 증가를 얘기하지는 않는다”며 “상종 지정할 때 전년 대비 외래 진료비 비중 증가 등에 대한 기준이 없는데 쏠림을 진정하게 해결하려면 그 숫자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중증환자의 비율을 높이더라도 분모가 되는 환자수 자체가 늘어난다면 중증환자 비율을 높이더라도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그는 “하지만 그렇게 하면 난리가 날 것”이라며 “중증 비율을 높이라고 하는 것까지는 병원들이 따라오겠지만 전년 대비 환자를 적게 보라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중규 국장은 “이 사업은 중증을 많이 보라는 관점이 아니라 외래 볼륨 자체를 줄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즉, 이 사업은 경증과 중증 비중과 관계없이 볼륨 자체를 줄이기 위한 정책이라는 설명이다.

3개 병원이 목표를 모두 충족했을 때 소요되는 예산은 연간 900억원 규모다. 첫해 달성률이 2.5%로 목표의 50%라면 450억원이 소요된다는 의미다. 시범사업기간 4년 동안 달성률을 모두 충족했을 때 최대 소요예산은 3,600억원이다. 이는 상종의 하루 평균 외래환자 규모 1만명에서 5%를 줄여 500명이 감소했다고 가정했을 때 그 정도 규모의 예산이 소요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병원 규모에 따라 보전 비용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

이중규 국장은 “우리나라는 단일보험인 데다 환자가 마음대로 병원을 선택할 수 있지만 외국의 경우, 특히 미국은 자신의 보험종류에 따라 갈 수 있는 병원이 정해져 있어 네트워크가 가능하다”며 “우리나라에서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면 병원 간에도 협력을 해야 되고 환자도 협조를 해줘야 된다. 그러자면 환자가 (네트워크 내의) 병원을 믿을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하며 (그런 관점에서) 이 네트워크 사업은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중규 국장은 필수의료 분야 저평가된 수가를 인상하는 정책과 의료전달체계에 방점을 둔 이번 시범사업은 완전히 결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즉, 저평가된 수가를 올린다고 해서 환자 쏠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필수의료 분야 유지에는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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