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C특집]패널토의2-병원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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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C특집]패널토의2-병원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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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1.1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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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패널 : 조병희 서울대 보건대학원장

    이철희 분당서울대병원장

    선승훈 대전선병원 의료원장

    윤상철 갈렙앤컴퍼니 대표

■ 메르스 사태

이철희 병원장 - 메르스 사태 이후 병원경영의 변화 방향을 예상하면 전체적으로 투명성이 올라가야 할 것이라고 본다. 정보공개와 정보공유는 곧 투명성의 문제다.

병원 내·외부에서 해결되지 않는 많은 문제가 있다. 환자안전 문제, 응급실 과밀화,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집중 등이 메르스 사태에서 얻은 교훈인 것처럼 정보가 투명화되면 사회적인 합의에 의해 대책이 나올 수 있다. 문제해결의 단초가 마련되면 의료계에 대한 신뢰도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의료기관이 오는 환자 치료에만 국한되지 말고 역할이 지금보다 더 확장돼야 한다. 통제되지 않는 환자의 이동과 응급실 과밀로 인해 슈퍼전파자가 나왔다. 보건의료체계가 일류가 되지 않으면 아무리 일류 의료공급체계를 보유하더라도 일류가 될 수 없다. 정부 탓만 하기보다 지자체나 정부 당국의 파트너로서 병원이 주체적으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지난 1년간 우리 병원의 감염환자 숫자를 보면 다른 병원의 6배 정도다. 이는 투명하게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면책해 줘야 다른 병원들도 정직하게 공개할 수 있을 것이다.

윤상철 대표 - 컨설팅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특성화 센터 설립 붐이 일었다. 최근에는 환자경험디자인 등으로 바뀌고 있다. 공개와 투명성 이전에 체크리스트와 가이드라인의 표준화가 늦게 진행되고 있다. 여전히 개인의 경험과 지식에 의존하고 있어 표준화된 절차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 메르스 사태가 이런 부분을 더 촉발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진료프로세스가 많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조병희 원장 - 메르스 사태를 보면서 한국의료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기술 진보를 해왔으나 감염병 관리라는 기초적인 문제에 발목이 잡힌 걸 보면 한국의 병원들이 좀 불균형 성장을 해오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감염관리라든가 환자관리가 가장 기초적인 일이 될텐데 굉장히 서툴게 대응하는 것 같았다. 그 외에는 세계 유수의 병원과 다름없이 질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는 점과 비교하면 불균형한 느낌을 받았다. 그 원인을 생각해보면 병원들이 지향하는 기본가치가 성과중심에 치중돼 있지 않은가? 예를 들어 수가가 낮거나 관심이 부족한 부분은 관리가 잘 안 되고 뒷전에 놓일 수밖에 없는 시장기능적인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 공공성 강화를 통해 시장기능성이 보완돼야 한다.

선승훈 의료원장 - 메르스 전후로 병원에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 감염뿐 아니라 화재나 다른 돌발사고에 대해서도 지켜볼 계기가 됐다.

중환자실 개편했지만 수가를 받지 못한다고 한다. 좋은 생각 갖고 있지만 전혀 정책적으로 뒷받침이 안 된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뒷받침이 안 되면 질적인 성장엔 한계가 있다.

이철희 병원장 - 우선순위가 시장성에 치우치고 공공성은 뒤처졌다는 지적은 옳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환자안전에 투자를 많이 해야 되겠다는 병원이 많지만 경영 측면에서는 굉장히 부담이 커졌다. 교과서적인 얘기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 기초적인 부분에 대해 투자할 여력이 없다. 그러나 일반인들의 인식은 병원계와 다르다.

김철중 - 병원계가 대규모 투자를 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이해하면 되나?

조병희 원장 -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병원계 입장에서는 그런 얘기 할 수 있겠다 생각한다. 전체적인 구도를 보면 정부도 의료를 산업화해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기반을 만들어가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고, 병원계도 내심 바라고 있으나 정치권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여기는 형국이다.

공공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음압병실에 대한 지원, 감염관리에 대한 지원 등을 거시적으로 생각했을 때 민간병원에 대해 감염관리 병상을 지원하는 걸로 해결이 될 거냐?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정부가 지원을 해주는 것에 대해 명분 만들기가 정부 입장에서도 쉽지 않을 것이다. 감염병 관리는 돈이 되는 일이 아니므로 정부가 가진 원칙을 적용하면 전국의 모든 민간병원에 대해 감염관리 대응태세를 갖추게 하기보다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대응태세를 갖추고 민간병원은 보조적인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공과 민간의 분업구조가 이상하게 생겨서 초래되는 구조적 문제라고 생각된다.

이철희 병원장 - 모든 병원에 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국공립병원과 개인병원이 해야 할 일 따로 있다고 본다. 보상 문제에 대해서는 의료전달체계의 경우는 특정 병원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이는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피해자의 입장이 된 병원이 많다. 이에 대해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 많은 생각 필요하다.

체계가 잡혀 있다면 혼란이 최소화될 것이다. 개별 병원의 노력과 병행해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 비급여

윤상철 대표 - 비급여를 줄여나가면서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수익은 보험에서 나오므로 수가구조 개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미리 전략을 잘 짜서 대응하지 않으면 결국 수익이 줄어들 것이다. 장기적인 포트폴리오 전략이 필요하다.

선승훈 의료원장 -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생존이 어렵더라. 그래서 예전에 2개 병동을 줄인 적이 있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서는 줄일 수 있는 것은 줄여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이 기부를 받을 수 있거나 연구지원을 받을 수도 없고, 컨설팅할 수 있는 병원도 많지 않다. 장례식장이나 식당 등의 운영을 통해 생존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기본적인 여건이 개선돼야 한다. 원가보전율이 80%도 안 된다. 결국 수가가 정상화돼야 한다. 나머지는 병원의 특성에 맞춰 나가면 될 것이다.

이철희 병원장 - 환자가 늘수록 적자폭이 커진다. 의료의 보장성 확대는 언젠가 가야할 길이다. 총 의료비 지출을 보면 보험재정이 절반이고, 환자 주머니에서 나가는 게 절반이다. 연간 60조원의 비급여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건가? 병원이 부담할 건가? 거기에 대한 밑그림이 없다. 비급여 수가가 왜 생기고, 선택진료비가 왜 생겼나? 수가가 원가에 못 미친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통해 보전하고 나라 형편이 좋아지면 제값을 주겠다는 얘기 아니었나?

근본 원인은 저수가에 있다. 저수가를 보전하기 위해 비급여를 인정하다 또 이를 없애겠다면 왜곡된 수가구조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너무 급하게 마취하면 환자가 죽듯이 서두르면 병원이 죽는다.

조병희 원장 - 의약분업 당시 병원들 다 망한다고 했는데 거의 안 망했다. 정부가 규제를 해서 수가를 묶으니 편법을 동원해서 살아왔고, 정부도 대충 묵인했다. 중간에 망한 병원이 많이 나왔어야 바로 잡아 질서가 정상화되는 계기가 됐을텐데 한국 경제가 계속 성장하면서 편법이 통했다. 지금 경제성장이 정체되면서 어렵게 됐다. 큰 틀에서의 논의를 통해 질서를 바로 잡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선승훈 의료원장 - 망한 병원이 없다고 하시는데, 이름없이 사라진 병원이 많다. 병원이 어렵다고 할 때 왜 그런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편법을 정상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저수가 저부담이 적정수가 적정부담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윤상철 대표 - 대형병원에 국한된 경험을 토대로 보면 잘 되는 병원과 안 되는 병원의 차이는 리더십에 있는 경우가 많다. 병원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원가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더라. 생명과 직결되니까 많은 것들을 여유있게 쓰고 있더라. 저수가 얘기하기 전에 원가관리 마인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원장의 임기는 2~3년으로 매우 짧다. 적어도 6년에서 10년까지 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존스홉킨스병원도 특별한 과실만 없다면 10년 이상 한다. 롱런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선승훈 의료원장 - 비의사 병원경영인으로서 의료진들에게 정성을 다하는 것이 통솔을 잘 할 수 있는 비결이라 생각한다. 의사들의 인센티브에 대해서는 과도하지 않은 형태의 것이라면 필요하다고 본다.

이철희 병원장 - 선택진료비 없어지면서 기존의 인센티브 폭을 대폭 줄였다.

조병희 원장 - OECD 국가에서 병원수나 병상수가 늘어나는 것은 우리나라 밖에 없다. 블루오션이 아니라고 하는데도 왜 병원이 늘어나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장비 도입 시에도 수익구조에 대해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대충 도입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인력관리 역시 마찬가지다.

이철희 병원장 - 그간 병원경영이 어려웠기 때문에 더 이상 쥐어짤 게 없는 병원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균치 수준을 유지하는 병원 중에서 한계상황에 처한 곳이 많다. 원가개념이 없는 병원이 어디 있겠나?

IT를 가지면 실시간으로 모든 지표가 모니터링 된다. 환자안전과 의료의 질, 경영변화에 대해 즉시 대처할 수 있다. 원가시스템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일을 하는데 원가가 많이 드는 것은 수정해 나갈 수 있다. 이런 점에서는 IT시스템 효율성이 높다.

우리 병원은 중동에 수출한 모델을 다른 지역에 수출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일 년에 몇 개 병원밖엔 못한다. 따라서 클라우드를 이용해 전세계 모든 병원이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진행 중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유전체분석을 잘 할 수 있는 국내 회사들이 많다. 우리가 이들을 모아 어셈블러로서 외국에 수출하면 국내 많은 업체들이 한꺼번에 같이 나갈 수 있다. 클라우드 문제와 관련해 의료법 규제를 풀어야 한다. 담장 안이 클라우드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다만 글로벌시장에서는 무관하다.

보안문제도 개별 병원이 하는 것보다 거대한 클라우드 시스템 내의 보안체계가 더 우수할 것이라 본다.

윤상철 대표 - 메이요클리닉의 의사행정가 파트너십을 많이 배워야 한다고 본다. 의사와 행정가 두 사람이 동의해야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우리나라는 의사가 경영을 더 잘 한다는 경향이 강하다.

선승훈 의료원장 - 그간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업무 외에도 의료진들을 많이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결재과정이 모바일로 바로바로 이뤄진다. 가장 인력이 많은 분야가 간호사다. 수간호사들의 역할이 크다. 외국은 어탠딩 시스템이 아주 잘 돼 있더라. 장비는 공유하고. 우리나라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홍정용 중소병원협회장 - 지금은 무의촌이 아니라 무간촌이 있다. 의료인력 수급이 너무나 어렵다. 공급을 컨트롤하려면 나머지도 컨트롤해야 한다. 고령화시대 되면 의료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 4년 전부터 부르짖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서울까지 포괄간호서비스 확대하면 그나마 남아있던 중소병원은 씨가 마를 것이다.

조병희 원장 - 의료계에서는 의사정원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국제기준에 못 미치므로 의사와 간호사를 더 많이 양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성만 한다고 해서 지역 간 불균형 문제가 쉽사리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의사나 간호사의 인건비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시장원리상 인건비가 계속 올라가는 것은 맞지 않는다. 병원이 어렵다면서 인건비가 올라가는 부분을 어떻게 국민에게 설득할 것인가? 좀 더 솔직한 담론이 마련돼야 한다. 그래도 공급이 안 된다면 간호사 인력을 외국에서 데려오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미국도 비의사 보조인력이 의사들을 도와주며 의사인력 부족을 해결한다.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경직되게 의사인력을 운용하는 측면이 있다.

선승훈 의료원장 - 지금 간호사수 많고 적고를 떠나 굉장히 어려운 업종이다. 많은 간호사가 병원을 떠난다. 간호사 월급이 왜 올라가느냐? 구하기 힘드니까 올라간다. 단선적으로 보지 말고 시야를 넓혀서 보면 우리나라 간호사의 질적 수준이 높아 외국에서 오라는 곳이 많을 것이다. 간호사가 넘쳐난다는 얘길 좀 들어봤으면 좋겠지만 전세계에 그런 곳은 없다. 간호대를 늘리고 간호사를 더 많이 양성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박상근 병협회장 - 의사와 간호사 인건비가 높다고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행복하지 않은 수준일 것이다. 국민들은 보다 향상된 서비스를 바란다. 정부에는 규정이 있다. 시장원리에 의해 현장에서는 임금을 더 줄 수밖에 없다. 관치의료에서 현장을 바라보고 대혁신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향후 더 어려워질 것이다.

홍서유 을지대병원장 - 왜 병원이 망하지 않느냐? 의과대학을 나와서 할 수 있는 일은 99%가 의업이다. 1987년 군의관을 마치고 산부인과 의사로 일할 때는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높았지만 지금은 타 분야와 비교할 때 그리 높지 않다. 의사나 간호사를 채용하면 서울 강남에서 꿈을 이뤄보고 싶어한다. 지역사회에서 전체적인 발전이 이뤄져야 도시 쏠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병원의 순수익을 유지하려면 매출을 얼마나 올려야 할 것인지 생각해 봐달라.

이철희 병원장 - 당국의 추가적인 조치, 병원규모와 지역을 포함해 좋은 조치가 나오길 기대한다. 보장성 확대를 너무 시급하게 추진하다보니 의료현장에선 혼란이 따른다. 이게 불필요한 희생이다. 미래 의료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해 미리 생각해 봐야 한다. 미래 의료는 지금과 많이 다를 것이다. 미래는 건강이라든지 질환관리 주체가 상당부분 의료계 외의 다른 분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애플이나 외부의 기업들이 주도권을 가질 것이다. 의료계가 주도권을 가지려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의료의 산업화 필요하다. 해외의료진출의 경우 각 병원이나 개인이 각자 뛰고 있다. 우리나라 의사 10만명이다. 10%인 1만명이 외국에 진출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먹여 살리지 못한다. 이게 답이 될 수는 없다. 10만명이 다 나가도 국민 못 먹여 살린다. 그렇게 해서는 산업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 8조달러 세계의료시장에서 우리가 어떻게 이를 따먹을 것인지 그랜드플랜이 있어야 한다. 그랜드플랜을 뒷받침할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이는 국가가 해야 한다. 전세계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세계를 개척하는 기업가정신을 가진 리더들이 의료계에도 나와야 한다. 차세대 국민 먹거리 만들어내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해결방안과 지원방안 나오고, 투자할 사람 나오고, 큰 기업가가 나와야 8조달러 시장에서 우리가 차지할 부분이 생길 것이다.

김철중 - 지금까지는 양적인 성장을 했지만 앞으로는 질적인 성장을 해야 할 시기다. 오늘 토론을 통해 당장의 현실은 암울하지만 앞으로 희망은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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