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 팔아 정보 획득할수록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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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품 팔아 정보 획득할수록 '돈'
  • 병원신문
  • 승인 2015.06.1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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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한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 노승한 교수
정보경제학 분야의 학문적 공로를 인정받아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 아커로프(George A. Akerlof, 1940~)는 부동산 시장을 분석함에 있어 주목해야 할 경제학자이다.

그는 정보를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사이의 정보의 비대칭성이 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고, 이를 통해 기존 경제학 이론의 많은 문제점을 보완하였다. 또한, 시장 기능이 갖는 기본적인 결함을 명쾌히 해명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일반적으로 경제학 모델은 완전정보 시장을 가정한다. 예를 들어 제품의 구매자는 언제나 사고자 하는 제품의 질이나 적정 가격 등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제품 판매자와 거래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커로프는 실제 시장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즉 판매자는 구매자보다 제품에 대해 더 많고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으나, 구매자는 제품 정보 파악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처럼 거래 당사자 중 일방이 완벽한 정보를 갖고 있는 반면 나머지는 정보를 갖지 못할 경우를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한다고 한다.

아커로프는 시장에서 공급자와 수요자의 정보가 불균형 할 때, 가격이 재화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 하게 되고,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좋지 않은 재화가 거래 된다고 보았다. 특히 이러한 정보 불균형은 중고시장, 즉 사용되었던 물건이 거래되는 시장에서 더욱 빈번하게 발생한다.

예를 들면 중고차 시장의 경우, 수요자는 재화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체널이 자가 점검, 자동차 딜러와의 의사소통, 그리고 가격 등 매우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잠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이력, 작은 부품 결함과 같은 문제들을 소비자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으며 이러한 정보 비대칭에 문제가 발생하면 윤리적이지 않은 공급자는 소비자를 속이고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것이다.

그런데 소비자는 중고차 시장의 정보 불균형을 인지하고 있으므로 구매 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하여 염려하게 된다.

이러한 잠재적인 문제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소비자는 공급자가 요구하는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 즉 위험여부를 반영한 가격을 요구할 것이다. 아커로프는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가 지불하게 되는 가격은 높은 가치의 상품과 가장 낮은 가치의 상품의 중간가격으로 결정이 될 것으로 보았다.

이 때 높은 가치의 상품을 가지고 있는 공급자는 더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시장에서 재화를 판매해 손해를 입는 것을 원하지 않게 되므로 시장에 좋은 재화를 내놓지 않게 되고,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좋지 않은 상품만 공급된다.

아커로프는 이러한 상황을 ‘역선택’문제가 발생했다고 표현하였다. 다시 말해 공급자가 시장 가격에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정도의 가치를 가진 상품만이 시장에서 거래 될 것이며, 결과적으로는 시장가격과 거래량이 모두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정보 비대칭은 시장 실패를 야기하는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고, 이러한 문제는 중고차 시장, 노동시장, 그리고 상업용 부동산 시장 등 여러 시장에서 그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다각도로 연구 되어 왔다.

부동산 시장은 부동산 그 자체와 부동산 시장의 본질적인 특징 때문에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시장 실패가 빈번히 발생한다고 여겨진다. 부동산 시장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은 과거 수도권 대량 아파트 미분양과 그로 인해 불거진 문제에도 적용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아파트 분양업자는 자기가 시공한 아파트에 대해서 구입하려는 자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 분양원가부터, 입지와 관련된 교통, 개발계획 등 일반 소비자가 모르는 정보를 갖고 있다. 이들은 아파트 청약자를 모집하면서 정보 비대칭 상황을 이용하여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여러 가지 과장된 광고를 하곤 한다.

미래에 역세권이 된다거나, 주변 상권이 집중된다거나 분양이 거의 끝나간다거나 하는 등의 말들이 그렇다. 그러나 언론에서 보도되었던 바와 같이 분양업자들이 흘린 정보들은 적지 않은 경우 거짓 또는 과장임이 드러나 우리의 주의를 요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이러한 정보 비대칭을 야기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내구성(durability)이다. 부동산은 타 재화와는 다르게, 수십 년 간 향유할 수 있는 재화이다. 부동산의 내구성은 이미 사용한 부동산, 즉 기존 부동산의 비중이 신규 공급되는 부동산에 비하여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사용된 재화에 대한 정보는 새로 공급되는 재화보다, 정보 비대칭도가 높다. 새로 공급되는 부동산의 경우, 공급자나 소비자가 정보를 획득 할 수 있는 방법은 동일하며, 또한, 노화에 의한 잠재적인 위험 발생도도 낮다.

그러나 이미 사용된 재화, 즉 한 번 거주 이력이 있는 부동산의 경우 가격에 반영되지 않을 수 있는 문제점들로 인해 정보 비대칭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도시설파열, 이웃의 소음, 채광의 문제 등은 소비자가 한두 번 방문한다고 하여 쉽게 알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다. 반면 공급자는 장기간 주택에 거주하며 이러한 문제들을 잘 알고 있으므로 이는 정보 비대칭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이질성(heterogeneity)이다. 재화의 가격은 재화의 물리적 특성 뿐 만 아니라, 재화가 가지는 본질적 특성들이 반영되어 결정된다.

특히, 부동산은 부동산의 물리적 속성 뿐 만 아니라, 주변 환경, 입지특성, 기반시설 등 부동산의 가치를 결정짓는 여러 요소들에 의해 그 가격이 결정된다. 즉 물리적으로 동일한 건축물도 여러 다른 속성에 의하여 부동산의 가치는 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가치 요소를 가지는 부동산의 이질적인 정보가 가격에 모두 완전하게 반영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는 가격이외에 부동산에 관한 추가 정보를 획득하기 위하여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부동산과 같이 동질화된 재화가 존재하지 않는 분야일수록 이러한 부분은 더욱 심화된다. 따라서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시장 실패가 빈번히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셋째, 고가성이다. 부동산은 구입과 생산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고가재이다.

공급자는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하여 소비자가 쉽게 찾아 낼 수 없는 부정적인 정보를 묵인하거나 숨기기 쉬운 시장이다. 반면에 개인 소비자에게 부동산 취득이란 가계 경제를 결정짓는 중요한 소비이기 때문에, 의사결정을 타 재화보다 보수적으로 행하게 된다. 이러한 부동산의 특성은 정보비대칭을 심화시켜 부동산 시장의 시장 실패를 야기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상기한 바와 같이 재화와 시장의 본질적 특성으로 인하여 부동산 시장은 정보비대칭 상황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정보비대칭 때문에 우리가 부동산을 거래하고 투자하는 것을 주저할 이유는 없다.

다만 일반 재화와 다른 부동산의 특성을 이해하고 투자를 고려할 때 좀 더 신중하고 많은 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여전히 발품을 많이 팔수록 좋은 물건을 얻을 수 있다는 격언이 유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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