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삭감, 심평원 나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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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비 삭감, 심평원 나빠요
  • 박현
  • 승인 2004.09.20 0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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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감을 위한 삭감이란 비난도
잠시 주춤하던 진료비 삭감률이 2004년 들어서 다시 늘어나는 추세여서 병원들의 경영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진료비 삭감률이 다시 높아진 이유로는 최근 들어 고가재료와 감마나이프 등 고가의료장비가 보험급여 되면서 심사를 강화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지난해까지의 삭감률은 대부분의 대학병원은 1%대 미만이었으며 높은 병원의 경우도 1.5%대로 비교적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2004년 들어서 고가재료와 감마나이프 등 고가의료장비에 대한 보험급여가 이루어지면서 심사가 강화돼 대학병원의 삭감률이 다시 1∼2%대를 넘나들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A대학병원의 경우 지난해 평균 0.76%였던 삭감률이 올해 들어서는 최고 1.56%까지 높아져 매월 2억7천500만원 정도가 삭감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병원의 심사업무 담당자에 따르면 삭감률이 이처럼 높아진 것은 고가재료와 고가의료장비에 대한 보험급여가 시작되면서 심사를 강화하고 있으며 보험급여 심사기준 지침이 없는 가운데 청구를 하면 새로운 심사지침을 기준으로 심사를 하기 때문에 삭감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즉 새로운 심사지침이 없어서 기존 기준에 의해 청구를 하면 몇 달 후에나 바뀐 심사지침이 내려오기 때문에 결국 심사지침이 제대로 통보되기까지의 몇 개월 간은 삭감률이 높아지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또 의사들이 진료를 하면서 행위료나 재료대에 대한 기준이 바뀔 때마다 보험급여 기준에 맞춰 진료를 하려고 노력하지만 삭감이 없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우리 병원의 경우 CI지수(Cost Liness Index·진료비고가도지표=이 지수가 높을 경우 심평원에서 중점관리를 하게되고 반면 낮을 경우에는 병원수입에 나쁜 영향을 줌)가 낮아서 중점관리 대상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삭감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볼 때 다른 병원들의 삭감률은 이 보다 더 높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B대학병원의 경우 현재 삭감률이 1.6%대로 이를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월 1억3천만원 정도여서 경영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병원의 경우 그나마 최근에는 증가세가 둔화돼 다행인 것으로 알려졌다.

C종합병원은 삭감률 가운데 항생제에 대한 삭감률이 특히 높은데 수술건수가 증가할 경우 삭감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달부터 증가추세에 있어 1%대였던 삭감률이 2%대로 두배나 증가했으며 금액으로 따질 경우 월 2천만원 정도여서 병원경영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수술건수에 따라서 삭감률이 높아지고 있으며 심사조정방침을 심사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적용하고 수술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항생제 투여 등의 기준을 1주일까지만 인정하는 등 융통성 없는 기준적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D대학병원은 현재 삭감률이 1∼2% 사이를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재료대(심장수술시 사용하는 스텐트) 등에 대한 삭감이 높아졌다.

이 병원 심사관계자는 “심사는 옛날에 비해 많이 빨라졌으나 전후 사정을 고려해 분석을 한 다음 삭감을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하고 있다”며 “OCS도입 등으로 사전심사를 강화하고 있지만 삭감률을 줄일 수 있는 묘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에는 삭감하지 않았던 것을 이번 달에 새롭게 삭감을 하기 때문에 삭감률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E대학병원의 삭감률은 2003년 6월에 1.93%(월 7천6백26만여원)이었던 것이 2004년 7월에는 1.58%(월 6천2백38만여원)로 약간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평균 1.56%(월 5천7백27만여원)의 삭감률을 보이고 있어서 경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시내 한 전문병원의 원장은 “고가재료대에 대한 삭감과 원외처방 삭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고가재료대에 대한 삭감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며 “재료대에 대해서는 병원측이 한푼의 마진 없이 원가만 받는데도 삭감을 할 경우 수술을 하지 마라는 말밖에 안되는 것 아니냐며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삭감을 하려면 사전에 이러한 재료를 사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든지 아니면 사전에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또 “최근 들어 EDI청구를 하면서 경향심사를 하는 바람에 삭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어떤 약은 100% 삭감 당하는 경우도 있어서 큰 문제”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고가재료대에 대한 삭감의 심각성과 부당성에 대해서 “50만원짜리 수술을 10건을 했어도 5백만원짜리 재료대 한건이 삭감 당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로 대신했다.

병원의 심사담당 관계자들은 이처럼 삭감률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 것과 관련 심사평가원이 심사지침에 따라서 융통성 없이 기계적으로 심사를 하는 점과 업무량의 과중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험재정이 한정돼 있어서 삭감액을 미리 정해놓고 심사를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삭감을 위한 삭감을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갖게 한다며 공평한 심사업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병원 심사업무 담당자들은 “대학병원의 경우 정밀심사가 필요한데도 심사요원의 부족으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심평원이 의사심사담당자수를 늘려서 좀 더 구체적으로 심사를 하고 차트를 보면서 확인심사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들은 또 “삭감률을 낮추기 위해서 심사업무 담당자를 늘리고 사전심사를 강화해 청구를 하고 있으나 삭감률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심사요원의 증가에 따른 인건비 등은 병원의 새로운 경영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병원들은 삭감 당한 건에 대해서 면밀한 분석 및 재심사를 통해서 제외할 것은 제외하고 다시 이의신청을 해도 진료비를 돌려 받는 경우는 50∼60%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박현·hyun@kh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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