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조직이식재 공적 관리체계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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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조직이식재 공적 관리체계 마련 시급
  • 최관식 기자
  • 승인 2012.04.0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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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재는 '상품' 아닌 '선물'이라는 인식 확산과 함께 법 개정 등 통해 수입의존도 낮춰야

“생명윤리의 핵심은 ‘생명을 살리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첨단장비와 인재 육성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혈액원과 같이 조직은행도 공적인 운영을 통해 생명을 살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 판단해 많은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운영해오던 서울성모조직은행 폐쇄를 결정했습니다.”

이동익 가톨릭중앙의료원장 신부는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재)한국인체조직기증재단에 서울성모조직은행을 통합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사)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이사장 박창일·건양대학교 의무부총장, 이하 지원본부) 산하기관으로 2010년 정부로부터 인체조직 전문 구득사업을 위탁받아 설립된 ‘한국인체조직기증원’과 2007년 설립된 국내 최초 비영리 인체조직은행인 ‘대한인체조직은행’이 (재)한국인체조직기증재단(이사장 유명철·경희대 의무부총장, 이하 재단)으로 통합됐다.

가톨릭의대 부속 서울성모병원도 정부의 공적 관리체계 조기정착을 위해 병원 조직은행 중 가장 규모가 큰 서울성모조직은행을 폐쇄하고 정부의 인체조직이식재 구득 시범사업에 공동 참여하기로 했다.

재단은 산하에 서울성모병원, 강동경희대병원, 분당차병원 등 3곳의 조직은행을 운영하며 인체조직 구득사업의 공적 관리체계에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됐다.

이와 관련해 지원본부와 재단 및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은 4월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인체조직이식재의 공적관리 조기 정착에 필요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장기와 혈액, 조혈모, 제대혈 등 다른 인체유래물들은 관련법의 제·개정을 거치며 인간의 존엄성 보장과 기부자들의 선한 뜻을 받들기 위해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공적 관리체계를 갖추고 있으나 인체조직이식재는 2004년 관련법이 제정됐으나 미비한 점이 많아 상품으로 방치되고 있다.

그 결과 낮은 대국민 인지도와 저조한 기증률로 인해 약 78%의 필요한 이식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부가가치세까지 부과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동익 가톨릭중앙의료원장 신부는 이날 간담회에서 서울성모병원 조직은행을 폐쇄하면서까지 이 사업에 동참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서울성모병원은 그간 정부의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도 가톨릭 설립 이념에 따라 인체조직이식재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을 위해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조직은행을 운영해 왔으나 정부의 공적 관리체계 조기 정착을 촉구하기 위해 동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의료원장은 또 “인체조직이식재는 상품이 아니라 선물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과 기증문화 활성화를 위해 기증자 및 유가족에 대한 사회적 예우가 필요하다”며 “정부의 올바른 정책 전환을 촉구함으로써 혈액원과 같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제도로 자리잡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재단은 추모공원 및 온라인 추모관 건립과 유가족 대상 주말캠프 및 추모 콘서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박창일 이사장은 “인간 존엄성 보장과 상업성 배제를 위해 미비한 현 인체조직관련법이 하루 빨리 개정돼 인체조직도 타 인체유래물과 같이 공적관리에 포함돼야만 인체조직기증 활성화와 자급자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유명철 이사장도 “혈액사업의 경우 1970년 관련법 제정을 통해 정부의 예산지원으로 매혈에서 헌혈로 정책 전환이 이뤄지면서 ‘판매’에서 ‘필요한 누군가를 위한 기부’로 개념이 바뀌었다”며 “인체조직이식재 분야도 정부의 예산지원을 통해 지역 조직은행을 점진적으로 설립해 수입을 대체할 수 있는 안전한 이식재를 공급하도록 공적 관리체계 확립이 조기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무상기증한 시신의 상품화를 막고 인체조직 기증 활성화를 위해 병원과 독립된 비영리법인이자 공적 전문구득기관인 재단에 정부가 적절한 지원만 한다면 혈액과 마찬가지로 실비 공급을 통해 ‘상품’이 아닌 ‘선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명의 기증자가 최대 150명의 환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인체조직기증은 사후에 뼈, 연골, 인대, 건, 혈관, 심장판막 등을 조직 손상으로 기능적 장애가 있는 환자의 조직 재건에 사용할 수 있다.

특히 피부는 화상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중요한 이식재이기도 하다.

재단은 공동체의 이타심에 기반한 개인의 희생이자 사회적 보험 성격이 강한 인체조직기증의 활성화를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해 시범 운영 중인 인체조직 전문 공적 구득기관답게 의료계뿐만 아니라 종교, 생명윤리, 언론방송, 법률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참여, 사회가 운영하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

서울성모조직은행장인 정양국 교수(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인체조직이식재는 안전성과 산업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국내에서 필요량을 수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에 이식재 정도관리가 확립된 드문 나라이면서 관련 기술도 상당한 수준에 있어 질이 높고 안전성이 확보된 이식재를 다른 나라에 분배해 줄 수 있도록 관련법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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