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인의 방송국 투자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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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인의 방송국 투자를 보면서
  • 병원신문
  • 승인 2011.01.0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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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김선욱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의료법인이 우리 의료제도에 도입됐다. 의료법인은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도 의료업을 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의료법인을 돈 벌이에만 이용할 것을 염려해 영리를 추구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동시에 만들었다.
때문에 학교법인 같은 타 비영리법인과는 달리 의료법인의 부대사업은 연구나 교육만으로 매우 좁게 허용되어 왔다. 최근에 와서야 의료법인 경영난을 이유로 부대사업의 범위를 장례식장 운영이나 주차장 등으로 확대한 것이 그나마 개선된 것이다.
의료법인의 주 수입원은 환자를 본 진료비 수입이다. 건강보험제도 수가이다 보니, 존립과 운영을 위한 비용을 벌기에도 빠듯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외부에서 자금을 들여오는 것도 비영리법인의 특성상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법인이 확장하는 것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대단히 어렵다. 모 의료법인이 자회사로 의약품 도매회사를 가지고 있다고 국정감사에서 지적되어 왔고, 코스닥에 상장된 주식회사의 실제 주주로 있는 일이 암암리에 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탈법현상이었다.
반면에 행정실무를 보면, 일부 지자체는 의료법인이 분사무소를 내려면 수십 내지는 수백억에 달하는 병원용 부동산을 소유해야 한다는 형식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의료인은 적은 비용으로 병원을 임차해 의료업을 할 수 있음에도 의료법인에 대하여는 병원건물을 사서 운영해야 한다고 역차별을 하는 것이다.

최근 의료법인인 을지병원이 연합뉴스tv에 주주로 투자한 것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법인이 번 돈은 '보통재산'이기 때문에 '기본재산'과는 달리 사용하는 것에 주무관청의 허가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의료법인을 규율하는 의료법에는 어디에도 '재산'이라고만 되어 있지 보통재산과 기본재산을 구별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보통재산이라고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금액의 규모의 크기와 그 사용목적에 따라서는 기본재산의 처분과 같이 주무관청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해석함이 의료법인의 현 법제도적 취지에 합당하다고 본다.

특히 을지병원이 연합뉴스TV에 30억원(4.959%)을 투자키로 한 것을 보면,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의 비영리법인의 5% 이상 투자 페널티 규정을 감안해 투자 상한액이 검토된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이 주식회사 주식의 5%이상을 취득하게 되는 경우 여러 세제상 불이익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의료법에 대하여는 잘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바로 이러한 면이 현행 의료법상의 의료법인 규정이 허술하거나 단속 관청이 자의적 해석을 하는 것을 역이용한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체 의료기관 중 의료법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27% 정도가 된다고 한다(2006년 기준). 개인 의원이나 병원을 제외하면 법인병원 중 절반에 해당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법인을 규율하는 의료법 규정은 4개의 조문에 불과하다. 이러다 보니 의료법인이 법 규정의 사각지대에 놓여 한편으로는 행정청의 고집스런 자의적 해석에 애를 태우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슬아슬한 모험이 감행되는 것이다.
의료법규의 해석이나 입법조치는 여러 각도에서 논의되고 고심된 끝에 결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의료법인 '보통'재산 처분의 자유 관련 행정청의 해석은 의료법인 제도의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기 보다는 종편이라는 사회적 파장이 큰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사태 수습용으로 불가피하게 해석변경이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에 안타까움이 있다.

과거에는 보건복지부가 감독하는 사회복지법인이나 의료법인이 영리회사의 주식을 소유하는 것에 대해 복지부는 비영리법인의 본업 충실과 문어발 확장을 경계한다는 취지에서 해석상 불인정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제는 을지병원의 연합뉴스TV 주주참여라는 매우 우연한 일로 인해 의료법인도 주식투자 등을 통해 영리활동을 해 나가는 것이 허용된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러한 면을 볼 때, 현재 복지부가 반대하는 영리병원 문제 또한 외국과의 다자간 협상이나 FTA 등 우연한 정치적 또는 국익적 목적에 따라 부수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거나 변경되는 일이 충분히 예상된다. 제도에 관한 고민이 없이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입장이 변경되는 것은 선진국적인 제도운영이라고 볼 수 없다.
지금이라도 정치인과 행정관청은 의료공급자의 1/4이상을 담당하는 의료법인에 대해 제도적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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