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료와 신자유주의 : 새로운 대안을 찾아서
상태바
한국의료와 신자유주의 : 새로운 대안을 찾아서
  • 윤종원 기자
  • 승인 2005.04.28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연구실장 이용균

1. 신자유주의의 개념정의

21세기에 들어선 우리 사회를 특징적으로 나타내는 용어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 ‘신자유주의’를 들 수 있다. 1990년대 후반 IMF 구제금융이라는 경제위기 상황 이후 우리 사회에는 기업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 등의 새로운 현상들이 나타났으며, 이것을 두고 많은 사회과학자들은 우리 사회가 신자유주의 사회개혁의 과정 속에 있다고들 표현하고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는 자유무역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두 축으로 하여 세계경제질서를 재편하려는 미국 및 몇몇 선진산업대국들의 행태에 대해서도 신자유주의라는 용어를 붙이고 있다.

이와 같이 사회 곳곳에서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라는 용어는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그 의미가 조금씩 다르며 때로는 개념상의 불일치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혼란이 발생하는 이유는 신자유주의라는 용어가 경제효율성을 최선의 가치로 여기는 자유시장 옹호론자들, 즉 신자유주의의 지지자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러한 경제효율성 지상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의해 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관심과 관점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에 의해 개념과 내용이 규정되었기 때문에 신자유주의는 내적 연관성이 미약한 다양한 주장들의 결합체로 나타나고 있다. 스스로를 ‘신자유주의자’로 자처하면서 신자유주의 사회이론을 체계적이고 명확하게 제시하는 학자들이 없기 때문에 신자유주의의 정체성은 매우 모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정책사조에 특징적인 정책메뉴는 자유화(무역/투자/자본 자유화), 민영화, 복지축소, 규제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이다. 이 정책패키지는 1980년대 영국의 대처수상,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추진한 정책과 일치하며, 신자유주의는 80년대 외채위기 과정에서 IMF가 지원의 조건으로 추진한 라틴아메리카 각국의 개혁프로그램, 90년대 동구, 러시아의 개혁, 97년 외환위기 이후 IMF가 주도하여 추진한 한국 등 아시아 각국의 개혁정책, WTO 의제 등 최근 20년 동안 모든 주요한 정책의 기본적인 기조였다고 알려져 있다. 모두가 공감하지는 않지만 시장자유주의의 대체적인 공통분모를 정리한다면 다음과 같다. 조원희,“신자유주의의 비교학설사적 고찰-보편성 기준의 충족여부를 중심으로”, 국민경제연구 26집, 2004. 2

① 이들은 시장을 선으로 본다. 따라서 시장은 가급적 확대되는 것이 좋다고 보며, 특정인을 배제하는, 폐쇄적 거래가 이루어지는 영역은 제거되고 모두에게 거래의 가능성이 개방되는 것을 높게 평가한다.

② 사회의 중요한 측면은 시장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고 보고 특히 소득과 부의 분배는 그래야 한다고 본다. 신자유주의의 핵심은 아래에서 보겠지만 이 명제를 더욱 확장하여 모든 사회생활이 시장에 의해 결정, 규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나아간데 있다.

③ 이상적인 시장 자유주의 사회에서는 시장력(market force)이 생성하지 못하는 어떤 재화나 서비스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이들은 고전적 자유주의와 함께 모든 유토피아에 반대하지만 실은 그 자신 하나의 유토피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④ 이들은 기업을 시장의 중심적인 존재로 본다. 따라서 기업은 시장에서 특별한(특권적인) 지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또한 기업은 반드시 기업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 사실 기업을 기업가라는 어떤 특수한 사회집단인 기업가에게만 맡겨한다는 선험적인 이유는 없다. 왜 노동자, 관료, 심지어 성직자가 기업을 전부 또는 일부라도 책임지면 안 되는가? 시장 자유주의자들의 신념에 따르면 기업가만이 기업을 책임져야 한다.

⑤ 실제 성숙한 시장경제는 「사업가 집단」이 지배적인 집단으로 되어 있다. 대체로 그들은 특별한 언어, 문화, 인맥을 형성하면서 기업, 비영리 조직, 국가 기관 등을 통제하고 있다. 결국 시장자유주의란 이러한 현실을 정당화하는 이념이다.

위의 신자유주의가 시장자유주의와 이론내용은 새로운 것은 결코 아니다. 그 특이성은 시장자유주의가 주장하는 것들을 어떻게 현실적인 정책으로 실현시킬 것인가에 대한 태도에서 다르다. 즉 적용 영역에 대한 제한, 또는 정책시행을 위한 조건에 대한 적절한 고려를 인정하지 않고 급진적으로 시행하려는 정책사조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따라서 신자유주의는 종종 시장 대 국가라는 대립 축에서 시장중심주의로 이해되기도 하며, 과도한 국가 개입이 왜곡시킨 시장경제를 본래대로 돌리자는 것일 뿐 특별히 새로운 이념은 아니라는 반대적 입장도 있다.

특히 복지정책 분야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개념은 많은 혼란이 드러나고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 복지정책이 서구사회의 복지확대정책의 반대물로 간주하는 학자들과 신자유주의 복지정책에 대한 엄격한 이념형을 가지고 새롭게 접근하는 학자들의 이론들이 혼돈되어 있기 때문이다.

2. 신자유주의의 대두

고전적 자유주의가 신자유주의로 변모하게 된 계기는 1920년대 말의 세계대공황을 거치면서 선진산업사회의 국가들이 복지정책 및 노동시장정책을 통해 시장에 개입하게 된 데 있다.

이에 따라 선진산업사회들은 자유경쟁 산업자본주의로부터 조직화된 자본주
의(organized capitalism)로 이행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시장과 개인의 자유는 상대적으로 제한이 되었던 것이다.

또한, 두 차례에 걸친 세계전쟁과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에서의 사회주의체제의 발전은 자본주의체제에서의 국가에 의한 시장개입을 더욱 부추기는 촉진제로 작용하였다. 정부개입과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의 위험성을 경고함으로써 신자유주의의 이론적인 근원을 제공하였던 하이에크의 「예종에의 길」이 1944년에 출판되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60년대의 이른바 복지국가의 황금기에 이르기까지 선진국가들은 경제호황을 누렸으며 복지제도도 지속적으로 확장되었기 때문에 신자유주의의 주장은 학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은 1970년대 들어 석유파동에 이은 세계경제불황의 도래에 따라 반전된다.

생활상의 불안을 느끼게 된 각국의 중간계층 시민들은 자신의 세금과 사회보장기여금을 과도한 것으로 여기게 되었으며 복지확대정책을 주장하는 사회민주당에게서 등을 돌렸다. 이러한 가운데서 개입주의 복지국가의 확대로 인해 시장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졌고 이로 인해 경제불황이 도래하였으며 현 상황의 타개는 복지국가의 축소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신자유주의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산업국가들에서 시장기전의 확대와 복지축소를 주장하는 정당들이 1970년대 말 이후 속속 집권하였다는 것은 신자유주의가 학계와 현실정치에서 득세하였다는 것을 압축적으로 잘 보여준다.

그 이후 신자유주의는 급속하게 전 세계의 지배적인 이념으로 자리잡아 갔다. 1990년대 들어서는 세계적으로 의미가 있는 두 가지 현상들의 출현으로 인해 신자유주의의 지배력이 더욱 강화되었다.

첫째, 1980년대 말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이다. 이로 인해 계획경제에 대한 자유시장경제의 우위성이 확인되었으며,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용인하는 복지국가에 대한 비판은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둘째, 세계화의 급진전이다. 1990년대 들어 미국 경제가 부흥한 이후 신자유주의는 세계화와 깊은 연관을 맺게 되었다고 한다. 세계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모든 국가들은 더욱더 시장을 개방할 수밖에 없으며, 시장이 개방되면 될수록 자유경쟁 및 경제효율성과 같은 신자유주의의 가치들이 더욱 존중받게 된다.

시민들의 사회적 연대성이 약화되어 가는 가운데 시장의 핵심주체인 자본의 영향력이 강화됨으로써 국민국가의 정부들은 경쟁적으로 시장경쟁의 논리적 결과들(조세감면, 공공지출 감소, 노동보호정책 약화)을 수용하게 될 것이며, 그 결과 복지국가는 사회적 지지기반을 점차 상실하면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형태를 유지하기 힘들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3. 신자유주의에 대한 평가
신자유주의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인 평가와 비판적인 평가로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먼저 신자유주의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신자유주의는 계급, 국가 등 조직이나 이념보다 개인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자유주의 사상을 중시한다. 따라서 자유주의가 옹호하는 사유재산제도, 자유경쟁 등 창조력을 극대화하는 제도를 선호하여 새로운 창조를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둘째, 경쟁의 긍정적인 효과로서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으로 행동하며, 경쟁이 있으면 자발적으로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제도적인 강요보다는 경쟁이 효율적이며,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또한, 경쟁이 없는 경우에 편리함은 있지만,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발생해서 효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셋째, 불공평한 분배가 자유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지만, 현실적으로 분배와 평등을 앞세운 사회주의보다 결과적으로 자유주의 국가들에게서 더 평등이 실현되었다. 즉, 사회주의 국가들은 중앙정부에 의한 부패로 인해서 오히려 평등이 저해된 반면에 비판을 허용한 자유주의 하에서는 부의 불균형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제기되면서 복지문제가 강조되어 사회주의 국가보다도 상대적으로 높은 형평을 달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에 선 학자들과 비평가들은 다음과 같은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첫째, 개인주의에 기초한 신자유주의는 더불어 사는 이웃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약화시킨다.

둘째, 신자유주의는 협력보다는 경쟁을 강조하는데, 경쟁은 효율적이긴 하지만 인간관계를 약화시키고 소외계층을 양산할 수 있다.

셋째, 신자유주의는 경제적 이익 추구를 당연시함으로 인해서 개인의 윤리의식과 빈부의 격차를 확대시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빈부격차를 완화시키는 정부의 분배기능이 축소되면 사회적 빈부격차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국내에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측면의 양면을 가지고 있어 찬반에 대한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가진 학자들은 `종속적 신자유주의'라고 규정하면서 신자유주의는 자본규제와 노동 보호에서 탈피해 자본운동을 자유롭게 하고 노동운동을 약화시키는 이념과 정책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또한, 현재 한국자본주의가 나아가는 지배적 방향을 신자유주의로 평가하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후진국 자본주의라는 특성 때문에 국가 주도의 특징이 나타났으며, 경제발전단계에서 자본주의 모순을 완화시키는 조처가 필요한데도, IMF 사태 이후 규제완화와 개방화로 신자유주의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자유주의가 국내에서 시장과 경쟁의 원리에 의한 구조조정이 아닌 정경유착과 연고주의에 의해 이루어짐으로써 신자유주의의 부작용만 가져오고 '신자유주의적 장점'은 실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확산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데 많은 학자들이 동의를 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적인 상황에서 신자유주의의 도입 시 다음과 같은 사항에 대해서 유의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첫째, 서구사회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복지부문을 축소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한국에서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즉, 신자유주의는 정부부문이 지나치게 팽창되고 복지가 과다하여 효율성을 잃은 서구사회에서 제기되었는데, 정부주도적인 경제개발의 결과 정부부문이 지나치게 팽창하여 이를 축소해야 하지만, 한국에서는 복지부문에 정부개입이 부족해서 오히려 이에 대한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신자유주의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인 토양과 제도적인 기반이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자유경쟁이 공정한 경쟁으로 발전할 수 있고, 시장경제의 효율성이 발휘될 수 있는 토양이 우선되어야 한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셋째, 경쟁사회가 순기능을 할 수 있도록 경쟁에서 낙오된 자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 및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경재에서 실패한 사람들에게 모든 책임이 돌아가지 않도록 제도적, 법률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4. 신자유주의와 한국의료
그 동안 국내에서도 시장기능 중시학자와 정부기능 중시학자들의 이념적인 논쟁이 전개되었다. 이와 같은 이념적인 논쟁은 기반이념, 경쟁과 정부의 역할에 대한 기본적 가치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 기본이념의 차이로서 시장기능 중시자들은 보수주의적 경향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정부 개입 중시자들은 진보주의적인 경향을 지닌다.

둘째, 경쟁과 정부에 대한 기본시각의 차이로서 전자는 경쟁을 신뢰하며, 정부는 시장기능의 질서유지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후자는 시장보다는 정부를 신뢰하며, 정부의 시장개입을 적극 요구한다.

*표 1. 시장중시주의자와 정부중시주의자 기준과 가치차이점

 

기준 시장기능 중시자 정부개입 중시자
중요가치 자유중시 평등과 박애, 사회통합중시

경쟁과 정부에 대한

기본 시각

- 경쟁신뢰
- 정부불신(정부실패강조)
- 정부는 사회와 시장질서 유지기능
-정부신뢰
-경쟁불신(시장실패 강조)
-정부의 시장 적극개입 요구
장점 - 효율이라는 단일 기준으로
   정책불확실성 제거효과
- 정부재량권 축소
-소외계층 보호
-분배측면 개선

국내의 의료부문에서도 시장기능 활성화를 주장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옹호론자와 정부기능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 비판적인 입장에서 선 정부기능 중시학자들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국내에서 신자유주의에 서 있는 시장주의자들(이른바 시장기능 활성론)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의료의 시장기능 활성화를 주장하는데, 주요 정책대안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즉, ①의료접근성과 형평성 ②의료비로부터 가계보호 ③거시적, 미시적 효율성 ④소비자의 선택 확대 ⑤의료서비스 생산 자율성 보장 등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의료접근성과 의료비로부터의 가계보호 목표를 제외하고는 의료의 시장원리가 목표를 더 잘 성취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표 2. 시장관점에서 보건의료분야에서 시장기능 활성화 방안
 

영역 정책방안
의료서비스생산 건강보험 강제지정제도에서 계약제
자비부담병상제도의 도입
건강보험수가의 포괄적 적용
건강보험수가결정에 공급자 참여폭 확대
주요생산시장 의약품가격 시장자율 가격제
의료기관과 제약사 또는 도매상 직거래
인력양성/면허제도 다양성 도입
의료보험시장 통합의료보험조직에 내부시장원리의 도입
민간의료보험제도의 도입

따라서 의료보장제도와 같은 서비스 접근성에서 형평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갖추어진다면 시장원리를 의료분야에 접목하는 것이 의료서비스의 생산성과 이용의 효율성을 제고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정부기능 중시자들은 의료부문에서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영리행위의 자유는 인정하나 그것은 사적 추구로 인해 공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개인 소유가 아닌 법인 병원의 경우에는 투명한 경영을 통해서 종사자들에게 적절한 소득을 보장하고 잉여분의 재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공공부문 확충으로 민간부문 보건의료체계재원 확충으로 민간부문 자본비용에 대한 지원을 통해 민간의 부담을 완화시켜 줄 필요가 있으며, 특히 교육기능을 수행하는 병원에 대해서는 별도의 지원방안을 강구하여 민간병원의 공공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5. 결론-새로운 방안 모색
그 동안 국내 의료시스템에 대한 논쟁은 국가주도형의료, 시장주의 의료 등 거대담론만 있었고, 의료를 공급하는 공급자의 주장과 문제제기는 시스템의 기능적인 문제로 치부되어 주요정책이나 담론에서 소외되었다. 즉, 의료공급자가 배제된 의료정책과 담론을 통해서 생산된 새로운 이데올로기는 국가주도형의 의료시스템에서 정책화, 고정화되어 실제 정책소비자인 의료기관은 정책시행에 따른 부담을 안아야 했다.

특히 정부주도형의 국내 보건의료제도에서 정부의 규제는 의료기관의 운영 의 주성공요소(critical success factors)인데, 그 동안 전 세계적인 규제관련 개입의 경험들에 따르면 규제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세 가지 핵심적 요소-문화수준, 정부역량, 정치적 지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요소 중에서 실제 정부역량(capacity of government)요소는 행정규제업무의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일반적으로 규제업무를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하며, 광범위한 자료와 보고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즉, 감독자들에 대한 훈련과 파견이 필요하며 특정사레에 대한 적용할 일반적인 규칙들이 필요하다. 즉, 규제의 해당기관의 입장에서는 무엇이 허용되며, 무엇이 허용되지 않은지 법과 규칙들이 명료하데 만들어져야만 해당 규제에 대한 판단이 설 수 있다. 왜냐하면 해당 의료기관에서는 규제사항은 실제 상황에서 판단하기가 모호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마크 로보츠 등(2004)이 주장한 것처럼 중간수준의 소득국가들은 규제를 수행할 기술전문가, 행정역량 그리고 정보체계가 부족하여 규제를 통해서 보건의료문제를 바로잡고자 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수행할 만한 기술적, 행정적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상황을 검토해 필요가 있다고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행정역량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서 정부주도형의 의료공급체계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현행 규제상황에서 음미할 만한 하다. 즉, 선진국의 보건의료계의 제 측면들-의료의 질, 의료시설에 대한 투자, 의료기술 등에 대한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기술적, 법적 하부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합리적 규제인프라를 확보하지 못한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규제에 대한 순기능을 기대하기는 한계가 있다.

향 후 시장개방에 따른 국내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신자유주의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보건의료분야에서 신자유주의가 피 할 수 없는 추세라면 정부주의와 시장주의가 어느 일방의 역할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양자의 장점과 단점을 영역별로 파악하여 우리나라 현실에 적합한 시스템을 지금부터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기관들이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인 토양과 제도적인 기반이 요구되는데, 먼저 의료시장에서 시장기능의 활성화 부문과 시장기능의 배제부문에 대한 기능적인 접근방법이 요구된다. 그리고 민간부문에서는 의료기관간의 자유경쟁이 공정한 경쟁으로 발전할 수 있고, 시장경제의 효율성이 발휘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보건의료의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 대한 구분과 개념재정립, 공공의료와 민간의료의 기능과 역할 재정립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