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과 엘리베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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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과 엘리베이터
  • 박현
  • 승인 2004.09.1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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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들이 원내 홍보수단으로 입간판형 게시판, 벽걸이형 게시판, 와이드 비전 등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효과적으로 활용되는 또 다른 홍보수단으로는 화장실이나 승강기 내부에 포스터를 게시하는 방법도 있다.

화장실과 엘리베이터는 자연스럽게 정지된 상태에서 게시물의 내용을 볼 수 있으니 전달력 또한 뛰어나다.

필자가 취재를 위해 여러 병원을 다니다 보면 엘리베이터 안에서 낮선 사람과 마주쳤을 때 시선처리가 여간 불편하지 않을 때가 많다. 이럴 때는 엘리베이터 안에 붙여 놓은 그림이나 좋은 글이 불편한 나의 시선을 편안하게 이끌어 주어 어색한 위기를 모면한 적이 많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국민들의 문화는 낮선 사람을 만났을 경우 먼저 목례를 하거나 눈인사를 하는 사람이 없다. 서양인들은 눈만 마주쳐도 웃으면서 목례를 하는 것에 비하면 우리의 문화라고 넘겨 버리기엔 아쉬움이 많다.

요즘 병원들이 엘리베이터 안에 공지사항 등을 부착해 놓아 낮선 사람과의 어색한 분위기를 해결해 주는 좋은 수단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장비의 도입이나 새로운 의료진의 영입을 알리는 게시판은 홍보효과가 매우 크다. 순간적으로 시선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원내 홍보수단으로 화장실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고속도로에 있는 휴게실 화장실에도 아름다운 그림이나 좋은 글귀를 담은 조그마한 액자들이 많이 걸려 있다. 우리의 화장실 환경이 많이 개선되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뿌듯함을 느끼곤 한다.

오래 전부터 어느 병원이든 화장실에 가면 장기매매를 알선하는 전화번호가 다반사로 붙어 있다. 심한 경우는 지우기도 힘들게 유성펜 같은 것으로 전화번호를 적어 놓아 보기 흉한 모습이 눈에 띄는 경우도 많다.

이런 불법 광고물을 병원들이 그냥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깨끗하게 지워 없애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 마음의 양식이 될만한 짧은 글이나 아름다운 그림을 붙여 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어느 병원 직원용 화장실에는 아주 상쾌한 글귀가 게시돼 있는 것을 본적이 있다. 아마 그 내용은 글을 읽으면서 편안하게 웃을 수 있는 처세에 관한 것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항상 웃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병원이란 곳은 마냥 웃을 수만도 없는 기관이다. 때로는 환자나 그 가족들로부터 오해의 소지를 만들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항상 웃는 마음으로 환자나 고객을 대한다면 병원을 찾는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화장실에 정서적으로 도움이 되고 마음의 양식이 될만한 글귀들을 아주 간결하고 깔끔하게 게시해 놓는다면 밝은 분위기를 만드는 데 많은 보탬이 될 것이다.

닦으면 더럽혀 놓고 치우면 또 다시 어지럽혀 놓지만 그래도 깨끗한 환경의 화장실이 제공돼야 할 것이다. 이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몸이 불편해서 병원을 찾은 환자는 병원의 사소한 친절이나 배려에 큰 감동을 받는다. 꼭 엄청난 것을 기대하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 것들, 아주 사소한 것으로 좋은 병원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막대한 돈은 들여 호텔이나 갤러리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병원들을 방문할 때면 화장실을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병원환경이 깨끗하여 환자들의 마음이 편안해진다면 병도 잘 낳을 것이다.

화장실과 엘리베이터를 활용하는 병원들이 경쟁에서 앞서 나갈 것이다.


박현(朴玄)은 경희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으며 88년부터 병원신문 기자로 일하고 있다. 영화배우, WPGA(세계프로골프협회) 티칭프로 등 이색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저서로는 △의사도 모르는 재미있는 병원이야기 △병원이 아프면 어디로 가지? △좋은 병원, 전문 클리닉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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