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진화론" 대 "창조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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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 "진화론" 대 "창조론" 논란
  • 윤종원
  • 승인 2004.09.1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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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몬테테그로 교육부 장관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다윈의 진화론을 무시하고 창조론을 가르칠 것을 지시해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고 현지 신문들이 9일 보도했다.

이 논란은 릴랴나 콜릭 세르비아-몬테네그로 교육장관이 최근 초등학교 교사들 에게 보낸 "메모"에서 8학년 생물 교과서에 들어 있는 진화론을 가르치지 말라고 지시한데서 비롯됐다.

콜릭 장관은 연말로 예정된 교과과정 전면 개편을 앞두고 보낸 메모에서 다윈의 진화론을 "교조적"이라고 비판하면서 "교과서에는 계속 싣겠지만, 가르치지는 않을것"이라고 밝혔다.

이 메모가 공개되자 야당과 과학계, 학교 교사, 진보성향 단체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났고 일각에서는 콜릭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지경이 됐다.

다윈의 진화론을 포기하는 것은 지난 1월 보수당 정부가 집권하고 세르비아 정교회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나라 전체가 보수화하는 경향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베오그라드대학의 생물학 교수인 니콜라 투칙 박사는 "세르비아-몬테네그로가 21세기 신정국가로 전락하고 있다"며 "다윈의 진화론 없이는 생물학을 가르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야당인 시민동맹, 사회민주연합과 40여개 민간단체는 콜릭 장관의 조치가 과연합법적인지 추궁하며, 장관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신문들도 일제히 콜릭을 비난했으며 일부 신문들은 9일자에서 진화하는 원숭이옆에 장관의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사태가 이렇게 심각해지자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정부는 긴급 각료회의를 소집했고 진화론 교육 금지조치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BBC는 9일 전했다.

"출장 중"으로 알려진 장관을 대신해 기자회견을 연 교육부 차관은 "찰스 다윈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교육부 조치의 철회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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