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 의원과 3차병원 희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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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병원, 의원과 3차병원 희생양
  • 정은주
  • 승인 2005.03.0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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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정상혁 교수, 중소병원 전국대회서 주제발표
종합전문요양기관 위주의 건강보험 급여정책을 탈피하고 의료분야도 공정한 경쟁시장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병상기준으로 의료기관을 구분하고 이에 따라 보험급여를 차등지급하는 것은 세계 민간의료시장에서 그 근거를 찾기 힘들며, 이는 우리나라가 개선해야 할 가장 시급하고 기본적인 규제개혁의 대상이라는 것.

이는 지난해 병원급 의료기관의 도산율이 9.2%에 이르는 등 중소병원 경영난이 장기화되고 있어 국가차원의 정책적 대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경영위기를 타개하기 힘들다는 전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3월10일 오후 2시 63빌딩에서 개최되는 중소병원 전국대회에서 "중소병원 경영위기 타개를 위한 정책방향" 주제발표를 맡은 이화의대 예방의학과 정상혁 교수는 "한국의 의료서비스 공급을 3차기관이 주도하게 되면서 중소병원이나 의원에 비해 월등히 높은 가산율과 특진비를 부여하는 등 정부가 종합전문요양기관에만 유리한 의료환경을 조성했다"며 "종합전문요양기관들이 더욱 대형화되면서 대부분의 환자를 흡수해 일반 중소병원의 도산율이 급증하고 있는 데다 차별화된 수익구조 하에서 공정경쟁을 하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의료정책"이라는 주장을 밝힌다.

정 교수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의료기관의 도산율이 10%를 넘나들고 있으며, 특히 2004년 기준 개인병원의 도산율은 11%를 넘어선 데 반해 국공립병원의 도산율은 1%에도 채 못미쳤다. 이는 민간주도형 의료체계를 가진 우리나라 병원계에 대해 국가가 얼마나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게 정 교수의 시각.

그는 "쌀은 주식이므로 전국의 모든 상점들은 원가 15만원짜리 쌀 한가마를 10만원에 판매하고, 주식이 아닌 고등어통조림 등을 팔아서 상점의 경영수지를 맞춰라"고 법으로 정해 놓는다면 상점 주인들이 모두 가만히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진다. 바로 우리나라 건강보험 수가체계의 불합리성에 대한 지적이다. 또 같은 쌀을 백화점에서 팔면 7만원을 추가로 받아도 되고, 언론까지 가세해 일반 상점은 바퀴벌레도 나오고 비위생적이라고 보도한다면 상점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중소병원이 처한 현실과 의료서비스를 상점의 쌀에 비유하면서 중소병원의 경영위기 타개를 위해 정책적 배려가 불가피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교수가 제시한 대안은 모든 의료기관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고, 무한경쟁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철폐하는 한편 이미 넘쳐나는 민간의료를 공공의료서비스 제공에 활용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현재 우리나라 병원계가 가지고 있는 자본의 힘은 자신들의 조직을 유지하기에도 힘들 정도로 미약한데 반해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선 자본이 필수적이므로는 영리법인과 민간 의료자본 참여를 인정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피력한다.

이날 정 교수는 국가의 정책적 대안과 함께 병원에 대해서도 전문경영인제 도입과 사업의 전문화, 브랜드 개발, 의료기관간의 인수합병과 네트워크 형성, 해외진출 등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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