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다질환 다복용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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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 다질환 다복용 심각
  • 박현
  • 승인 2004.12.2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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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차원의 노인성질환에 대한 연구 및 대책 필요
우리나라가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로 15년 뒤에는 노인이 어린이보다 많아 노인부양, 노동공급 감소, 의료비 지출 등 국가 재정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최근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에서 발표한 "고령사회에 대비한 국가전략"이란 논문에 따르면,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의 비중은 2010년 103.7%, 2020년 15.1%, 2030년 23.1%, 2050년 103.5%로 높아지고 2050년엔 어린이와 노인의 비율이 3대1 정도 되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와 함께 노인의료비는 2003년 건강보험 4조3천700억원으로 2002년에 비해 18.8%나 증가해 전체 의료비 증가율(7.7%)을 크게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전체 의료비에서 65세 이상 노인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도 보다 2% 포인트 증가한 21.3%로 노인의료비 비율은 해마다 꾸준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노인인구 증가는 노인의료비 증가와 함께 65세 이상 노인의 대다수가 만성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으며 다양한 합병증과 지나친 약제복용으로 야기되는 부작용의 발생이 많아 노인환자의 진료에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초의 노인병센터 운영과 성인 및 노인성질환 전문병원인 분당서울대병원(원장 강흥식) 노인병센터에서는 2004년 5월부터 11월까지 6개월 동안 노인병 센터에 입원한 65세 이상의 내과환자 250명을 분석한 결과, 평균 4.06±1.83개의 만성질환에 이환되어 있으며 78%(195명)의 노인 환자가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만성질환의 수가 많음으로 인해 병원을 방문하기 전에 4개 이상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다약제(多藥劑) 복용" 환자가 39%(97명)로 노인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약물의 과다복용에 의한 "약물 이상반응" 발생의 위험이 증가해 있었다.

특히 조사대상 노인 환자중 7%(18명)가 만성질환으로 인해 복용하는 약물의 부작용에 의한 "약물이상반응"(adverse drug reaction : ADR)을 보여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조사되어 특히 간, 신장 기능의 저하로 약물의 대사, 배설 기능의 장애가 있는 노인 환자에서는 만성질환에 대한 약물의 사용에 있어서 적절하고 안전한 약물요법이 수행되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앞서 지난 2004년 1월1일부터 6월30일까지 외래 진료를 받은 전체 외래환자 25만2천832명중 65세 이상의 외래 환자 5만9천609명(전체 환자의 23.6%)에서 약 처방을 받은 65세 이상의 외래환자 2만8천847명(65세 이상 환자의 48.4%)을 조사한 결과, 노인환자에서 여러 가지 약물을 복용하는 것은 약물 상호작용 및 유해반응 발생 빈도를 증가시키는 문제점을 동반할 수 있어 적절하고도 안전한 약물사용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은 65세 이상 고령자의 약물복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65세 이상 4종 이상의 투약 환자 수 4천378명(65세 이상 약 처방 받은 외래환자의 15.2%), 65세에서 96세까지 연령분포를 보였으며(평균 72.4세), 그 중 여성(2천521명, 57.6%)이 남성(1천857명, 42.4%)보다 높은 비율을 보였다. 평균 약 복용수는 6.4종(4∼27종)이고 10종 이상 복용환자도 2.0%있었다. 특히 2개 이상의 병원이나 진료과를 다니는 3천399명의 환자 중에서 13명(0.38%)은 같은 종류의 약물을 중복처방 받았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4종 이상의 약을 처방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진료과는 뇌신경센터(49.1%), 심장센터(46.5%), 관절센터(38.6%) 순이었고 약효능별 처방비율은 심혈관계 약물을 처방 받은 환자 수가 2,497명 (57%)으로 가장 많았고, 혈소판 응집억제제 (51.4%), 신경계 작용약(45.0%), 소화기계 작용약(40.4%) 순이었다.

진단명에 관계없이 고령환자에게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의 위험이 높고, 안전한 대체약물이 있어 사용을 피하는 것이 좋은 약품목록(Beers Criteria)에 기초한 부적절한 약물중 노인환자에게 항상 금해야 할 약물을 처방 받은 환자는 41명으로 전체 환자의 0.94%를 차지했다. 이는 미국에서 지역사회 거주 고령환자 2천45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서 나타난 2.6% 보다 훨씬 좋은 결과이다.

특히 심장센터와 뇌신경센터에서 동시에 진료 받은 환자중 혈압강하제, 고지혈증치료제, 혈소판응집억제제 등을 중복 처방 받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러한 문제점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병구 약제부장은 “일반적으로 노인환자는 생리적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장기간 약을 투여 받는 경우가 많으므로 약제에 의한 유해반응의 위험이 매우 높다”며 “더군다나 이러한 위험은 노인에게 부적절하다고 분류된 약을 처방 받거나 같은 계열의 약을 중복처방 받을 경우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노인의 경우 만성질환이 많고 여러 장기에 이상이 있는 경우가 흔해 약물사용이 많으나 현실적으로 환자가 복용하고 있는 약물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새로운 약물을 투약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특히 여러 병원, 여러 진료과를 방문해 약물을 처방 받은 경우에 약물의 중복처방이나 약물상호작용의 발생 위험도가 높은 약물을 동시에 처방 받아 다약제 복용에 따른 "약물 이상반응"의 위험성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시스템은 노인환자에 대한 포괄적인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지 못해 환자의 투약정보나 치료병력에 대해 병원간의 연계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우리보다 일찍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외국의 경우 노인에서 약물로 인한 약물 이상반응이 10∼35%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우리나라에서도 향후 인구 구조의 고령화로 인해 급속하게 증가되는 노인환자의 효과적인 진료와 약물로 인해 원하지 않은 이상반응 및 불필요한 입원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외국의 경우와 같이 노인에게 부적절한 약물의 사용을 제한하고 노인 환자에게 투여되는 약물의 수를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환자들도 불필요한 약물의 오·남용을 줄이고 지나친 약물 의존을 피해야 한다.

국내 최초의 풀(Full) 디지털병원인 분당서울대병원은 EMR System(전자의무기록)을 이용해 환자에게 투약되는 약물이 부적절한 경우 처방하는 의사에게 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노인병센터병동에서는 의사, 약사, 간호사, 영양사, 사회복지사가 팀을 이루어 회진하고 있다. 모든 환자의 의무기록(EMR)을 전산화하여 환자에게 약 처방시 중복처방, 과용량처방, 혹은 상호작용이 있는 약물 처방시 의료진에게 사전에 알리는 팝업(pop-up)창으로 경보 메시지(alerting message)가 뜨게 되어있어 의료진과 약사의 사전 모니터링이 가능해 노인환자의 포괄적인 진료를 위한 "노인포괄평가"를 바탕으로 EMR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은 병원의 경우보다 훨씬 안전하고 적절한 약물요법이 수행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센터 소장 김철호 교수(내과)는 “향후 우리나라도 노인 환자의 급속한 증가에 발맞춰 전 국가적인 차원에서 노인질환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진료와 연구, 선진 시스템이 도입이 시급하다”며 “특히 노인병을 전담하는 전문의제도 및 각 분야의 전문의가 노인환자를 통합적으로 진료를 할 수 있는 노인병센터의 도입으로 환자의 진료 효율성을 높이고 약물로 인한 이상반응으로 인한 원하지 않는 입원을 줄여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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