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의료개혁 따른 건강보험 재정 고갈 질타…장‧차관 사퇴 요구도 계속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으로 인한 전공의 사직 사태로 비상경영에 돌입한 전국의 국립대병원들이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을 요청했다. 지금의 경영난으로는 내년 봄까지 버티기도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전날에 이어 둘째 날 국감에서도 야당을 중심으로 의료개혁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고갈 우려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차관의 사퇴도 이어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박주민)는 10월 8일 국회에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을 대상으로 한 이틀째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내년 봄까지 버틸 수 있을지, 위기감으로 하루하루 버텨”
이날 참고인으로 참석한 남우동 강원대학교병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이 현재 국립대병원들의 경영 상황을 묻자 이같이 밝혔다.
남우동 병원장은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굉장히 위기 상황이다. 유동성뿐만이 아니고 간단한 수치로만 봐도 지난해보다 올해 3배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면서 “물론 정부에서는 지금 유동성에 해당하는 재정 지원 성격으로 전문의 당직 수당 그리고 신규 채용 의료진에 대한 재정 지원을 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으로 내년 초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위기감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의정 갈등 이후 인력 충원율, 병상 가동률도 급감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강원대병원의 상황을 묻자 남우동 병원장은 “국립대병원 모두가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강원대병원을 예로 들면 작년에는 70% 정도의 병상 가동률에서 현재 40%까지 하락됐다”며 “특히 우려스러운 것이 계속 발생되고 있는 교수진의 추가 이탈로 상당히 걱정스럽고 안타까운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경영난과 관련된 자구책에 대해서 그는 “봄부터 비상경영 TF를 운영하면서 인원 재배정 그리고 사업계획 유예, 투자계획 유예 등 여러 가지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면서 “다만 병원이라는 곳이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높은 직종의 특성상 긴축 재정 절감은 효과를 못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남우동 병원장은 국가 차원에서 어떤 지원을 우선적으로 해주기를 바라는지 장종태 의원이 묻자 “병원장으로서 제일 우려하고 매일 챙기는 부분이 교수들에 대한 누적된 피로와 질병 등 여러 가지 사유로 인한 사직이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는 것에 가장 우려하고 있다”며 “최소한의 조치로 일단은 교수들에 대한 처우개선이 시급하고 이들이 근무하는 데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 드려야 되는 것이 급선무로 생각해 무엇보다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남우동 병원장은 “물론 정부에서는 내년 R&D 예산 그리고 수련 시설 투자에 대한 대규모 예산이 지금 계획돼 있고 수가 보정 또한 올해부터 시작되고 있지만 지금 현재 진행 중인 인건비 지원사업 같은 유동성 자금 지원을 올해 확대 또는 최대한 유지해 주시기를 정부에 꼭 부탁하고 싶다”면서 “앞으로 사후 보상이나 수가 조정으로 강원도의 책임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당당히 할 수 있는 정도의 재정적인 보상책을 계획하고 정밀하게 준비해 주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장종태 의원은 “올해 상반기 동안 국립대병원 16곳에 차입금 총액이 1조 3,524억 원으로 2023년 1년간 차입 금액이 1조 3,158억 원인데 반년 만에 지난해 차입금 총액을 넘어섰다”며 “지금처럼 국립대병원들이 경영난으로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정부가 계획한 지역‧필수의료 정상화 정책은 시작조차도 어려워질 수 있다. 당장 국립대병원의 붕괴를 막기 위한 긴급 수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규홍 장관은 “병원장님께서 단기에 초점을 맞추신 대책과 장기 대책을 잘 말씀해 주신 것 같다”면서 “(국립대병원들과) 더 소통해 긴급자금 등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 추진으로 인한 건보재정 고갈 우려
이날 국감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으로 오히려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정부가 건보재정 법정 지원율도 준용하지 못하면서 의료대란으로 인한 비상진료체계 가동 등으로 건보재정을 낭비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주영 의원은 “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보면 건보를 통해 사용하겠다는 재정이 10조원이 넘고 비상진료체계 가동으로 지금까지 사용한 돈은 올해 6개월 동안 6,500억원 정도, 아마 1년으로 치면 1조원은 훌쩍 넘길 것인데 지금 의료진들 번 아웃 돼서 앞으로 들어갈 돈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여기에 더해 연휴나 추석 때도 추가 지원이 있었지만 이런 것들 다 아직 안 들어간 수치로 가장 긍정적으로 집계를 해도 재정 전망이 단기 또는 누적으로나 이제 얼마 안 남았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건강보험공단 그리고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걸로만 봐도 2028년이면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이 절반 정도만 남고 아무리 긍정적으로 봐도 2030년 초반이면 건보재정이 고갈될 가능성이 높다”며 “근데 정부가 더 쓰겠다고 발표한 게 비상진료 관련 소요 재정,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사업인데 이런 부분들은 수가를 좀 더 보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2년에서 3년 쓰고 더 이상 안 들어갈 돈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조규홍 장관은 “지금 건보 5개년 계획 이후 비상진료 대책을 세웠고 또 지출 감소요인도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하자 이주영 의원은 감소요인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주영 의원은 “고령화는 진행되고 필수의료는 무너졌고 지금까지 제대로 돈을 안 줘서 바이탈과가 폭망을 했는데 건보료를 국민들로부터 더 받을 수도 없다”며 “그러면 건보 파산이거나 혹은 낼 돈 덜 내겠다는 건데 그렇다면 병원에 돈을 덜 주든가, 환자에게 좋은 의료 보장을 줄이는 것밖에 안 남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서 그는 “앞으로 쓸 돈이 훨씬 더 많을 거고 의학교육에도 더 쓰겠다는데 지금 나온 이야기들 전부 다 재정이 더 들어갈 것밖에 없다”면서 “거둬드릴 곳은 없고 이때까지 10년 이상 국가재정을 투입한 적도 없고 제가 봤을 때 건보는 그냥 자동 해지될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조규홍 장관은 “걱정하시는 것은 알겠지만 동의할 수 없다. 그렇지만 정부가 건보 재정을 그렇게 바닥나게 하겠나? 대응책을 만들겠다”면서 “정밀한 재정 전망은 내년 초에 할 계획인데 지금은 가능한 것을 살펴보고 건보재정의 확충 방안, 지속가능 방안도 만들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도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복지부에 주문했다.
김윤 의원은 “의료개혁을 한다고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을 너무 많이 끌어다 쓰는 것 아니냐 이러다가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국민들이 많은데 재정은 논외로 하더라도 건강보험에서 쓰겠다는 의료개혁 비용의 경우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이 건강보험수가 인상”이라며 “이게 3년 뒤 5년 뒤에 그냥 안 써도 되는 돈이 아니고 계속해서 써야 되는 돈이다. 그래서 정부도 그 점을 알고 있어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발표하면서 경증환자를 줄이는 등의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화 조치를 함께하겠다 이렇게 말했는데 구체적인 방안은 가지고 있나?”라고 질의했다.
그러면서 “건강보험 재정 사용에 있어 불필요하게 거품이 끼어 있는 부분은 줄이고 검사료 이외에 수술료, 처치료, 진찰료, 입원료처럼 정당하게 사람에게 보상해야 될 부분을 보상하면서 과잉진료를 줄여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좀 높여 주기를 부탁한다”며 “걸핏하면 지난 정부의 보장성 강화 탓 또는 국민들이 의료를 과잉 이용한다고 탓하지 말고 건강보험제도 자체에 거품 비효율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춰 달라”고 당부했다.
야당, 전날 이어 장‧차관 사퇴 요구 계속
국감 둘째날에도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제2차관에 대한 사퇴 요구가 야당에 의해 계속됐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박민수 제2차관을 향해 “‘직접 응급실에 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이다’ 이런 발언 이후 여당에서 장관보다 박민수 차관 경질이 반드시 필요하다, 차관 용퇴가 불가피하다라는 주장이 나왔는데 의료대란에 대해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차관은 의료대란에 대해 책임지고 용퇴하는 게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자 윤석열 정부의 부담을 덜어 주는 일이라고 생각되는데 차관의 생각은 어떤가”라고 물었다.
이에 박민수 차관은 “담당 차관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공무원은 직분을 맡은 이상 직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사실상 사퇴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지금 직위에 있는 한은 최선을 다하겠다”며 “인사에 대해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전진숙 의원은 “여당도 부담을 가지고 있고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의 주원인이 의료공백 장기화로 복지부 장관은 이 사태 속에 정부의 부담을 덜어 주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이럴 때 대통령께 다시 한번 진심 어린 충언을 해달라”며 “의료대란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국민들에게 정말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할 수 있도록 충언도 하시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장관을 비롯해 책임자들이 스스로 사퇴해 정부의 부담을 더는 게 맞을 것 같다”고 거듭 요구했다.
남인순 의원 역시 박민수 차관을 향해 “이번에 의료개혁이 과연 성공할 것인지 아니면 이번에 의료체계가 붕괴될 것인지 어떻게 보나? 지금 이미 의학교육은 부실화되고 공보의가 부족하고 여러 가지 도미노 현상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민수 차관이 “의료체계는 붕괴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하자 남인순 의원은 “너무 자신만만하신 것 같은데, 오죽하면 집권당에서조차도 박민수 차관이 실질적으로 실무를 책임지고 있으니, 경질해야 되지 않느냐, 그래야 신뢰가 회복되고 여야의정 협의체가 굴러가지 않겠냐고 얘기를 하고 있다”며 “ 그렇게 버티고 있는 이유가 뭔가? 무슨 자신감으로 버티고 있나? 아니 오죽하면 여당에서조차도 좀 그만 둬야 되지 않느냐라는 얘기 한 것 아닌가? 저는 이해가 안 간다”고 꼬집었다.
박민수 차관은 남인순 의원이 재차 책임을 지겠냐는 물음에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틀간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대상 국정감사를 마무리한 보건복지위원회는 10월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및 소관 기관을 대상으로 국감을 재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