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이 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그의 명문 프로축구 구단인 FC 바로셀로나를 이길 수 없는 상황을 빗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매년 5월말을 시한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유형별 의료공급자단체간 건강보험 수가협상은 그야말로 ‘기울어진 운동장’의 표본이다.
겉으로는 협상의 틀을 갖춘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내용을 들여다 보면 애당초부터 공정한 협상이 불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수가협상은 가입자로 구성된 공단 재정위원회에서 정한 추가소요재정안에서 유형별로 수가 인상률을 결정하게 된다.
한마디로 공단 재정위원회에서 정하는 추가소요재정 규모에 따라 각 유형별 수가인상률이 연동해 움직이다 보니 의료공급자단체로서는 여기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추가소요재정 규모에 대한 정보는 공단만 인지하는 상황에서 의료공급자는 예년의 상황으로 유추한 추산을 가지고 협상을 하고 있어 공정한 협상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의료공급자가 새벽까지 끈질기게 협상을 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 추가소요재정 규모를 조금 늘려 주었던 전례가 몇 번 있었기 때문이다.
추가소요재정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협상이 진행되다 보니 협상의 주도권은 공단이 쥐게 마련이다.
한술 더 떠 가입자를 설득한다는 명목으로 공급자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거는 경우도 있다.
공단이 공정한 협상이 아닌 우월적인 위치에서 협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불공정한 수가협상 구조에 대해 매년 개선의 필요성이 역설되면서 막상 협상이 끝나면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루틴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럴 바에는 공단 재정위원회와 추가소요재정 규모에 대한 협상을 먼저 매듭진 후 공단와 유형별로 협상을 벌이는 방식이 더 합리적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공단과 의료공급자가 모두 신뢰할 수 있는 수가협상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