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실기시험 CCTV 폐기 ‘의도적 고의’ 의심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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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실기시험 CCTV 폐기 ‘의도적 고의’ 의심 이유는?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4.05.2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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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시원, 2018년 행정소송 패소 이후 CCTV 녹화 영상 시험종료 20일 후 폐기
일부 의대생, 고의적 ‘독소조항’ 주장…2021년 시험부터 뒤늦게 공고문에 게재
교수들도 찬성한 사이시험 강화, 갑자기 폐지되기도…현재 관련 소송 진행 중

일부 의대생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의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의 CCTV 녹화 영상 폐기가 의도적이라며 관련 행정소송(서울행정법원 2024구합56856)을 현재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시원의 CCTV 영상 폐기는 단순 독소조항을 넘어 더욱 노골적으로 의대생들의 이의제기를 원천차단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의대생 A씨는 정보공개를 통해 지난 13년간(제76회~제88회)의 의사 국시 실기시험 CCTV 녹화 영상 파기 일자를 취합했다.

그 결과 CCTV 영상 삭제 조항과 관련해 국시원이 의도성을 노골적으로 보여줬다는 게 A씨의 지적이다.

실제로 국시원은 2018년 소송 패배 이후 2019년 12월 24일 제84회 의사 국시 실기시험부터 CCTV 영상을 시험 종료 20일 이내에 삭제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CCTV 영상이 삭제된다는 공고문이 고쳐진 시점은 그로부터 2년 후인 2021년부터였다는 점인데 결국, 2022년도 제86회 상반기 의사 국시 실기시험이 되어서야 학생들이 합격자 발표일 전에 CCTV 영상이 삭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A씨는 “국시원은 이미 소송 패배 직후인 2019년부터 노골적으로 CCTV를 삭제했는데, 더 큰 문제는 공고문을 고친 게 2년 뒤인 2021년”이라며 “2020년 의대정원 증원에 반대해 전공의·의대생 단체행동이 있었던 제86회 상반기 실기시험을 제외하고 전부 이의제기를 수렴하는 첫날 즉, 합격자 발표일보다 삭제가 더 앞섰다”고 비판했다.

A씨의 설명에 따르면 2021년 11월 24일, 2022년 11월 23일, 2023년 11월 27일에 각각 제86회 하반기, 제87회, 제88회 실기시험 영상이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시원의 해당 조치는 지난해 B씨의 또 다른 소송에서 효과를 발휘했다고 강조한 A씨다.

당시 서울행정법원(2023구합51458)은 B씨가 제기한 증거보전신청 및 불합격처분 취소 소송에서 기각 판결을 내렸다.

B씨는 모 대학병원의 교수 과정을 밟고 있었는데 타국 의사 면허만 갖고 있었기에 국내 의사 면허를 취득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B씨는 이미 오랫동안 국내 의료의 다양한 측면을 두루 경험한 상태였고, 심지어 의대생들과 함께 실시기험 연습도 했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기시험에서 탈락을 했고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B씨는 그대로 소송을 했는데 이때 시험 전에는 확인하지 못했던 CCTV 영상 20일 삭제 조항을 발견했다.

결과적으로 불합격 시험 결과를 받아들이기 전에 CCTV 영상은 진작에 삭제됐고, 이 때문에 증거보전신청을 제출할 길이 없었기에 재판부는 행정청의 폭넓은 재량권을 인정해 B씨의 소송을 기각했다.

최근 13년 간의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CCTV 삭제 일자.
최근 13년 간의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CCTV 삭제 일자.

A씨는 “국시원이 실기시험 응시자의 알 권리 및 방어권까지 침해할 의도가 그대로 적중한 사례”라며 “적어도 CCTV 삭제는 매우 의도적인 것으로 생각된다”고 역설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시원의 내부규정이 변경된 시점은 2018년 11월로, 이는 2018년 10월 12일 국시원이 서울행정법원 2018구합64139 판결 패소 약 한 달 후다.

A씨는 “국시원이 2018년 10월 당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한 기록이 남아있는데, 약 1개월 후에 사실상 모든 응시자의 바람에 반하는 조치를 내부적으로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 주관 시험이라는 점에서 정황상 의도적인 고의성이 의심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즉, 국시원이 서술형 시험의 원본 답안지에 해당하는 실기시험 영상 정보를 ‘개인정보’인 것처럼 호도해 삭제하고 있다는 것.

통상 지하철 철도 및 분실물 사고를 비롯해 관공서 방법용 CCTV에 적용되는 영상 개인정보는 동의를 구하지 않은 일반 국민들(제3자)의 얼굴이 녹화되기에 이것이 감시 등에 사용되지 않도록 삭제하고 있다.

하지만 국시원의 CCTV 영상은 응시자(의대생) 및 연기자 겸 채점위원 외에는 그 어떠한 제3자의 얼굴이 등장하지 않으며 목적 자체가 특수해 전용 센터에서 제한된 시간 동안 실기시험의 평가를 위해 남겨진 평가 근거자료인데도 불구하고 2019년과 2020년 시행까지는 이 내용을 공고문에 기재하지 않다가 2021년에 와서야 뒤늦게 포함하면서 그 기간이 시험결과 발표 전인 20일로 단축됐다는 점에 분통을 터뜨린 A씨다.

A씨는 “각종 중요 시험을 주관·진행하는 다른 기관들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조사해보니 한국산업인력공단(Q-net)의 모든 시험 답안지는 합격자 발표일로부터 1년 보관, 정부 인사혁신처(행정고시, 5급 공채 등)는 경력직 합격자 및 불합격자에 대해 개인정보 보유 제한 필요성이 있어 지원서류 전체를 각 3년 및 5년만 제한적으로 보관, 법무부(변호사시험)는 논술시험지 원본을 5년 보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수들조차 찬성한 사이시험의 강화, 갑자기 폐지?

의사 국시 실기시험장 모습(출처: 국시원 30년사)
의사 국시 실기시험장 모습(출처: 국시원 30년사)

사이시험이란 의사 국시 실기시험 중 ‘오스키(OSCE) 시험’과 환자 대역 배우를 상대로 진찰·진단·처방을 내리는 ‘임상(CPX) 시험’ 사이에 치르는 일종의 쪽지시험이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이 사이시험의 개선안이 2018년 논의됐는데, 교수들이 강화를 찬성했음에도 갑자기 폐지된 일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완결된 의사 실기시험 중장기 개발을 위한 위탁연구인 ‘의사 실기시험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연구(연구보고서번호 RE02-1809-01, 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는 40개 의과대학 교수진 및 전공의 등이 그간 누적된 실기시험에 대한 회의감을 표출했고, 가장 큰 문제점으로 당시 배점이 100점 만점에서 5점에 불과했던 사이시험이 지적됐다.

사이시험을 원래 미국의 시험에 가깝도록 대폭 확대하려한 것인데, 이를 통해 미국의 형태대로 임상 수행 능력의 핵심인 임상 추론을 제대로 평가하고 복수의 전문가가 채점위원으로 투입되도록 하는 것이 변경안의 골자였다.

미국의 시험은 추론영역에만 10분이 부여되기 때문에 당장 똑같이 변경하지는 못하고 5분으로 확대하는 안이 최종적으로 작성됐다.

이후 국시원은 변경안을 자양동의 실제 시험장에서 교수들을 데리고 모의 진행까지 했고, 관련 회의록을 보면 사이시험의 대폭 확대 및 전문가채점 도입이 핵심이다.

또한 해당 모의시험의 결과를 채점위원인 SP 및 의과대학 교수진으로부터 폭넓게 수집했고, 그 결과가 만족스러워 원래 2021년에 개선안이 시행될 계획이었다.

단지 해당 개선안의 실행을 위해서는 응시자당 시험 소요시간이 늘어나고 따라서 기간을 늘리거나 추가 공간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했는데, 국시원의 사정으로 장소 확보가 지연돼 난데없이 사이시험을 당분간 없애는 제2안이 등장했다.

A씨는 “교수들 그 누구도 동의할 사람이 없는데도 일방적으로 제2안이 끼워넣어졌다”며 “순전히 국시원의 직원들인 실무자들의 불평이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A씨는 이어 “얼핏 보기에는 제2안 역시 교육측정학적으로 의미가 있고 당시 연구에 참여한 교수진들의 양해를 구한 것으로 표현하고 있으나 원자료를 확인해본 결과 사이시험을 확대 또는 축소한다는 안은 있어도 폐지나 삭제한다는 발표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고 역설했다.

즉, 교수들에게 제2안에 대해 설명했다고 하지만 자료상 존재하지 않았고 그 어떤 교수도 당연히 사이시험 폐지가 아닌 확대로 이해했다는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결국, 대책없는 제2안은 모의시험까지 거친 제1안을 밀어내고 실제 시행됐고, 2021년 사이시험 없이는 임상추론을 평가할 수 없다는 이유로 교수들에게 호되게 비판을 당했다”며 “교수들이 노력을 기울여 객관성 확보 및 의학적 타당성을 확보하고자 한 개선안을 아무런 동의를 받지 않고 폐기처분 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끝으로 A씨는 “전형적인 공무원들의 행정편의주의, 시험에 대한 무관심이 점철돼 외부 교수들이 사실상 만장일치로 원했던 사이시험의 대폭 확대가 뒤집혔고 이 과정에서 국시원의 거짓된 진술이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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