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의대정원 확대로 발생한 전공의 이탈 사태가 장기전 모드로 진입한 것처럼 보인다.
총선 며칠 후 발표한 윤석열 대통령 담화내용이 협상의 여지는 남겨두었다고는 하지만, 의료개혁 완수 의지를 강조함으로써 의료계 측에 공을 넘긴 모양새다.
의료계가 의대정원 확대에 단일안을 내놓고 정부와 협상하거나 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거둬들이지 않을 경우 전공의 복귀와 의료정상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듯 하다.
이런 와중에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의료기관들이 애꿎게 고난의 늪에서 벗어나기 힘든 사면초가 상황에 몰렸다.
이들 의료기관들은 비상경영체계를 가동하며 대출한도 확대, 무급휴가, 병동 통합운영 등 동원 가능한 모든 방법을 꺼내 하루하루를 버티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수익성 악화로 인한 경영난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달말로 종료될 예정인 이송처치료 지원사업과 경증환자분산 지원사업을 골자로 한 비상진료체계 지원사업을 연장하겠다는 것 외에는 정부의 지원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진료비 선지급이나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의 인건비 전용, 기채승인 등 정부와 학교재단의 지원을 내심 고대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런 기대와는 달리 대체인력과 의료기관 확보에 주력하면서 장기전 대비에 몰두하고 있어 이들 의료기관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이번 사태는 차분히 들여다보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해법에 대한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수십 년간 애써 일궈놓은 의료 인프라가 망가지는 것을 방치하면서까지 맞서는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다.
필수의료와 지방의료로 의료인력을 유인할 수 있는 정책을 펴면서 그에 따른 의료인력 수요를 면밀하게 분석해 의대정원 확대규모를 정하면 될 것이다.
의료기관은 한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국민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의·정 양측이 전향적인 자세로 다시 한 번 협의에 나설 것을 촉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