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화된 디지털 전환 시대, 실기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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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화된 디지털 전환 시대, 실기하지 않으려면?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4.03.1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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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식 대한병원협회 사업위원장, HIMSS 2024 참관 소감 인터뷰
진화된 기술의 현실화 목전에 뒀다는 사실 체감…전향적 규제 완화 필요
외국 기업만 살아남는 일 없어야…국내 산업계 위해 병협이 힘 보탤 것
박진식 대한병원협회 사업위원장. ⓒ병원신문.
박진식 대한병원협회 사업위원장. ⓒ병원신문.

“생각보다, 기대보다, 놀라울 정도로, 디지털 전환이 훨씬 더 빨라졌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이에 발맞춰 정부 정책도 변화하지 않으면 외국 기업들만 살아남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향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변화를 읽고 이끌어야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는 꿈을 달성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 중간에서 대한병원협회도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을 갖겠습니다.”

박진식 대한병원협회 사업위원장이 3월 11일부터 15일까지 플로리다주 올랜도 오렌지 카운티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HIMSS Global Health Conference & Exhibition 2024(HIMSS 2024)’ 참관 이후 밝힌 소감 첫 마디다.

병협은 이번 HIMSS 2024(힘스 2024)에 사업위원회를 비롯해 미래헬스케어위원회, 보험위원회, 정책위원회, 대회협력위원회 등 주요 임원들로 참관단을 꾸려 의료기관의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이끄는 의료 IT 솔루션과 의료 산업의 트렌드를 살펴봤다.

‘내일의 건강 만들기’라는 주제로 열린 ‘HIMSS 2024’에서 병협은 컨퍼런스 및 전시회 현장 견학, 국내·외 산업계 기업 간담회, 병원별 참관단 및 유관기관·단체 상호 교류 등 쉴틈없는 일정을 소화했다.

병원신문은 ‘HIMSS 2024’ 올랜도 현지에서 박진식 사업위원장과 동행하며 병협이 참관단을 꾸린 이유와 의미, 향후 계획, 소감 등을 청취했다.

병협이 HIMSS에 참관단을 파견한 것은 지난해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HIMSS 2023’에 이어 두 번째다.

박진식 위원장은 지난해 HIMSS와 비교할 때 올해도 방향성과 지향점에 있어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데이터에 기반한 의료 IT 솔루션 및 인공지능(AI)의 기술적인 완성도가 매우 높아졌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의료 분야에서의 AI의 활용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하고, 얼마나 유용한가를 실제로 확인하는 차원의 발전상이 ‘HIMSS 2024’에 가득했다는 것.

대한병원협회 HIMSS 2024 참관단이 기업 부스를 방문하고 있는 모습. ⓒ병원신문.
대한병원협회 HIMSS 2024 참관단이 기업 부스를 방문하고 있는 모습. ⓒ병원신문.

결국 AI와 IT 솔루션의 의료기관 적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관리, 정보의 흐름 통제, 기반시설의 구축, 정보의 관리 등인데 지난해 HIMSS보다 현실로 다가왔다는 사실을 체감했다는 의미다.

박진식 위원장은 “상상 속 기술을 현실화된 기술로 구현하는 시대의 속도가 변곡점을 넘어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빨라졌다”며 “단 몇 년 사이에 의료를 제공하는 방식이 아주 크게 바뀔 것 같다는 직감이 든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AI가 환자와 의사의 대화를 해석해 의료진의 수고를 덜어주고 요약된 정보를 기반으로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은 물론, 치료 후 환자 관리 및 결제·청구까지 연결되는 의사 결정의 과정이 자동화된 알고리즘 등은 초고령 사회에 들어선 우리나라의 국가적인 아젠다로서 대응책과 대처법을 하루빨리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조언한 박진식 위원장이다.

실제로 박진식 위원장이 HIMSS 2024에서 눈여겨본 기술은 음성인식을 통해 인지된 내용을 AI가 판독·해석하고 그 결과들로 의료진 업무의 효율성을 높인 솔루션들이다.

대한병원협회 HIMSS 2024 참관단이 기업 부스를 방문하고 있는 모습. ⓒ병원신문.
대한병원협회 HIMSS 2024 참관단이 기업 부스를 방문하고 있는 모습. ⓒ병원신문.

박진식 위원장은 “사람마다 보는 관점과 관심사가 다르기 때문에 HIMSS 2024에서 어떤 기술이 가장 뛰어났다고 섣불리 판단할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AI와 ChatGPT를 통합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음성인식의 완성도가 꽤 높았다고 본다”며 “AI를 이용하지 않고 기존 기술의 툴을 기반으로 환자와 의사의 대화를 분석해 필요한 정보와 부족한 정보를 지적, 환자 진단과 치료 계획을 의료진에게 제시하는 3M의 솔루션에도 관심이 갔다”고 설명했다.

박진식 위원장이 관심을 가진 AI 음성인식 분야의 경우 국내에서는 네이버헬스케어 등이 도전하고 있는 영역이다.

박 위원장은 “이 외에도 의료기관이 갖고 있는 다양한 정보들 다시 말해 응급실 환자 밀집도, 수술실 가동률, 환자 대기 시간, 치료 결과 모니터링, 사망률 예측 등을 대시보드 형태로 요약해서 보여주는 기술들이 단순히 정보 제공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선 계획까지 알고리즘 베이스로 제안하는 솔루션도 놀라웠다”고 언급했다.
 

HIMSS에서 국가대표 기업들 선전 기대…병협 차원 노력 지속 다짐

이번 HIMSS 2024에는 지난해에 이어 국내 기업들도 다수 참가, 전 세계에 대한민국 국가대표 의료 산업 기술 발전의 특징과 장점을 소개하는 기회가 됐다.

병협 참관단은 국내 기업 부스들을 꼼꼼히 돌아보며 이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어느 반열에 올랐는지 두 눈에 담았다.

박진식 위원장은 의료 분야 기술 발전에 있어서 국내 기업 중 이미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곳도 있긴 하나 아직 부족한 점도 그만큼 많다며, 다양한 시도를 하는 기업들이 HIMSS와 KHF(K-HOSPITAL+HEALTH TECH FAIR) 등의 큰 전시회를 기회로 삼아 실현 가능성의 영역까지 점쳐보길 바란다는 조언을 건넸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장점만 부각하는 것에 너무 집중해 실제 활용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점을 안타까워한 박진식 위원장이다.

박진식 위원장은 “개발된 기술들이 조금만 더 검토된다면 많은 분야에서 실제 활용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발자들이 기술의 혁신성과 장점에만 집중해 가장 중요한 성장 가능성을 놓치는 일이 종종 있다”며 “HIMSS와 KHF 등의 대규모 전시회를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하고 수요자인 병원계와 공급자인 산업계가 깊이 있는 소통을 거쳐 기회의 장을 발굴할 수 있도록 병협이 협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HIMSS 2024 전경. ⓒ병원신문.
HIMSS 2024 전경. ⓒ병원신문.

박 위원장은 “이런 차원에서 HIMSS 2024 기간 동안 병협이 기업들과의 간담회를 연이어 개최하고, 유관기관 및 단체들이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박 위원장은 단발적인 소통이 아닌 여러 아이디어를 지닌 기술 기업과 병원들을 직접적으로 연결해 주기 위해 힘쓰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국내 기업 중 대다수가 개발한 기술과 제품을 테스트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찾지 못하는 등 많은 애로사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병원은 기업들의 테스트베드이기도 한 만큼 기술의 실현성을 높이는 계기를 좀 더 마련하고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즉,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는 기업들이 각자가 가진 개발 기술의 방향성을 현실감 있게 보정하는 작업 과정에서 병협이 가교 역할을 지속하겠다는 뜻이다.

박 위원장은 “기술 자체는 매우 뛰어난데, 공급자인 기업이 수요자인 병원의 니즈를 간과해 제품화까지 가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힘을 다 쓰는 사례가 있으면 안 된다”며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혁신적인 솔루션의 도입을 통해 환자들에게 더 나은 진료를 제공하고 싶다는 공동 목표 아래 협업의 길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 정책…전향적인 자세로 문 열어둬야

끝으로 박진식 위원장은 HIMSS 2024에서 목격할 수 있었던 진화된 기술의 현실화 목전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뒤따르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며 하루빨리 전향적인 정책이 도입돼야 한다는 당부를 남겼다.

외국은 기술 기업들이 여러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법적인 규제를 열어두고 앞만 보고 뛰고 있는데, 국내는 제도 미비 등으로 인해 너무 많은 기업들이 높은 허들 앞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허덕이고 있다는 것.

HIMS 2024에서 외국 기업 부스의 설명을 경청 중인 박진식 위원장. ⓒ병원신문.
HIMS 2024에서 외국 기업 부스의 설명을 경청 중인 박진식 위원장. ⓒ병원신문.

박진식 위원장은 “HIMSS 2024에서 놀란 것은 디지털 전환 시대의 변환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빨라졌다는 점”이라며 “그간 우리 정부가 해온 절차 그대로 규제하고 검토한 후 승인·보완하면, 국가대표 기업들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다 날려버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유수의 국내 기업들은 사라지고 외국 기업만 살아남게 돼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안타까운 손실이 발생하면 절대 안 된다는 게 박진식 위원장의 당부다.

박 위원장은 “정부가 빠른 기술 변화의 시대 속에서 지금보다 전향적인 태도로 정책적인 규제 완화 및 개선을 해줘야 병원과 기술 기업 모두 속도감 있게 국제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머뭇거리다가 자칫 실기하면 영영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는 꿈을 꾸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든다”며 “KHF 등에서 토론의 장을 마련할 계획이니 정책을 만드는 정부가 병원계와 산업계를 이해하고 선도적으로 변화를 이끌어 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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