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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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4.03.15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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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확대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 간의 강대강 대치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환자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더 나아가 의료산업 전체에 일파만파 근심이 커지고 있다.

일부 상급종합병원들은 의사 부족으로 신규환자를 받지 않고 있고 대부분 대학병원의 외래와 입원은 예년에 비해 절반 수준이나 그 밑으로 뚝 떨어진 상태다.

병원 입장에서는 설 연휴와 일수가 적은 2월은 적자를 감수한다 치더라도 3월부터는 시쳇말로 열심히 달려 수지를 맞춰야 할 때인데 오히려 2월보다 더 큰 적자를 내고 있다.

이러다 보니 병원들은 저마다 비용 절감을 위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 간호사와 행정직 등 직원들에게 무급 휴가를 권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 여파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제약업계도 힘든 시기를 맞고 있다. 아직은 괜찮다고 하지만 병원들의 경영이 더 나빠지면 제약사들은 수금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여기에 수술과 입원까지 줄어들면서 수액제, 마취제, 항암제, 의료기기까지 수요가 줄어 매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크게 내색하지는 않지만 전전긍긍이다.

대학병원 앞에 문전 약국들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지금은 영향이 미미하다고 하나 이 사태의 끝이 보이지 않고, 혹여 교수들마저 자발적 사직에 동참해 절반 밑으로 떨어진 외래마저 어렵게 되면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자가 병원 취재 중 만난 일부 직원들은 이번 사태가 이렇게 평행선을 달리면 본인들이 몸담고 있는 병원이 문 닫지 않을까? 월급은 줄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가뜩이나 물가도 오르고 대출이율도 오른 상태에서 월급마저 줄어들게 생겼으니 말이다.

병원에는 의사만 있는 게 아니다. 수많은 직종의 사람들이 환자치료를 위해 각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고 그 장소인 병원은 그들에게는 평생 피땀 흘려 일궈낸 직장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만 터지게 생겼다.”

한 병원 직원의 웃픈 넋두리가 기자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건 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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