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에 ‘울고’ 폭행에 ‘한숨’ 가득한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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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에 ‘울고’ 폭행에 ‘한숨’ 가득한 의사들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4.01.1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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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응급실에서 의료진 폭행 사건 또 발생
응급의학회·강원도의사회, “사기 급격히 저하”

각종 소송 등의 사법리스크로 어깨를 짓눌리던 응급실 의사들이 연이은 폭행 사건 탓에 마음 둘 곳 없는 모양새다.

강릉에 있는 한 병원 응급실에서 폭행 사건이 또다시 발생한 것인데, 의료계는 안 그래도 갈수록 늘고 있는 의료인 소송 탓에 응급의료가 붕괴 직전에 놓여있는데 잊을만 하면 폭행까지 더해져 한숨을 쉬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7일 강릉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에 대한 폭언 및 폭행 사언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 대한응급의학회와 강원도의사회 등은 즉시 성명을 내고 강력한 처벌과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건 당시 당직 의사는 낙상에 의한 두부 혹 환자의 두부외상 검사가 필요한 환자에게 CT 촬영을 요구했으나 낙상자와 동행한 보호자가 갑자기 욕설과 함께 난동을 피우기 시작했다.

피해 의사에 따르면 보호자는 ‘촌놈 의사가 말투가 건방지다’라는 지적과 함께 ‘내세울 것도 없는 촌놈들이 무슨 CT를 찍느냐’ 등의 욕설을 퍼부으며 의사의 가슴을 주먹으로 쳤다.

대한응급의학회는 “가해자에 대해 강릉경찰서의 엄정한 수사와 검찰의 엄중한 법 적용과 기소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주취 감경보다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른 추상같은 판결이 내려지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응급실 폭력은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 개인에 대한 피해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응급실에서 응급진료를 받던 다른 응급환자 안전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라는 게 응급의학회의 지적이다.

강원도의사회도 규모가 작은 의료기관에까지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응급실 폭행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강원도의사회는 “응급의료기관 폭행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진료실 비상벨처럼 유명무실하다”며 “의료기관 규모가 작고 인력이 부족한 지방으로 갈수록 더 큰 피해로 이어진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사례의 경우 지역 필수의료 위기가 심화한 가운데 지역 의사를 비하하는 발언까지 수차례 나왔다는 대목에서 의료계의 충격은 더욱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응급의학회는 “지역의료 현장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사에 대한 모욕적 비하 언행과 폭언에 가슴이 찢어진다”며 “모욕적 비하 언행은 그나마 지역의 응급의료체계를 지키던 의료진들 사기를 꺾고 현장에서 떠나게 만들어 지역주민들 생명과 안전에 위해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학회는 이어 “정부 당국도 적극적으로 응급의료 현장의 실정과 어려움을 이해하고 응급의료기관 및 응급의료인력에 대한 실질적 지원과 보호 대책을 진행해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의사에게만 엄격한 법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의 응급의학과 교수는 “의사를 폭행하는 환자 및 보호자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최선의 진료를 통해 환자를 살리고자 했지만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을 때는 의사에게 너무나 가혹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이런 현실이 계속된다면 응급의학, 나아가 필수의료는 끝없는 붕괴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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