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거주 비대면 진료 활성화 위해선 법‧제도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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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거주 비대면 진료 활성화 위해선 법‧제도 개선 필요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3.09.2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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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시 발생하는 모든 문제의 책임은 ‘의료진’ 몫
병원들, 복잡한 행정 절차‧의약품 수급‧책임보험 가입 등 해결해야

해외거주자 비대면 진료 활성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관련 법과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재 해외거주자들을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운영 중인 병원들은 비효율적인 행정 보고 절차, 의약품 수령, 의료진 책임보험 등의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은 9월 22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해외거주자를 위한 비대면 진료 확대 가능할까?’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고 해외 비대면 진료 활성화를 위한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9월 22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해외거주자를 위한 비대면진료 확대 가능할까?'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병원신문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9월 22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해외거주자를 위한 비대면진료 확대 가능할까?'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병원신문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는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규제샌드박스 사업으로 소수의 의료기관에서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비대면 진료 역시 일부 의료기관에서 실시하고 있을 정도로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이날 해외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시행 중인 서울아산병원 사례를 소개한 전인호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국제사업실장)는 외국인 환자 진료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현행 제도에 있다고 꼬집었다.

외국인 환자 대상 비대면 진료는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 제16조의 규정 범위 내에서 외국 의료인에 대한 의료 지식이나 기술 지원 등 비대면 협진만 규정해 현지 의사 참여가 요구된다.

또 외국인 환자 원격협진 사후 10일 전까지 시‧도지사에게 사전‧사후 관리 사전 보고를 매 건별로 실시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국내 의료인 정보(성명, 면허번호, 진료과목 및 소속 의료기관) △국외 의료인 정보(성명, 진료과목 및 소속 의료기관) △외국인환자(성명, 생년월일, 성별, 국적, 현재 거주 국가 및 지역) △사전‧사후 관리 내용(진료일시, 진료과목, 주상병명, 장소 및 ICT 장비) 등이 포함돼야 한다.

게다가 환자의 거동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나 환자의 주 보호자(의료기관 직원, 간호사, 통역사 등)만이 ‘의료법’ 제17조의2(처방전) 관련 대리처방 및 처방전 대리수령 범위에만 해당돼 대리진료나 처방이 어렵다.

전인호 교수는 “의료 지식이나 기술 지원, 환자 건강, 질병에 대한 상담 교류단계에서 필수 조건이 현지의 의사가 참여해야 한다”며 “의료법에는 원격지의사의 과실을 인정할 만한 명백한 근거가 없으면 환자에 대한 책임은 현지에 있는 의사의 책임을 본다라는 항목이 있는데 아마도 이 항목 때문에 여러 의료기관에서 외국인 환자 진료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교수는 “이미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 싱가포르나, 태국 등은 메디컬 투어리즘에 있어 우리보다 앞서가고 있는 국가인데 우리나라는 이런 저런 여러 규제들로 발목이 잡혀 상태”라며 “이제 어떻게 하면 우리가 새로운 유치사업을 발굴하고 광고, 의료서비스의 접근성을 개선시킬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교수는 △현지 의사와 비대면 협진이 아닌 의사-환자 간 비대면 진료 허용 △외국인환자 대리진료(대리처방) 구체화 △비대면 진료 관련 사전‧사후 보고 행정 절차 간소화 등을 제언했다.

전인호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국제사업실장)이 해외 환자 비대면 진료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병원신문
전인호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국제사업실장)이 해외 환자 비대면 진료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병원신문

정부의 규제샌드박스 임시허가 아래 재외국민 대상으로 해외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는 병원들은 공통적으로 약품 수급과 개인정보보호, 비대면 진료 의사 및 병원의 책임 배상 보험 의무가입 부담을 문제 삼았다.

배예슬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미래헬스케어추진단)는 외교부 재외공관 비대면 사업에 3년 연속 선정돼 진행 중이고 삼성그룹 관계사들과 계약을 체결해 해외 임직원 비대면 의료상담을 하고 있다면서 이를 확장해 현재 스리랑카, 네팔, 칠레까지 확장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배 교수는 “비대면 진료는 만족도가 높아 다들 다시 받기를 원하는데 약품 수급의 문제가 환자들이 가장 불편해 하는 문제로 일부 국가에서는 처방전만 가져가도 약을 구입할 수 없어 그 국가의 일차의료기관에서 다시 진료를 봐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보통은 가족이 다 같이 해외에 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직계 가족이 없는 경우에는 현지에서 구입하는 게 생각보다는 쉽지가 않고 비대면으로 지도를 하게 되면 원칙적으로 보험급여가 적용이 안 돼 비싸게 살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배 교수는 “규제샌드박스 승인 아래 사업이 진행되다 보니 아무래도 개인정보보호 배상 책임이나 의료 관련 이슈가 있을 때 의료진 배상 책임 보험 같은 거를 꼭 들어야 하는 의무 조항이 있어 기관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있다”며 “규제나 제도적으로 조금 더 잘 진행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주로 중국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부민병원도 동일한 문제를 제기했다.

김재영 부민병원 소화기내과 과장은 “제일 처음 한 것이 한국과 중국 약품을 매칭하는 작업이었다. 비대면 진료를 하더라도 약 처방이 제대로 안된다면 결국 반쪽 사업이 될 것임을 우려해 실제 중국에서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약품 매칭 작업을 했다”면서 “가급적 다국적 오리지널 제약회사, 큰 제약회사들로 중국에서 약을 처방할 수 있도록 매칭을 했다”고 소개했다.

또 법적 책임 소재 및 범위가 명확해야 져야 한다고 했다.

김 과장은 “배상보험이 있다고는 하지만 여러 가지 의료사고나 실제 직접 보지 않은 환자에 대한 불안감이 항상 있다”면서 “배상보험이 된다고 해도 이에 대한 민형사상 법적인 문제가 되는 건 또 다른 이야기로 의사가 보호를 받지 못하고 고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비대면 진료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과장은 비대면 진료를 시행한 첫해 보험료로 990만원을 냈다며 병원 입장에선 비대면 진료를 할수록 손해고 여러 가지 홍보비나 제반 비용을 고려하면 손해라고 전했다.

해외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는 병원들의 의견에 정부 부처와 기관들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 비대면 진료 관련 법 개정이 수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현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사무관은 “가장 중요한 것은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전반적으로 의료체계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만큼 우선은 사회적 논의를 바탕으로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면 의사책임문제, 책임보험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혁 산업통상자원부 규제샌드박스팀장은 “올해부터 개편된 책임보험료 지원 가이드라인에 따라 추후 보험 갱신 시에는 기존보다 상향된 국비지원액이 지급될 예정”이라며 “비대면 진료와 같이 대물 피해 가능성이 실질적으로 없는 경우 해당 보험가입을 면제하고 대체 손해배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서비스 공급 기관‧기업의 사업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비대면 진료 관련 법제화 또는 제도화가 필수적”이라면서 “법제화가 쉽지 않을 경우 서비스 대상을 재외국민으로 한정해 법제화를 논의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송주 외교부 영사안전정책과장은 “비대면 진료 관련 법령 자체가 부재하거나 불분명한 국가도 많아 실제 진료 진행시 현지 법령 저촉 가능성이 있어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며 “국내 의료진이 처방한 약품을 현지에서 확보하기가 어렵고 국내에서도 직계가족만 대리수령이 가능하고 수령한 약을 다시 해외로 보내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고 우려했다.

홍승욱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제의료전략단장은 “‘의료해외진출법’ 개정을 통해 국내 의료인이 해외 소재 외국인 환자 비대면 진료시 국내법상 처벌받지 않도록 법적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향후 계획을 언급했다.

한편, 토론회를 주최한 신현영 의원은 “법적 책임이나 행정책임의 몫을 의료기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 모든 책임 소재가 의료기관에 있다보니 해외 비대면 진료가 소수”라며 “니즈(needs)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가가 방치한 것 아니냐는 아쉬움이 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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