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특집] 비대면진료의 향후 전망과 과제 - 학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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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특집] 비대면진료의 향후 전망과 과제 - 학계
  • 병원신문
  • 승인 2023.07.0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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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 비대면진료 경험한 국민 수용성·만족도 크게 증가
사물인터넷 시대 디지털 접근성 향상, 의료영역 패러다임 전환
건강정보 제대로 측정하고 안전하게 저장… 자료 통합도 필요
스마트폰, 가상현실 등 디지털 기술 치료 영역으로 확장될 것
고상백 대한디지털헬스학회 회장(연세대 원주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고상백 대한디지털헬스학회 회장(연세대 원주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1. 비대면진료 진행과정

국내에서 비대면진료를 시행하고자 하는 노력은 1988년 원격 영상진단시범 사업을 시작으로 U-health 시범사업, 대학병원과 보건의료원 간의 원격의료 시범 사업을 통해 시작되었다. 

2002년 의료법 개정으로 의료인 간의 원격의료를 허용했고, 2010년 도서지역의 의사-환자간의 원격의료를 허용하고자 의료법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안전성, 대형병원 환자 쏠림, 의료영리화 등의 논쟁으로 법안 통과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4년부터 여러 형태의 정부주도 시범사업을 통해 원격의료의 안전성, 만족도 및 임상 유효성에 대한 데이터 수집이 이루어졌으며, 세 차례 보건복지부 주도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시행되었다.

이후 정부는 2018년 비대면진료의 단계적 추진안을 발표하며, 일부 지역을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특구’로 지정, 비대면진료를 허용하였다.

비대면진료가 전국적으로 확산한 계기는 2020년 2월 코로나19 확산이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이다.

의료기관의 방문을 통한 감염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의료기관 방문을 자제하게 하되, 지속적인 관리와 상담 및 처방이 필요한 만성질환자나, 긴급한 진료가 필요한 급성기질환자를 위한 필수적 의료서비스의 접근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 그동안 진행하지 못했던 비대면진료 중 비대면 방식의 상담 및 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그러다 2023년 5월부터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됨에 따라 비대면진료가 종료됐다.

현재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2. 비대면진료 전망

코로나19로 비대면진료에 대한 한시적 허용이라는 제도적인 측면에 힘입어 비대면진료가 급증했으나, 최근 시범사업으로 전환하면서 비대면진료가 상대적으로 크게 감소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비대면진료는 확정된 미래로 증가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비대면진료와 같은 디지털헬스 영역은 크게 증가할 것이고, 우리나라도 큰 틀에서는 이러한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제도적인 환경이나 법적 규제가 앞으로의 우리나라 비대면진료 성장 속도에 영향을 줄 것이다. 

비대면진료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환자들은 비대면진료를 대면진료의 대안으로 부족한 것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코로나 상황에서 우리 국민은 비대면진료에 대한 수용성이 크게 증가하였다. 

2만5,697개 의료기관에서 총 1,379만명을 대상으로 3,661만건의 한시적 비대면진료가 실시되었다.

참여 의료기관 중 92.6%가 의원급이었고, 고령층, 만성·경증질환을 중심으로 높은 이용률을 보였다.

고혈압, 당뇨병 환자 중 비대면진료 이용자군과 비이용자군 각각의 비대면진료 허용 이전(2019년)과 허용 이후(2020년) 처방지속성 변화를 분석한 결과, 비대면진료를 이용한 만성질환자의 처방지속성, 즉 치료과정에서 약물을 꾸준하게 복용하는 정도가 비대면진료 허용 이후 증가하였다.

비대면진료 안전성 측면에서도 큰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전화상담 처방 진료를 받은 환자 또는 가족 500명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2020년) 결과, 응답자의 77.8%가 ‘비대면 진료 이용에 만족한다’라고 답변했으며, 응답자의 87.8%가 ‘재이용 의향이 있다’라고 응답했다.

이러한 결과는 비대면진료에 대한 제도적 환경이 바뀌면 비대면진료 수요를 끌어 올릴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의 시대를 맞아 디지털기술이 증가하고 있고, 의료의 영역에서도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스마트폰 및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활용한 디지털헬스 의료기기는 각종 사물끼리, 사물과 사람이 서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디지털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디지털헬스 의료기기는 몸에 착용하거나, 피부에 부착하거나 심지어 체내에 삽입하는 형태로 발전하면서, 사용자와 주변 환경의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다.

이러한 측정 자료가 건강관리와 의료에 활용도가 높은 이유는 기기를 지속적으로 착용함으로써 끊임없이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우리 몸에 대한 데이터를 연속적이고, 정량적으로 높은 빈도로 실시간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 가야만 얻을 수 있는 자료를 병원 밖 일상생활에서도 측정할 수 있고, 기존에 얻기 어려운 라이프로그 자료도 실시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비대면진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됨에 따라 이러한 상호 작용은 환자와 의료인 모두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제 비대면진료는 의료 산업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이러한 비대면진료는 최근의 디지털헬스 기술의 발전으로 서비스 영역이 계속 확장되고 있으며 의료인이 환자를 치료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되고 있다.

따라서 비대면진료를 둘러싼 쟁점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지금은 정해진 가이드 기준에서 합리적 의견 개진을 통해 국내 의료 환경에 정착할 수 있는 비대면진료 모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출처: 연합)
(사진출처: 연합)

3. 비대면진료의 향후 과제

1) 제도화 요건

향후 비대면진료 허용범위 확대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잠재적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환자 중심의 의료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비대면진료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요건에 대해 관련 논의를 하여야 한다.

비대면진료 규제 완화와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쟁점들은 안전성, 유효성, 사용자 경험, 형평성, 대상자 특성, 데이터의 보안, 법적 책임소재, 비대면 진료 수가, 초재진여부 등이 있다. 

비대면진료 확대에 대한 논의는 환자의 질환・상태에 맞는 적정 의료이용 지원 및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을 통한 의료시스템의 효율성 제고 등 의료전달체계 개선 차원과 함께 비대면진료 산업 생태계 조성 등 포괄적으로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2) 환자중심 서비스의 연속성 확보

비대면진료는 향후 환자 중심 서비스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대면진료가 단순하게 진단하고 처방하거나 임시적인 수단이 아니라 건강관리의 연속성을 확보해야 한다.

디지털헬스를 통한 건강관리의 연속성은 대면진료 만큼 좋은 진료를 제공하고, 동등한 접근성을 제공하기 위한 기반이 될 것이다.

비대면진료는 처방 외에도 예방, 관리, 재활 등으로 서비스 연속성 차원에서 확대해야 한다.

형평성 차원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등을 고려해야 한다.

만성질환은 꾸준한 건강 관리가 핵심으로, 환자는 자신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생활습관을 관리해야 한다. 의사 역시 환자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직접적인 치료와 처방 외에도 운동이나 식단, 음주 등 전반적인 생활습관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단순히 일회성으로 증상을 말로 설명하고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환자와 의사가 소통해야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가능하다.

건강을 포함한 환자의 주변 환경에 대한 ‘자가 건강 측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 의료 서비스가 가능하기에 효과적으로 만성질환은 물론 합병증 등을 예방한다.

무엇보다 만성질환 관리 앱을 활용하면 매번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할 수 있다.

충분히 쌓인 건강 데이터를 통해 비대면으로도 맞춤진료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비대면의료의 핵심구성요소로 원격환자모니터링(RPM; remote patient monitoring)에 대한 서비스가 안정화 되어야 한다.

최근 연속형 혈당측정기, 연속혈압측정기, 웨어러블 심전도 모니터링 등 디지털의료기기들이 상용화되고 있다.

RCM 프로그램은 원격 모니터링 및 건강 코칭을 활용하여 환자가 자가 관리를 강화할 수 있으며,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가 진료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외래 처방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완화 치료, 가정 투석 및 수술 후 치료를 위한 서비스로 확대할 수도 있다. 

3) 관련 기술요소의 발전

우리는 코로나19를 통해 한시적 비대면진료를 경험하였고, 전화로 이루어지는 상담 및 진료, 처방이 안전성 측면에서 수용 가능하다는 경험을 얻었다.

전화상담보다는 화상진료가 오진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고,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며 전반적인 의료의 질을 높인다.

또한 단순한 화상진료보다는 의료기기를 통해 얻은 환자의 건강정보를 활용하는 비대면진료가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고, 측정 가능하며 객관적이고 개인화된 의료를 제공한다는 것을 경험하였다.

따라서 디지털헬스 기술의 발전을 통해 건강정보를 제대로 측정하여야 하고,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자료의 통합이 전제되어야 한다.

스마트폰, 웨어러블 등 디지털헬스 의료기기에서 측정된 데이터 뿐만 아니라 진료기록, 처방기록, 의료영상자료 및 검사결과 등 전통적 의미의 의료데이터 통합도 필요하다.

이와 같이 한 사람의 건강에 대해 여러 데이터가 한 곳에 모이게 되면, 한 개인의 건강과 질병에 대해 보다 통합적이고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연속적인 데이터를 포함한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총체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디지털헬스 의료기기를 통해 의료데이터가 질적·양적으로 개선되고, 디지털화되어 자료가 축적되고 플랫폼을 중심으로 통합되면서 딥러닝으로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지털헬스가 인공지능을 통해 질병을 진단하고, 질병을 예측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그 범위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비대면 진료의 활용성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앞으로 디지털 기술 그 자체를 환자를 치료하는데 활용하는 영역으로 확장할 것이다. 

즉,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가상현실(VR; vertual reality), 챗봇, 인공지능 등의 소프트웨어에 기반하여 환자를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기기가 활성화 된다.

특히 디지털치료기기는 의약품과 유사하게 의료인 처방 후 환자가 원외에서 자가 사용하는 형태로 의료기기 자체가 치료를 제공한다. 

4) 고령화시대 비대면진료의 역할

2000년 65세 이상 노인인구 7.2%이었던 고령화율은 2025년 21%가 되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2035년이 되면 30%에 달하게 된다.

초고령화 시대에 제한된 의료자원, 공간적인 한계와 시간적인 제약을 극복하여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비대면의료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급성기 치료를 마치고 재택으로 복귀할 경우 비대면진료는 중요한 역할을 제공할 것이다. 

돌봄서비스 영역에도 디지털헬스 기술은 다양한 서비스 영역에 적용이 가능하다.

예컨대 양로시설 또는 홈케어 기반 침상, 방, 출입구 등 노인의 활동량과 호흡센서 등 사물인터넷 기반 센서를 설치하여 응급상황을 대비하고 있고, 웨어러블 의료기기를 제공하여 실시간 건강상태를 측정하고 환자의 질병 위중도에 따라 지역 의료기관과 연계하여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와 만성질환이 확산되는 추세에 병원과 같은 시설중심의 치료기능 만으로는 다가올 미래를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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