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행 수가체계 개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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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행 수가체계 개혁이 필요하다
  • 병원신문
  • 승인 2023.07.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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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의료계는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문제로 홍역을 앓은 적이 있다.

당시는 의료계의 거센 반발속에 코로나19가 가라앉은 후 다시 논의하기로 하는 선에서 일단락 됐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응급환자가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 사망하는 사건이 수차례 발생한 것을 계기로 다시 의사인력난의 해결책으로 의대 증원에 시선이 쏠리게 된 것이다.

의대 증원 문제는 이해관계에 따라 인식의 차이가 커 좀처럼 사회적 합의에 접근하기 힘든 상황이다.

앞으로 의사 부족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시각과 저출산으로 의사가 넘쳐날 것이라는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의대 증원을 해도 충분한 수가보상같은 유인책이 없는 한, 필수의료분야의 의사인력난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대로 가면 의대 증원 논의는 고사하고 새 정부가 추진해 온 일련의 정책들마저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필수의료 대책과 응급의료 개편, 현재 시범사업 중에 있는 진료지원인력 등이 모두 의사인력의 적절한 공급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제도 도입 이래 원가에도 못미치는 저수가체계가 몸에 밴 의료계로서는 무작정 의사인력을 늘리자는 것에 찬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의대 증원 논의와 동시에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수가보상 확대나 지원책을 진행해야 조금이나마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낮은 수가와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환자가 잘못되면 형사책임까지 져야 하는 리스크를 안고 환자를 돌봐야 하는 무게를 견딜 의사를 기대하는 자체가 무리다.

의사를 고용하는 의료기관의 입장에서 봐도 그렇다.

필수의료인력의 수급 실패로 치솟는 인건비, 만년 적자상태인 응급실과 중환자실, 의사인력난의 숨통을 트여준 진료지원인력(PA)에 대한 불법논란 등 온통 지뢰밭이다.

값싸고 편리해서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대한민국 건강보험체계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이처럼 곪아 터져 폭발하기 일보직전인데, 서로 머리를 맞대고 솔로몬의 지혜를 찾는 대신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양보만을 강요하고 있는 게 작금의 실정이다.

이제는 수가가산으로 모면해서는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

의료현실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을 정도의 현행 수가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이 아니면 해결하기 어렵다.

보험료로 충당하기 힘들면 국가예산을 들여서라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수가개혁 없는 대책은 미봉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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