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상담서비스 활성화 전제는 의료행위 인정
상태바
유전상담서비스 활성화 전제는 의료행위 인정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3.05.31 12: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전상담 제공 병원들 경제적 부담 감당 어려워
전문유전상담사 배출해도 고용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아
정부, 유전상담서비스 필요성엔 공감…건보급여 적용은 아직

희귀질환 유전상담서비스가 활성화되고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실질적이고 전문적인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유전상담서비스를 의료행위로 인정하고 이를 급여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과 한국희귀질환재단(이사장 김현주)은 5월 31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국내 유전상담서비스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유전상담이란 질환의 유전적 요인이 환자와 그 가족에게 미치는 의학적, 심리적 이해를 돕는 소통의 과정이다.

유전상담은 가족력과 환자의 병력을 통해 특정 유전질환의 위험을 평가하고, 유전질환에 대한 교육과 상담을 제공함으로써 환자가 자신에게 알맞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게 된다.

그러나 유전상담서비스는 전문성과 30분 이상 장시간이 소요되는 유전상담의 특성상 임상유전학 전문의가 혼자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의사와 유전상담사가 하나의 유전상담 팀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유전상담서비스가 의료행위로 인정돼야 한다.

이날 김현주 한국희귀질환재단 이사장은 ‘국제기준에 맞는 유전상담서비스의 활성화 및 의료서비스로의 제도화’라는 발제를 통해 “진료 시간이 3~5분 정도에 불과한 국내 대학병원의 여건상 의사가 30분 이상 소요되는 유전상담을 급여 없이 제공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이야기다”며 “의사와 유전상담사가 하나의 유전상담팀을 구성, 진단은 유전자 검사 결과를 토대로 의사가 내리고 상담과 소통은 유전상담사가 하도록 유전상담서비스가 의료행위(보험급여 코드)로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이사장은 “전문유전상담사의 고용이 일어나지 않고 상담을 제공한다고 해도 환자들에게 비용을 받을 수 없다 보니 유전상담을 제공하는 병원들은 경제적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에서는 2015년 유전상담사 첫 인증을 시작으로 2023년 현재까지 62명의 유전상담사가 배출된 상태지만 병원에서 근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 이사장은 “2021년 12월에 발의된 희귀질환관리법 제3조에 따르면 정부는 유전상담서비스를 희귀질환의 관리와 예방을 위한 적절한 의료서비스로 제공할 의무가 있지만 이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며 “유전상담서비슬 제도권 내 의료서비스로 도입해야 유전상담서비스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과 한국희귀질환재단은 5월 31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국내 유전상담서비스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병원신문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과 한국희귀질환재단은 5월 31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국내 유전상담서비스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병원신문

또 다른 발제자인 정선용 아주의대 의학유전학과 교수는 ‘일본의 유전상담 교육과정과 유전상담 의료서비스 현황’에서 일본은 유전상담을 의료서비스로 제도화해 운영 중이며 많은 대학에서 유전상담사를 양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의 경우 지난 1972년 일본인류유전학회에서 ‘유전상담네트워크위원회’를 발족하고 의사유전상담사의 필요성을 제시한 이후 1977년 의사유전상담카운슬러 양성을 위한 정기 세미나 시작 및 유전상담센터를 설치해 의사와 더불어 조산사, 간호사 등에게 유전상담 교육을 시행했다.

이어 2002년 일본인류유전학회와 일본유전카운슬링학회 공동으로 설립한 ‘임상유전전문의제도위원회’에서 임상유전전문의 인정제도를 시작해 현재까지 1,727명의 임상유전전문의를 배출했다.

또 2003년 신슈대학대학원과 키타자토대학대학원에 비의사 유전카운슬러 양성전문 과정을 개설한 이후 올해 5월까지 전국 25개 대학의 대학원에서 유전카운슬러 양성전문과정을 운영 중에 있으며 2005년 일본유전카운슬링학회와 일본인류유전학회가 공동으로 인정하는 인정유전카운슬러제도가 시작된 이래 356명을 배출한 상태다.

정선용 교수는 “일본의 경우 병원에서 유전상담외래, 유전외래라는 이름의 진료과를 운영하고 있는데 유전상담 비용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급여로 받고 있다”며 “임상유전전문의 등 의사와 인정유전카운슬러로 팀을 꾸려 운영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정 교수는 “국내 유전상담 활성화를 위해서는 유전상담 대학원 교육과정이 증설돼야 하는데 지방 대학을 중심이 필요하고 배출되는 유전상담사가 병원, 대학, 연구소, 기업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한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과 대학 간의 교류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앞으로 일본의 유전외래처럼 유전상담서비스 관련 의료제도 개선과 함께 유관학회인 대한의학유전하고히의 의지와 역할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유전상담서비스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건강보험 제도권 도입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지원 질병관리청 희귀질환관리과장은 “유전상담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고 아직까지 미충족 수요로 남아 있는 부분들이 많이 있어 관련 지원 정책에 대한 요구도가 높다는 부분 역시 인지하고 있다”면서 “질병청은 가족 단위 예방관리를 통해 올해 2023년부터 정부 주도 사업으로 유전상담지원 사업을 시작해 그동안 의료 현장에서 다양한 양성으로 이뤄졌던 유전상담에 대해서 표준화된 체계를 갖추고 서비스 제공 기관들의 편차를 줄여 전문적인 유전상담을 제공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성훈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유전상담서비스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는 않다”며 “다만, 건강보험이 갖고 있는 제도적 특성으로 인해 건강보험 제도권에서 이 부분에 대한 쟁점이나 이슈가 아직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이어서 “최근 이명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통과돼 상담서비스에 대한 근거나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며 “이를 통해 유전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움이 될 것이다. 오늘 주신 의견들을 가지고 고민하고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