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노조, 노인요양시설 임대 운영 허용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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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노조, 노인요양시설 임대 운영 허용 규탄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4.1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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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자본의 요양시설 진입을 허용해 장기요양보험 공공성을 포기할 건가” 반문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이 노인요양시설 임대 운영을 허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정부를 규탄했다.

거대 자본의 요양시설 진입을 허용해 장기요양보험의 공공성을 포기하려는 시도로 보고 경계에 나선 것.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이유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65세 이상 노인의 건강증진과 생활 안정을 도모하고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해 2008년 7월 출범했다.

출범 당시 21만 명에 불과하던 수급자 수가 100만 명이 넘어설 정도로 이제는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사회보장제도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장기요양보험의 양적인 성장과 반대로 서비스의 질 향상과 수급자의 욕구 반영 등 많은 개선 사항이 산적한 것도 사실.

그중 가장 크게 염려스러운 것은 장기요양기관의 공공성에 대한 문제라는 게 건보노조의 설명이다.

건보노조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기요양기관의 비율은 민간이 99%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 중심으로 편향돼 있으며 2021년 기준 입소시설(10인 이상의 노인요양시설과 10인 미만의 노인공동생활 가정) 5,988곳 가운데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곳은 전체 시설의 0.01%인 118곳뿐이다.

대다수 장기요양시설 입소자들과 가족들은 쾌적하고 안정적인 환경이 보장되는 공공 요양시설에 입소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일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는 서울요양원의 경우 150명 정원에 현재 대기 인원이 1,000명을 넘어 2019년도에 신청한 대상자가 5년 만에 입소를 하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국공립 시설 입소 대기 상황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데, 이 때문에 노인 돌봄서비스에 민간 참여를 독려하기보다 공공부문 인프라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건보노조는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보건복지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돌봄서비스 시장에 민간·기업 참여를 강조한 ‘준 시장화’를 지시했지만, 노인장기요양보험 보험료 인상이나 국비 지원 확대가 이뤄지지 않는 등 재정이 충분치 않아 돌봄서비스의 질이 낮은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할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즉, 돌봄의 시장화가 강화될 경우 소득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서비스 질 격차도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돌봄서비스 제공에 민간 대기업의 참여를 더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풀이한 건보노조다.

보건복지부의 태도 변화도 감지됐다.

복지부는 최근 노인요양시설을 임대해 운영할 수 있는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는 ‘노인의료복지시설 기준상 10인 이상의 노인요양시설을 설치할 경우 시설 설치자는 반드시 토지 및 건물의 소유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는 요양시설을 설립하려면 사업자가 토지와 건물을 소유해야 가능하다는 뜻으로, 입소 노인의 주거 안정과 노인요양시설의 난립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 장치다.

건보노조는 “이미 KB손해보험과 대교 등 재벌 대기업이 장기요양시장에 진출했고 여타 생명보험사들이 시장진출을 준비 중인데,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초고령화 속도가 빠른 우리나라에서 대다수 국민의 바람을 저버리고 민간의 장기요양 시장 진입을 더욱 쉽게 열어줘 대기업 자본의 경쟁체제로 가려는 정부의 움직임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건보노조는 “노인요양시설 임대 운영 제한 규제 해지의 내용은 그동안 보험사들이 요양서비스 산업에 진출하기 위해 오랫동안 정부에 요청한 사항으로, 이 내용이 최종 확정돼 요양시설에 임대가 허용되면 갑작스러운 시설 폐업으로 급히 다른 시설로 옮겨야 하거나 사업자가 임대보증금을 지불하지 않고 잠적하는 사유 등으로 인해 입소 노인들의 주거 불안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 등은 거대 금융자본이 설립한 요양시설이 폐업하면서 이른바 ‘요양시설 난민’을 낳은 사례가 발생한 바 있는데, 우리나라도 같은 상황에 빠질수 있다는 의미다.

지금도 장기요양기관의 개·폐업은 빈번하다.

건보공단의 2020년도 자료에 의하면 10인 이상 요양시설의 폐업률은 4.59%에 이르며, 임대가 가능한 10인 미만의 노인공동생활가정은 폐업률이 9.11%로 한층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보노조는 “정부는 요양시설의 공공성이 강화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때이지, 임대 요양시설을 도입해 대도시 위주의 시설집중과 난립 등 대기업 프랜차이즈 사업처럼 수익 중심의 영리화를 추구할 때가 아니다”며 “재벌 대기업 프랜차이즈 사업의 폐해처럼 결국 운영이 불안정한 기관과 재벌들만을 위한 기관을 확대해 입소자와 가족들의 불안함·부담감은 더욱 증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건보노조는 이어 “많은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대기업 자본의 임대를 통한 민간 요양시설의 활성화가 아닌 1%도 채 되지 않는 국공립요양시설의 확대를 통해 나 자신과 부모님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이라며 “국민들의 편안한 노후를 담보하기 위해 장기요양보험의 공공성 강화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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