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지키며 내가 좋아하는 일, 믿는 일을 끝까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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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지키며 내가 좋아하는 일, 믿는 일을 끝까지 하자”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4.10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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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식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 이사장…제31회 JW중외박애상 수상
심장질환으로 고통받는 국내·외 환우 위해 수술 지원으로 사랑 실천
그간 세종병원이 한 일에 대한 상이자 세종병원 가족들을 위한 상

‘심장병 없는 세상을 위해’,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위해’라는 이념을 기반으로 어려운 내·외부적 상황 속에서도 수많은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들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는데 단 한 번도 소홀함이 없었던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의 박진식 이사장이 제31회 JW중외박애상의 수상자로 선정됐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국내·외 이웃들의 손을 언제나 따뜻한 마음으로 잡아주게 된 계기 듣고 그 의지를 느끼기 위해 박진식 이사장을 찾아갔다.

제31회 JW중외박애상 수상자 박진식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 이사장
제31회 JW중외박애상 수상자 박진식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 이사장

# 제31회 JW중외박애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을 부탁합니다.

대한병원협회와 중외제약이 수여하는 중외박애상을 받게 돼 아주 큰 영광입니다. 박애가 무슨 뜻인지 한 번 찾아봤는데,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널리 사랑하다’라는 의미더군요.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의 이념과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연배나 그간의 개인 이력을 통해 이렇게 의미 깊은 상을 받은 것이 아니라 부천에서 시작해 인천으로 이어지는 세종병원이 오랫동안 한 일, 그 일을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노력한 모든 세종병원 가족들이 함께 받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 심장질환으로 고통받는 이웃에게 수술 지원 등을 통해 사랑을 실천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세종병원이 설립된 1982년까지만 해도 매년 태어나는 아이들의 0.8%가량은 심장병 수술이 절실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를 제대로 시행하는 의료기관은 거의 없던 상황이었죠. 수술을 받기만 하면 정상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약해지다가 생명을 잃게 되는 안타까움을 해결하고자 병원이 설립됐고, 결국 ‘인간에 대한 사랑을 실천한다’는 그 의지 자체가 병원의 설립이념이 됐습니다.

저는 2008년 세종병원에 입사하기 전부터 이런 병원의 가치관과 역사를 이미 알고 있었고, 너무나 훌륭한 세종병원의 전통과 유산을 잃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자 했던 것이 계기라면 계기일 수 있겠네요. 병원을 설립한 박영관 회장님은 원훈을 ‘봉사’, ‘인화’, ‘창의’로 정했는데 당시 내 병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병을 알아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부지기수였습니다.

그런 와중에 고(故) 로널드 레이건 제40대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고 낸시 레이건 여사가 1983년 11월 방한해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던 한국인 어린이 두 명을 직접 미국으로 데려가 수술을 시킨 일화가 이슈가 됐고, 해당 소식을 접한 박영관 회장님은 ‘우리나라도 스스로 심장병 어린이를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표 아래 지금의 세종병원을 만들기 위한 토대를 다지셨습니다.

# 현재까지 국내·외 심장병 환자들을 위해 전개한 의료나눔 활동을 소개해 주세요.

1983년인 개원 초부터 국내 선천성 심장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료수술을 진행하는 등 의료나눔 사업을 전개해 2023년 2월 15일 기준 총 1만2,788명의 환자들이 세종병원에서 새 삶을 찾았습니다. 1989년부터는 국내를 넘어 해외로 눈을 돌려 심장병 환아 무료수술을 시행했습니다. 처음에는 중국 연변에 거주하는 한국 동포들 위주로 시작했으며 이후 러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몽골, 필리핀 등 약 25개국에 달하는 해외 국가들을 대상으로 현재까지 1,605례의 심장병 무료수술을 시행했습니다.

이는 민간병원으로는 최장기간, 최다 해외환자에게 심장 수술을 지원한 것이며 이 같은 의료나눔 활동은 해외 언론을 통해 수차례 소개되면서 자국의 병원도 하지 못한 일을 해주는 ‘고마운 병원’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고 낸시 레이건 여사와 미국이 했던 것처럼 말이죠. 2009년에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설립자인 박영관 회장님이 러시아 극동지방의 행정 중심 도시 하바롭스크시 시의회로부터 명예시민에 추대되기도 했습니다.

# 오랫동안 국내와 해외에서 심장병 무료수술을 시행한 역사는 병원 혼자만의 힘으로는 쌓을 수 없었을 텐데, 이를 가능하게 한 힘은 어디에 있을까요?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취약계층을 위해 여러 이웃과 협력해 더 큰 사랑을 만들어왔기 때문입니다.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심장병 어린이 돕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등 종교단체를 비롯해 광명시, 부천시 등 지역사회와 금융감독원, KB국민은행, 수와진의사랑더하기, 한국구세군, 밀알심장재단, 한국심장재단, 세이브더칠드런, 사랑실은교통봉사대, 한국청년회의소, 푸른봉사대, 성안심장재단, 새생명복지회 등 다양한 분야의 여러 기관은 매년 국내·외 심장병 환아를 수술하는 데 있어서 든든한 동반자들입니다.

사실 기부와 후원은 ‘남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처럼 각계각층에서 심장병 어린이들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그들에게 교육의 기회 그리고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성장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준 것이 얼마나 보람되고 가치 있는 일인지를 알려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피드백하고 있습니다. 분기별로 발간하는 ‘사랑YES 희망YES’라는 잡지를 통해 후원금이 어디에 쓰였고, 그 후원금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얼마나 건강하게 회복·퇴원했는지 등의 소식을 알리고 있으며 이들이 후원자들에게 전하는 진심 어린 감사편지 등도 게재하고 있습니다.

# ‘사랑YES 희망YES’라는 말이 나와서 말인데, ‘사랑YES 희망YES’는 더욱 적극적인 의료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세종병원이 설립한 후원회로 알고 있습니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료를 시작도 하지 못하거나 소중한 생명을 포기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세종병원에서 2008년도에 설립한 병원 후원회입니다. 거액의 후원은 못 하지만 적은 금액이라도 기부를 통해 심장병 어린이들을 돕고 싶은 개인들의 문의가 갈수록 많아짐에 따라 그들에게 공식적인 후원 창구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죠.

‘사랑YES 희망YES’는 ‘사랑을 나누면 희망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앞에서 설명한 각종 후원단체들의 관심도 물론 중요하지만, 개개인의 작은 관심 하나하나도 무척 소중합니다. 우리나라에 기부를 통해 사랑을 실천하고 싶은 사람이 이렇게 많았는지 몰랐습니다. 매우 놀랐어요. 그러면서 든 생각은 개인 기부자들을 위해서라도 세종병원 스스로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하고 자세를 바로잡아야겠다는 다짐이었죠.

지금도 매일같이 수많은 기부자들의 소중한 마음을 병원 곳곳에 아로새기고 있습니다. 현재 ‘사랑YES’는 심장병돕기성금, ‘희망YES’는 병원발전기금으로 나눠 기부를 받고 있는데, 당연하게도 ‘사랑YES’에 대한 관심이 더 뜨겁습니다.

# 해외 환자 직접 치료를 넘어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해외 의료진 연수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어떤 활동을 했나요?

세종병원이 해외 심장병 환자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마치더라도 해외 현지에서 적절한 관리를 해야 더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상 그 일이 힘들었죠. 그래서 의료나눔 외에도 1988년부터 해외 의료진 연수 프로그램을 구성해 아시아 및 저개발 국가를 대상으로 최신의 심혈관질환 진단 및 치료, 선진 의료기술 등을 전파했습니다.

이를 통해 현지 국가의 의료 수준을 높이는 것은 물론 현지에서 심장병으로 고통받는 환아들이 대한민국과 동일한 환경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이바지했다고 봐야죠. 심장병은 흉부외과 의사 혼자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흉부외과 의사 외에도 마취과 의사, 소아청소년과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 7~8명으로 구성된 하나의 팀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죠. 그래서 팀 단위로 교육을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현재까지 200여 명에 이르는 해외 의료진이 연수에 참여했으며 선진 의료기술을 배우기 위한 방문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50여 개에 달하는 해외 의료기관과 협력 관계를 맺으며 심장병 전문 의료기관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고 특히, 중국의 신축 병원 의료진을 현지에서 직접 교육하는 국가 단위 프로젝트에도 참여한 바 있습니다.

# 오랜 기간 의료나눔 활동을 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을까요?

지금까지 수술한 모든 국내·외 환자들 한명 한명이 기억에 남기 때문에 특별히 하나의 사례를 선택하긴 어렵네요. 그래도 굳이 꼽아보자면 병원 역사상 첫 심장병 무료수술 사업의 대상자였던 어린이가 건강하게 성장해 세종병원에서 출산을 하고 싶다고 찾아온 것입니다. 다른 산부인과 병원이 많은데 굳이 세종병원에서 출산을 하겠다고 하길래 누군가 봤더니 첫 무료 심장병 수술의 주인공이었고, 그는 “나에게 새 생명을 준 곳에서 또 다른 나의 새 생명을 만나고 싶다”는 말로 감동을 줬습니다.

이 외에도 자이툰 부대와의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수술을 한 10명의 아이들, 아프리카 오지인 수단에 파견을 떠난 선교사가 본인도 열악하고 힘들게 지내면서 더 어려운 삶을 사는 현지 어린이들의 심장병을 치료하기 위해 직접 후원금을 모아 우리 병원으로 보낸 일 등이 기억에 남네요.

# 후배 병원 경영자들, 예비 의사인 의과대학 학생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제가 전공을 선택할 당시 박영관 회장님께 물었습니다. 요즘은 안과와 성형외과가 소위 잘나가는 진료과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회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예전에는 찬밥신세였던 진료과가 인기가 제일 많을 때가 있고, 지금은 잘나가는 진료과가 나중에는 큰 관심을 못 받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모든 진료과는 부침이 있으니 가장 하고 싶고 좋아하는 전공을 선택해라.”.

세종병원 운영도 그랬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특별히 크게 지원을 해준 영역도 아닌 데다가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그만두고 싶은 위기가 반복됐습니다. 그럴 때마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이었기에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지금은 국내 유일의 심장전문병원이 됐지요. 새롭게 의료기관을 운영하려는 병원 경영자 후배들과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의료계를 책임질 의대생들 모두 자신의 주관을 갖고 끝까지 도전해야 최종에 가서 보람을 느낄 것입니다. 원칙을 지키며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끝까지 하십시오.

# 대한민국 병원계에 놓인 숙제와 과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선 국내 유일의 심장전문병원이란 타이틀은 세종병원에게는 자부심이 될 수 있는 표현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심장전문병원이 한 곳밖에 없는 슬픈 현실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필수의료에 사명감을 갖고 운영되는 병원들이 더 많이 생길 수 있도록 국가 의료체계 차원에서의 시스템적인 보완이 있길 희망합니다.

그리고 최근 정부 정책의 추세가 중소병원보다는 대형병원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데, 사실 대형병원도 특정 영역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는 중소병원에 자극을 받을 수 있고 중소병원은 대형병원을 보면서 더 열심히 노력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대형병원과 중소병원은 우리나라 병원계의 파트너인 동시에 경쟁자입니다. 이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균형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합니다.

# 마지막으로 지금의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을 만든 병원 가족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여러 병원과 단체를 방문하고 겪어보면서 느낀 것은 우리 병원만큼 원칙을 지키고 환자를 생각하는 의료기관은 흔치 않다는 것입니다. 이는 직원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제가 JW중외박애상을 받은 것이 아니라 병원 가족들의 노력과 헌신을 기반으로 다 같이 함께 받은 것입니다. 365일 24시간 하루도 빠짐없이 전국의 응급심장수술을 대부분 수용하고 있는데, 그만큼 병원 구성원 전체가 사명감을 지니고 땀을 흘린 덕분입니다. 대단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고, 항상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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