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우려가 현실로”…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이대론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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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우려가 현실로”…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이대론 위험하다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3.03.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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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시행에 앞서 정부‧국회는 의료계 우려부터 불식 시켜야

“우려가 현실로….”

최근 서울 강남 소재 성형외과에서 환자의 시술 장면 등이 담긴 영상 정보가 고스란히 인터넷에 불법 유출된 사건을 접한 기자의 머릿속에 떠오른 첫 문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사건이 오는 9월 25일 시행을 앞둔 수술실 CCTV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의료계와 기자가 바라보는 시각은 이를 따로 떼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바로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논의를 시작해 지난 2021년 8월 통과될 때까지 의료계는 한결같이 해킹을 통한 정보 유출이나 환자 사생활 침해처럼 CCTV 설치 부작용과 영상 유출 우려 등을 지적해 왔다.

이 때문에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사협회가 ‘의무화 시행 전면 중단’, ‘원점에서 재검토’라는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을 두고도 과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CCTV(폐쇄회로) 영상이라도 일단 한번 생성된 영상정보는 의료기관이 아무리 철저한 관리‧감독을 해도 유출될 위험이 있는 만큼 향후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로 수술 장면의 영상이 유출될 경우 병원과 의료인, 국민 모두가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사건으로 촉발된 의료계의 의무화 반대 주장을 정부와 의료계의 해묵은 갈등 표출이나 CCTV 설치‧활용과 전혀 다른 문제라고 치부해 버린다면 수술실 CCTV를 의무를 지고 있는 병원계의 협조를 바랄 수 없다.

실제 CCTV 설치와 관련해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은 영상 유출 사고를 막을 수 있을 만큼의 보안시스템까지 구축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은 지원 대상에서조차 제외해 버린 가운데 수술실 CCTV 설치‧운영과 보안사고 등 관리에 대한 책임소재까지 경제적‧법적 책임을 모두 병원에 부담하는 것은 너무 가혹해 보인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 사건을 한 개인의 일탈이나 해커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일로 넘겨서는 안된다. 오히려 이번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의료기관의 불안과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수술실 CCTV로 인한 영상 유출은 단순히 시행착오 기간을 거쳐 수정‧보완해 나갈 수 없는 정책인 만큼 모든 변수를 고려한 완벽한 준비없이 일단 시행하고 보자는 행태는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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