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지정 사각지대 해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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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 지정 사각지대 해소해야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3.03.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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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 질환에도 선천성과 후천성에 따른 지정‧미지정 등 문제
김현영 서울대병원 소아외과 교수, 지정 절차 및 평가 투명성 확보 필요

지난해 제2차 희귀질환 종합관리계획이 시행된지 1년이 지났지만 모호한 희귀질환 진단기준으로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이 많아 환자 중심의 희귀질환 지정체계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희귀질환 관리법에 따르면 ‘희귀질환’이란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으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정한 질환을 말한다.

희귀질환 국가 관리 강화방안 모색 토론회ⓒ병원신문
희귀질환 국가 관리 강화방안 모색 토론회ⓒ병원신문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3월 6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삶을 위협하는 희귀질환의 국가 관리 강화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해 희귀질환 지정 체계의 개선 방향을 논의하고 희귀질환의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을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전신농포건선(Generalized Pustular Psoriasis, GPP)을 소개한 정경은 충남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는 전신농포건선의 희귀질환 지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온몸에 고름 물집이 생기고 삶을 위협하는 전신농포건선은 전체 건선 환자 중 1% 미만의 극희귀질환이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면서 “희귀질환 지정을 기다리고 있는 현실이다”고 말했다.

실제 전신농포건선은 지난 2018년 국가관리 대상 희귀질환으로 신청됐지만 2019년 희귀질환관리위원회 최초 심의 진행 후 심의가 보류됐다. 이후 2020년 대한건선학회 추가 자문 및 질환자료 보완해 신청했지만 심의결과 미지정 처리됐으며 2022년 대한건선학회가 직접 재신청을 했으나 규정에 따른 재검토 기간 때문에 검토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로 현재는 희귀질환 지정 재검토 대상으로 재심가 예정된 상태다.

정 교수는 “전신농포건선이 희귀질환 지정될 경우 산정특례로 환자들이 느끼는 경제적 부담을 경감할 수 있고 신약 도입 시 새로운 치료옵션을 사용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며 “희귀질환자 통계 연보 등을 통해 전신농포건선 데이터의 체계적인 수집‧분석, 전국민적 질환 인식 제고 및 전신농포건선 환자에 대한 그릇된 이해 및 차별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현영 서울대병원 소아외과 교수는 단장증후군 사례를 들어 우리나라 희귀질환 지정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아이가 희귀난치질환에 걸린 경우 간병의 부담, 부모의 직장 문제, 가족 소득의 감소 등으로 온 가족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지원을 받기 위해 일부러 부모가 이혼을 하는 경우도 있고 실제 아이를 돌보는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어 이혼하는 사례까지 목격했다”고 토로했다.

이런 이유로 희귀질환 지정의 중요성이 더 크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김 교수는 “희귀질환에 지정시 대부분 산정특례로 지정되고 이는 곧 요양급엽용 총액의 10%만 부담하게 돼 질병부담이 경감된다”면서 “진단 불명확, 지단기준 불명확, 이차성 질환은 희귀질환에 지정에 들어가지 않는다. 예를 들어 단장증후군은 선천성인 경우만 희귀질환에 지정될 뿐이지 괴사성 장염과 같은 이차성 질환으로 인한 소장 절제술에 따른 단장증후군의 경우 희귀질환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희귀질환에 대한 정의와 지정 사이의 간극이 존재하고 동일한 질환 내에서 선천성/후천성에 따라 지정/미지정,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

이어 김 교수는 “이차성 질환으로 인한 단장증후군의 희귀질환 지정 문제가 20년이 됐지만 여전히 희귀질환에 들어가지 못한 만큼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희귀질환 미지정은 곧 환자들의 질병부담 가중으로 이어져 지정에 대한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희귀질환으로 지정되지 않으면 법적으로 희귀질환이라고 할 수 없고 각종 법적 지원 혜택에서 소외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질환의 특성 및 환자가 겪고 있는 고통, 삶의 질 등을 고려해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며 “관련 학회 및 환자단체 또는 환자들의 의견에 대한 충분한 기회 제공 및 이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러한 유사 사례 질환으로 신생아 저산소 허혈성뇌병증과 소아 선천성 심장 질환을 언급한 김 교수는 희귀질환 지정이 되지 않아 사각지대에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희귀질환 환자들을 위한 희귀질환지정 및 산정특례적용 필요와 함께 희귀질환 지정 절차 및 평가 내용에 관한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대상환자가 적은 극희귀질환의 경우 특히 경증과 섞인 진단명을 사용하는 질환의 경우에 진단 및 진단기준 정의가 어려울 수 있다”며 “해당 전문가 자문의 풀(POOL)을 확대해 질환의 특성 및 환자의 삶의 질 등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세부 분류를 통해 극희귀질환으로 지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차성 질환임에도 질환의 특성 및 환자의 고통을 고려한 희귀질환 또는 산정특례 지정이 필요하고 동일 질환에서 선천성과 후천성에 따른 지정/미지정은 형평성 문제가 발생됨에 따라 동일 혜택 적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의료 현장의 의견에 정부는 신약 접근성을 높여 희귀질환 환자의 부담을 줄이고 희귀질환 지정제도 개선에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오창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건강보험재정 한계로 생존을 위협하는 질환에 맞춰 제도를 만들어 갔다”면서 “점차 생존보다는 삶의 질에 의미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오 과장은 “오늘 희귀질환은 안됐지만 약제가 있는 질환을 말씀해 주셨는데 혁신신약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상과 약가등재를 하려고 추진 중”이라며 “단장증후군은 아직 희귀질환에 지정은 안됐지만 이런 질환의 약에 대해선 혁신성에 들어올 수 있는지 검토해 위험분담제에 적용할 수 있는지 평가해보면 건강보험 등재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제약사도 재정부담을 해야 하겠지만 우선은 약재 등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혁신성 범위를 아직 정하지는 못했지만 그 범위에 들어갈 수 있는지 검토하고 환자들에게 최대한 접근성을 높이도록 정책적인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 이지원 희귀질환관리과장은 “희귀질환 미지정 질환에 대해서는 사실상 3년 이상 대기가 있어야 했지만 최근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재지정 심사를 1년으로 단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장은 “위원회 구성 전문가 풀 확대에 대해서도 공감한다. 분과별 10명에서 20명 이내로 확대 추진하고 있다”며 “지정제도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의견수렴을 거쳐 여러 가지 검토하고 제도개선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적극적 검토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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