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달체계의 ‘황금열쇠’ 전문병원…활성화 방안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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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전달체계의 ‘황금열쇠’ 전문병원…활성화 방안 시급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2.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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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지역 중소병원들, 전문병원 지정 신청 꺼려…진입장벽에 비해 보상 미비
사회적 필수분야 수가 지원 신설 및 의료급여 산정지침 개선해 참여 유도해야
의료전달체계 및 응급의료전달체계에 검증된 전문병원 활용 방안 마련 필요해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병원신문.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병원신문.

의료전달체계 개선의 ‘황금열쇠’로 주목받으면서 2011년 도입·운영돼 시행된 지 벌써 10년이 넘은 전문병원제도.

10년 넘게 운영되고 있음에도 아직 쉽게 풀리지 않고 있는 의료전달체계, 나아가 최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제4차 응급의료전달체계 기본계획 정착에 있어서 전문병원을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단, 어느 순간부터 지정 신청률이 정체되기 시작한 전문병원제도의 활성화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전문병원제도는 정부가 특정 진료과목이나 특정 질환에 대해 난이도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병원을 별도로 지정하는 제도로, 특정 진료 분야에서만큼은 상급종합병원에 뒤지지 않는 말 그대로 ‘으뜸’ 병원들만 모아놓은 집합체나 마찬가지다.

2011년 20개 전문분야 99개 병원을 시작으로 제2기 18개 전문분야 111개 병원, 제3기 20개 전문분야 107개 병원을 거쳐 제4기 2차년도 기준 17개 전문분야 107개 병원이 운영 중이다.

전문병원은 질환별·진료과목별로 △관절 △뇌혈관 △대장항문 △수지접합 △심장 △알코올 △유방 △척추 △화상 △주산기(모자) △한방중풍 △한방척추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신경과 △안과 △외과 △이비인후과 △한방부인과 등 총 19개 분야로 나뉘는데, 현재 신경과와 한방부인과는 신청병원이 없어 지정된 곳이 없다.

지역별 분포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부산·경기·대구·인천 등에 집중돼 있고, 대전·광주·울산·충북·전북·전남·경북·경남 등에 일부 존재하긴 하나 그 수가 적다.

심지어 제주, 충남, 강원에는 단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전문병원 환자 만족도는 ‘흐뭇’하지만, 지정 신청률은 갈수록 ‘울상’

전문병원에 대한 환자 만족도는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전문병원협회(회장 이상덕)가 2021년 조사한 ‘전문병원 환자경험평가’에 따르면 입원환자 만족도 종합점수는 94.13점으로 2017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조사 때 기록한 86.44점보다 7.69점 상승했다.

당시 조사는 의사와 간호사 서비스 부문 등 총 6개 분야로 나눠 실시 됐는데, 그중 간호사 서비스 점수가 95.87점으로 가장 높았고 환자권리보장 점수가 94.91점으로 뒤를 이었다.

아울러 투약 및 치료과정 점수와 병원 환경 점수도 모두 94점을 넘었다.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요소로는 전문병원 여부와 주위 사람의 추천이 1순위로 꼽혔다

2017년 조사에서 18.2%에 불과했던 ‘주위 사람의 추천을 받았다’가 2021년 조사에서는 33.6%로 2배 이상 높아져 전문병원을 경험했던 환자들의 적극적인 추천이 많아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전문병원 입원환자의 의료기관 선택요인은 ‘의사의 진단 결과에 대한 신뢰’, ‘의사의 실력에 대한 믿음’이 각각 1·2위로 나타나 전문병원에 대한 신뢰도가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을 좌우하고 있음이 입증됐다.

이처럼 좋은 취지와 목적, 눈에 띄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역 내 우수한 중소병원들은 날이 갈수록 전문병원 지정 신청을 꺼리고 있다.

꺼리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엄격한 지정기준, 의무화된 의료기관평가인증 등 전문병원 진입장벽은 매우 높은 반면 그에 따른 보상체계는 미흡하거나 적절하지 않은 게 핵심 원인으로 분석된다.
 

사회적 필요분야에 대한 지원 필요…의료분야 산정지침도 개선해야

이와 관련 병원 관계자 중 일부는 사회적 필요분야에 대한 수가(인센티브) 신설 즉, 최소한의 의료서비스조차 받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전문병원은 지정기준과 별도로 경제 분야와 사회적 필요분야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 같은 분류체계는 전문병원 지정과 유형을 구분하기 위한 것일 뿐 병상 및 의료인력 지역 완화 외에는 관련 수가 등 별도의 보상 기전이 없다.

이는 우수한 지역 중소병원들이 지원자격을 충분히 갖추고도 전문병원 지정 신청을 하지 않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사회적 필요분야는 전문병원의 여러 질환별·진료과별 분야 중 수지접합, 화상, 외과, 알코올, 주산기,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을 의미하는데 전문병원 지정 현황에서도 매우 열악한 현실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전문병원협회에 따르면 관절 및 척추 전문병원은 각각 23곳·18곳인데 반해 주산기(1곳), 소아청소년(2곳), 외과(3곳), 수지접합(5곳), 화상(5곳), 알코올(9곳) 등은 10곳도 채 되지 않는다.

게다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전문병원 추가 지정에서 탈락한 대부분의 병원이 사회적 필요분야에 있는 병원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사회적 필요분야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서조차 다루기 까다로운 경우가 많아 다른 전문병원 분야보다 더욱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수도권의 한 전문병원 병원장은 “공공적 성격이 강하지만, 수익성이 낮아 공급이 부족한 사회적 필수분야에 대한 지원은 전문병원제도 활성화뿐만 아니라 정부의 필수의료 강화정책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가 가산 등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의료급여 산정지침도 악화일로를 걷는 전문병원의 수익성 회복을 위해 개선돼야 할 요소 중 하나로 언급된다.

2016년 2월 1일 선택진료비가 폐지되는 대신 의료질평가지원금이 신설되면서 복지부 고시인 ‘의료급여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 중 제1장3조2항’이 개정됐다.

이는 의료질평가지원금 및 전문병원관리료는 의료급여비용의 산정에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골자인데, 선택진료제도 시행 당시 의료급여에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의료급여 산정에서 제외한다는 취지였던 것.

문제는 그로 인해 수많은 병원이 의료급여 환자를 꺼리는 등의 새로운 부작용이 초래됐고, 의료급여 환자 비중이 높은 일부 전문병원들은 상대적으로 의료질평가지원금과 전문병원관리료를 적게 받아 수익성이 악화되는 역효과를 안게 됐다.

예를 들어 알코올 전문병원의 의료급여 환자 비중은 다른 유형의 병원에 비해 4~5배 높은 40% 남짓으로, 전문병원 중에서도 손실 규모가 큰 축에 속한다.

따라서 ‘의료급여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 중 제1장3조2항’에서 전문병원 관련 조항을 삭제하는 등의 개선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병원계의 중론이다.
 

의료전달체계 및 응급의료전달체계에 전문병원 적극 활용한다면?

이처럼 현재 전문병원제도가 갖고 있는 문제점들이 해결된다면 의료전달체계 및 응급의료전달체계 정착에서 전문병원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이 솔솔 제기된다.

특히 최근 복지부가 발표한 ‘제4차 응급의료전달체계 기본계획’이 중소병원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바, 우수한 치료역량과 시설을 갖춘 전문병원을 활용하는 고민해보자는 것.

지난 2월 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복지부가 개최한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 공청회에서 당시 토론자로 참여한 이상운 대한의사협회 부회장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상운 부회장은 “지역응급의료기관을 24시간 진료센터로 전환한다고 하는데, 중소병원의 우려가 크다”며 “오히려 지금보다 역할이 더 강화돼야 하고 이를 위해 지역응급의료기관 지정 기준 현실화 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 “우리나라는 전문병원 체계가 잘 잡혀 있는 데다가 응급분야 중 수지접합, 화상, 산부인과 등 상급종합병원에서 담당하기 어려운 부분을 맡고 있다”며 “이런 부분에 전문병원들을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 전문병원 관계자도 “전문병원 타이틀을 얻기 위해서는 복지부의 엄격한 지정기준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는 전문병원을 믿고 찾는 국민들에게 매우 중요한 수준 높은 의료의 질을 담보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결국 전문병원 제도는 의료전달체계 및 응급의료전달체계에 있어서 활용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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