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한의계 4개 단체, 면허취소법에 ‘격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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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계·한의계 4개 단체, 면허취소법에 ‘격앙’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2.2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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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치과병원협회·대한한의사협회·대한한방병원협회
공동성명서 통해 과도한 징벌적 규제 법안 전면 철회 촉구

치과계와 한의계 단체들이 의료인 면허취소법과 관련해 단단히 뿔이 났다.

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치과병원협회·대한한의사협회·대한한방병원협회 4개 단체는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의료인 면허취소법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의결 절차를 생략하고 본회의로 직접 회부해 처리하는 안건을 통과시킨 것을 두고 전면 철회를 요구하는 공동성명서를 2월 20일 발표했다.

해당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들이 의료와 관계된 범죄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등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의료인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 지나치게 가혹할 뿐만 아니라 부당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

4개 단체의 설명에 따르면 의료인은 국민의 건강을 취급하는 직업적 특성상 민사상 손해배상 이외에도 업무상 과실치상죄로 인해 다양한 형사책임의 위험에 놓여있다.

이러한 직업적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법안이 본회의에 회부되는 것만으로도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고 밝힌 4개 단체다.

특히 4개 단체는 해당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반발이 합리적 사회 기준에 걸맞지 않은 부당차별에 대한 저항일 뿐, 집단이기주의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의료인은 기존 법률인 의료법 제8조(결격사유 등)에 근거해 현재도 충분한 사회적 책무를 감내하도록 제한받고 있는 데다가 의료법이 아닌 아동청소년법에 근거해 2012년부터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의료인은 10년간 의료기관 근무가 제한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면허를 취소하고 형을 처분받은 기간에 더해 5년까지 면허 재교부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의료법개정안을 본회의 회부로까지 이르게 했는데, 이는 매우 부적절하다는 게 4개 단체의 주장이다.

4개 단체는 “의료인 직종에 대해 법원 판결에 따른 처벌 이외에 무차별적으로 직업 수행의 자유를 박탈함으로써 가중 처벌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하고 헌법상 평등원칙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며 “특정 직업군을 타 직종과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등 형평성에 반하는 과잉규제임이 분명하니 절대로 통과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4개 단체는 이어 “직무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범법 행위까지 광범위하게 의료직무 박탈의 근거로 삼는 것은 과중한 규제이며 이중처벌”이라며 “모든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고 마치 노역을 하는 죄수의 추가 처벌을 다루는 듯한 태도는 의료인을 바라보는 국회의 시각이 얼마나 편협한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2019년 법제처는 국회·헌법재판소·대법원·중앙행정기관 등의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발간한 ‘법령 입안, 심사 기준’에서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만을 이유로 당사자를 사회경제활동에서 배제하면 오히려 이들로 하여금 갱생을 포기하게 하고 다시 위법을 저지르게 하는 요인이 되므로 그 자격과 영업의 성질에 따라 과잉규제가 되지 않도록 유의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4개 단체는 “한순간의 교통사고만으로도 한 의료인이 평생을 바쳐 이룬 길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 과연 의료인에게 높은 윤리의식을 요구하고 그 면허를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개정안의 취지에 부합하는가”라며 “소수의 비윤리적 행태와 불법 행위를 마치 전체 의료인의 문제인 것처럼 부각해 전체 의료계의 위상과 명예를 손상케 하고 무리한 입법을 강행하는 국회의 무책임한 행태에 분노한다”고 일갈했다.

즉, 과도한 규제는 반대급부의 부작용만 초래할 것으로 예견된다는 것.

이와 관련 선진국에서는 의료인의 윤리에 대해 전문적인 판단의 영역을 인정하고 전문가 집단이 자율적인 면허관리기구를 통해 스스로 면허를 관리하고 그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개 단체는 “의료인의 면허 결격사유를 범죄의 종류나 유형을 한정하지 않은 채 사실상 모든 범죄로 넓혀 강제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오히려 의료인이 자율적으로 윤리의식을 제고하고 스스로 엄격하게 면허를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무분별한 면허취소와 관리는 의료인의 윤리의식 제고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지적했다.

끝으로 이들은 “국회의 무리한 의료법 개정 시도에 강력하게 항거하면서 해당 법안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한다”며 “개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의료인 면허취소법안에 대해 결사반대하니 해당 입법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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