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등에 대위기 맞은 의료계…끊이지 않는 규탄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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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등에 대위기 맞은 의료계…끊이지 않는 규탄 행렬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2.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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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산하 단체들 및 보건복지의료연대, 국회 강력 비판
의협 대의원회, 총력투쟁 불사…2월 18일 임시총회 개최
의정현안협의체 중단 가능성도 커…격랑 속 의료계 파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강행한 간호법 및 의사면허취소법 등 7개 법안의 본회의 직부의(패스트트랙) 충격에 의료계가 대위기를 맞았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산하 단체들, 보건복지의료연대의 규탄 성명이 잇따르고 있으며 이들의 단체행동을 위한 시계추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당장 보건복지의료연대는 2월 13일 오전 8시 30분 향후 투쟁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며, 의협 대의원회는 긴급 운영위원회를 통해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순항 중이던 의정 간 의료현안협의체의 중단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고, 단체행동인 총궐기대회마저 열릴 전망이다.

앞서 국회 복지위는 2월 9일 전체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를 통해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 등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임위 법안 7개의 본회의 직회부를 요구했다.

소식을 접한 의료계는 너나 할 것 없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즉각 규탄 성명을 쏟아냈다.

우선 의협은 간호법 제정은 의료법을 통해 상호 유기적으로 기능한 대한민국의 의료체계를 뿌리부터 붕괴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협은 “간호법은 다른 보건의료인의 업무범위 침해, 의료법 등 다른 법령과의 상충 등으로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를 붕괴시켜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초래할 것”이라며 “국회는 간호법안을 즉시 철회한 후 국민건강을 보호하고 보건의료인이 공생할 수 있는 보건의료인 상생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병원협회도 국민건강과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보건의료 법안이 특정 직역·집단의 이익만을 위해 수용된다면 타 직역의 사기저하,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반목과 갈등이 표출돼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병협은 “간호법 제정안은 모든 보건의료인력 직역의 공감이 전제된 논의절차가 필수적”이라며 “간호사 처우개선은 간호법 제정이 아니더라도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따라 보건의료인력 수급계획 및 근무환경 개선방안을 마련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병협은 이어 “의사면허취소를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의 경우에도 과잉입법에 대한 우려가 있어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부언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야당의 독주로 벌어진 이번 사태의 피해는 환자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참담한 의회 폭거를 막지 못한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서울시의사회는 “간호법은 간호사의 독단적 지위를 인정해 현행 보건의료체계를 뿌리부터 흔들고 보건의료 여러 직역 간 유기적 협력 구조를 훼손, 결국 의료계의 재앙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서울시의사회는 “의사면허취소법 역시 불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것”이라며 “야당의 폭거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고 참담한 의회 폭거를 막지 못해 참담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느껴 2월 10일 의협 부회장직을 사퇴했다.

박 회장은 “의협 집행부의 일원으로서 역할의 한계와 큰 책임을 느껴 부회장직을 사임하지만, 서울시의사회장으로서 회원들의 뜻을 모아 지금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투쟁의 최일선에 설 것”이라고 전했다.

의협 대의원회는 의회 독재와 정치 간호인의 독선이 전 의료계를 불태우고 있다며,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이 국민 목을 겨누는 칼날로 돌변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야당과 정치 간호사와의 어떤 대화도 무용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그동안의 저지 과정에서 약속한 대로 총궐기해 전면전에 나서겠다고 천명한 의협 대의원회다.

의협 대의원회는 “간호법이 사라지지 전까지 투쟁은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야당과 간협이 대한민국과 국민을 향해 저지른 만행에 대항하는 거대한 분노의 투쟁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 같은 분노를 반영하듯 의협 대의원회는 2월 12일 의협 신축회관 대회의실에서 긴급 운영위원회를 열고 오는 2월 18일 오후 5시 의협에서 임시대의원총회를, 2월 26일 국회대로에서 총궐기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임시대의원총회에서는 간호법 및 의사면허취소법 관련 비상대책위원외 구성의 건, 더불어민주당의 폭거에 대한 대응책 등이 논의될 방침이다.

특히 이날 긴급 운영위원회에서는 의협이 복지부와 함께 필수의료 등 의료계 주요 현안들을 논의하기 위해 운영한 의료현안협의체의 잠정중단 여부에 대한 의견도 나눈 것으로 알려져, 국회의 폭거가 의정 관계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 의사회의 분노도 들끓는 중이다.

대구광역시의사회는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대구시의사회는 “이해 당사자인 보건의료인의 반대를 무시하고 여당과의 협의 없이 다수당의 힘으로 강행돌파를 선택한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는 법치주의에 근간한 대한민국과 그 국민을 무시하는 반민주적인 독재”라며 “도대체 누구를 위해 400만 보건의료인의 반대를 무시하고 의회주의를 파괴하면서까지 간호법을 통과시키려하고 의사면허취소법의로 의사의 목을 옥죄려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전라남도의사회도 의료계에 대한 지원은 못 할망정 필수의료체계를 후퇴시키고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의사면허취소법과 불법 무면허의료행위를 조장해 국민건강에 위해를 초래하는 간호법 모두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전남의사회는 “의협 14만 회원 및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와 공조해 의료계 총파업도 불사하는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생기는 모든 피해에 대한 책임은 국회와 정부에 있다”고 꼬집었다.

대한외과의사회도 성명을 내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전 정권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기는커녕 괴물처럼 커진 다수 의석을 앞세운 집단 이기주의와 오로지 힘의 논리만으로 의료계 모든 직역의 희생을 제물로 삼아 오로지 간호사만을 위한 악법을 만들려 하고 있다”며 “이간질, 갈라치기, 편가르기 밖에 없는 정치로 모두를 적으로 만드는 세상에서 결국 누가 살아남을 수 있는가”라고 개탄했다.

외과의사회는 이어 “흉악한 범죄자의 의사 면허를 취소하는 것을 반대하진 않지만, 교통사고와 같은 일반적인 범법 행위만으로 의사의 면허를 박탈하는 의료법 개정안에는 반대한다”며 “일선 의사들은 한 명의 환자라도 더 살릴 수 있는 생명의 정치를 원하고 있는데, 더불어민주당은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의사 사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협과 함께 보건복지의료연대에서 꾸준히 발맞춰온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법을 발의했거나 법 제정에 적극적이던 국회의원들을 ‘적(敵)’이라고 표현하며 날을 세웠다.

간무협은 “간호법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과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 외에도 강훈식·김원이·서영석 의원은 보건의료계의 오적”이라며 “다수 인원을 앞세운 힘의 논리로 본회의 부의를 추진한 것은 보건의료계를 무시하고 짓밟은 야만적 행위”라고 외쳤다.

간무협은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고 폭거를 주도한 의원들은 간호조무사 생존권 위협과 일자리 박탈에 앞장선 가해자이며 국회에서 내쫓아야 할 보건의료계의 적이 됐다”며 “2024년 총선까지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들 보건의료계 오적을 심판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간호법은 보건복지부와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추가적인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섣부르게 결정하면 안 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2월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 중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2월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 중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2월 9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현재 의료법 체계를 완전히 바꾸는 것이 간호법이기 때문에 조금 더 협의했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즉,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의료현장의 직역간 협업이 중요한 상황에서 간호법의 본회의 직부의 요구는 이를 어렵게 할 우려가 있다는 것.

박민수 복지부 2차관도 같은 날 국회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직역간 갈등이 심한 상황에서 간호법이 통과되면 행정부로서 집행이 상당히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조속히 갈등이 봉합되고 협의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는 “직회부한 7건의 법안 중 의료법은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라는 위헌 소지가 있고, 국민건강보험법은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의 취지와 원칙에 반한다”며 “특히 간호법은 소관 상임위 단계부터 이견 조율과 간사 간 협의 절차 없이 더불어민주당이 졸속 강행처리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법 인데다가 다른 법과의 충돌은 물론 오히려 보건의료인력 직종 간 유기적 관계를 저해할 우려가 큰 만큼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동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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