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안에 병원계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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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안에 병원계 ‘불안’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2.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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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응진 위원장, “응급의료센터와 24시간 진료센터 구분 모호해 갈등 야기”
이성규 회장, “중소병원 괴멸시키고 역량 있는 지역 중소병원 낭비하는 일”
복지부, “강제로 병원 접근 막아 기능 및 자원 축소하는 방향 절대 아냐”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 공청회 전경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 공청회 전경

‘침불안석(寢不安席)’, ‘침식불안(寢食不安)’.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안(2023~2027)’의 내용을 확인한 병원계가 처한 현재 상황이다.

병원계가 ‘전국 어디서나 최종치료까지 책임지는 응급의료’를 비전으로 한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안에 보내는 우려의 눈길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특히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안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거세다.

보건복지부는 2월 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제4차 기본계획안의 목표는 ‘중증응급환자 치료 성과 개선’, ‘지역 응급의료 인프라 확충’, ‘신속하고 적정한 이송’ 크게 세 가지다.

복지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4개 영역별로 총 16개의 중점과제를 선정했다.

4개 영역은 △현장·이송 단계 △병원 단계 △전문분야별 단계 △응급의료 기반이며, 16개의 중점과제는 △알기 쉬운 응급의료 이용체계 마련 △중증도 기반 이송 인프라 확충 △이송서비스 품질 개선 △이송 및 수용 적정성 관리체계 마련 △최종치료 포괄한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 △물적·인적 인프라 확충 △보상 체계 강화 △안전한 응급진료 환경 조성 △중증외상 분야 △심뇌혈관질환 분야 △소아응급 분야 △정신응급 분야 △재난대응 분야 △지역 중심 응급의료정책 추진기반 강화 △응급의료 정보체계 선진화 △중앙 응급의료정책 추진기반 내실화 등이다.

2022년 대비 2027년에 기대되는 5개의 향후 핵심효과는 중증응급환자 적정 시간 내 최종치료기관 도착률 49.6% → 60%, 대국민 응급의료 서비스 만족도 54.9% → 60%, 중증응급환자 병원 내 사망률 6.2% → 5.1%,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 15.2% → 10%, 지역 응급의료체계 평가(신설) 등이다.

이 중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안의 경우 최종치료와 책임치료를 포괄하는 개념이 눈에 띄는 특징인데, 현행 권역응급의료센터(40개)·지역응급의료센터(131개)·지역응급의료기관(239개)의 형태를 중증응급의료센터(50~60개)·응급의료센터·24시간 진료센터로 다시 구분하겠다는 게 복지부의 복안이다.

구체적으로 중증응급의료센터는 뇌출혈, 중증외상, 심근경색 등 급성기 치료가 사망 위험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질환군을 중심으로 환자의 최종치료를 맡고, 응급의료센터는 중증응급의심환자 최종치료 및 중증응급환자 일차수용을 하며, 24시간 진료센터는 일차응급의료 및 경증응급환자 최종치료 역할을 하게 된다.
 

경계 애매한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안…3단계 구분 필요성에 물음표

신응진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
신응진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

병원계의 우려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안이 지나치게 두루뭉술하다는 것.

실제로 응급의료센터와 24시간 진료센터가 책임지고 최종치료를 해야 하는 중증응급의심환자 및 경증응급환자 질환군의 분류, 책임진료기능의 정의 등은 향후 연구를 통해 새롭게 마련해야 할 개념들이다.

다시 말해 복지부가 공개한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안에서 그나마 개념 정의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은 중증응급의료센터 뿐이라는 의미다.

신응진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필수의료 논의에서 후순위로 분류된 응급의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여러 정책을 추진하려는 정부의 의지와 노력에 공감한다며 입을 뗐다.

신응진 위원장은 “국민의 생명과 직접 연결되는 가장 기본이 되는 의료가 응급의료이기에, 최선의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돼야 하고 그 과정에서 세부적인 사항은 의료계와 충분한 의견 교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지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중증응급의료센터로 개선하는 것은 동의하지만, 이 외에 응급의료센터와 24시간 진료센터를 포함한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안에는 물음표를 붙였다.

응급의료센터와 24시간 진료센터의 역할이 모호하고 구분이 애매해 굳이 3단계의 체계로 나눠 불필요한 중복 투자와 갈등을 야기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신응진 위원장은 “3단계로 구분된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 기준을 명확하게 세우지 않을 경우 응급의료센터와 24시간 진료센터의 역할 불분명으로 다양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 위원장은 이어 “응급의료센터와 24시간 진료센터로 나눌 바에는 차라리 이 둘을 한 데 묶어서 현행 지역응급의료센터의 틀에 그대로 두고, 입원 없이 간단한 외래 처치가 가능한 24시간 진료소 개념을 별도로 설치하는 게 한정된 자원과 인력을 활용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중소병원을 대표해 토론에 나선 이성규 대한중소병원협회 회장은 이번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안으로 인해 중소병원이 괴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며, 이처럼 탁상공론 정책이 아닌 중소병원을 제대로 활용하는 정책을 만들어 달라고 복지부에 요청했다.

이성규 대한중소병원협회 회장.
이성규 대한중소병원협회 회장.

이성규 회장은 “기본계획 발표 후 중소병원협회에 항의 전화가 빗발쳤는데, 지금까지 국민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한 중소병원이 가벼운 응급진료만 담당하게 된다면 충분한 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에게 ‘경증만 보는 병원’으로 낙인찍힐 것을 두려워하는 내용들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어 “계획안대로 응급의료 전달체계가 개편되면 중소병원 진료 제한으로 인해 안그래도 심각한 중소병원 경영이 더 심각한 상황에 빠질 것”이라며 “지역응급의료기관 중에서도 우수한 인력과 시설을 갖춘 곳이 많은데 이들 병원에게 경증환자만 진료하라고 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부언했다.

게다가 기존 지역책임병원 정책 논의에서는 지역 심뇌혈관 기관을 양성하고 지역응급의료센터를 중심으로 ‘지역완결형 응급의료체계’를 구축,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이 기관들에서 불가능한 기능을 담당하는 방안이 활발히 논의됐는데 어느날 갑자기 중증응급의료센터에 치중된 대책이 나왔다는 게 이성규 회장의 지적이다.

이 회장은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환자의 최대 80%가량은 개두술 없이 시술과 약물로 긴급치료가 가능하다”며 “중소병원도 그 정도 수준의 치료 역량은 갖추고 있는 만큼 중소병원을 활용하는 응급의료 계획안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중응급의료센터가 모든 중증응급환자를 감당하려면 적절한 지원이 필요한데, 이번 계획에 이에 대한 뚜렷한 방안이 빠져있다”며 “재정을 순증할 것인지, 인력을 수입할 것인지, 정부 재정을 투입할 것인지, 중소병원의 지역응급의료센터 인력을 차출할 것인지 애매모호하다”고 비판했다.

플로어에서 의견을 전달한 류은경 의료법인연합회 회장은 “환자 스스로가 경증이라고 판단해 병원을 방문했다가 검사를 시작하면서 중증환자로 발전되는 경우가 흔하다”며 “낮은 수가에도 불구하고 의료자원과 시설, 장비 등을 투자해 응급의료의 목표인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지역응급의료기관을 24시간 진료센터와 응급의료센터로 구분해 격하하는 것은 좋은 의료 인프라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 “병원 기능 축소하려는 의도 아니니 오해 말라”

김은영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
김은영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

이 같은 병원계의 우려에 복지부는 다소 오해를 불러일으킨 부분이 있다며 향후 계획안을 완성해 나가면서 종별 의료기관의 기능을 명확히 구분하겠다고 답변했다.

김은영 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의 목표는 환자들이 적절한 의료기관으로 갈 수 있도록 의료기관의 기능을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지 현재의 병원 기능을 축소하거나 자원을 줄이는 방향, 강제적으로 진료를 막거나 의료기관 접근을 차단하는 등의 개념이 절대 아니다”라며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 환자 쏠림도 가속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논의 진행 순서상 가장 위에 있는 중증응급의료센터부터 정의한 후 응급의료센터, 24시간 진료센터로 하나씩 내려가는 만큼 단계적 연구를 통해 서로의 기능을 명확히 하는 과정일 뿐이라며 오해를 풀라고 전한 김은영 과장이다.

김 과장은 “중증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센터, 24시간 진료센터 순으로 책임진료의 기능을 명확히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앞으로 책임진료 질환군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종별 명칭도 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역별 특성 반영한 맞춤형 응급의료 대책·개편 필요

통제 느낌 먼저 드는 평가 대신 격려·지원이 더 중요

이 외에도 병원계는 이번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안의 미흡한 점과 아쉬운 부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신응진 위원장은 수도권과 광역시, 시·군·구의 의료자원 현황은 각각 천차만별인 만큼 지역별 특성과 상황을 고려해 맞춤형 응급의료 전달체계로 구분·개편할 것을 제안했다.

신응진 위원장은 “지역별로 필요한 응급의료 계획과 대책의 우선순위가 다를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의료자원이 충분한 수도권과 광역시는 환자 이송 시스템이 우선 해결해야 할 부분이고, 시·군·구는 이보다도 인력과 자원 시설 투자가 먼저일 것”이라고 말했다.

즉, 향후 응급의료 기본계획안의 세부사항을 실행할 때 카테고리별로 세분화해 대책을 마련하는 지역별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응급의료 체계에 대한 평가보다는 지원과 격려가 더 도움이 되고, 권역응급의료센터에 콜 기능센터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 신 위원장이다.

신 위원장은 “권역 내 환자 이송이 원활하지 않은 권역응급의료센터 입장에서 당장 급한 것은 전원 시스템과 후송체계”라며 “권역응급의료센터에 콜 기능센터를 설치해 의료인력이 행정에 매달리지 않도록 지원하고 재배치해야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지역별, 기관별로 응급의료 체계를 평가한다는 것은 자칫 통제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권역센터 지정에서 최고의 의료기관 중 하나인 서울대학교병원과 최상의 시설을 갖춘 아주대학교병원이 탈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생각하면 평가보다는 격려와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안은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해 오는 3월 확정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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