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병원인 새해소망] 김문규 세브란스병원 소아응급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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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병원인 새해소망] 김문규 세브란스병원 소아응급의학과 교수
  • 병원신문
  • 승인 2023.0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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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적으로 희망을 말하며 살자

응급실은 감염병 관리가 철저하게 이루어져야할 부서다.

감염관리실에서는 국내외 발생하는 감염병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수시로 메일을 보낸다.

코로나가 한반도로 접근하던 2020년 1월 1일 당시 감염관리실의 안내 메일은 무엇이었는지 다시 찾아보았다.

공교롭게도 코로나와 연관된 내용은 하나도 없고, 오직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홍역이 국내에 유입될 수 있으니 미국으로부터의 입국자들을 주의하라는 것이다.

우한지역으로부터의 입국자들은 코호트 격리를 했다면, 우리 나라도 대만처럼 판데믹 초반에 아주 훌륭한 방역을 했을텐데 하는 아쉬움, 지금도 남아 있다.

그래도 우리 의료계는 MERS 때보다 훨씬 대응을 잘해서 외국으로부터도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미래에 어떤 감염병이 유행할지 대비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겸허하게 대비해야 한다.지난 3년간 모두가 코로나로 인해 시달렸고 병원마다 감염관리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체감했다.

내가 속한 소아청소년과는 코로나 때문에 5-10년에 걸쳐 차차 벌어질 사건들이 단 1년 안에 다 일어났다.

그것이 누적돼 급기야 입원환아의 치료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 대학병원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 판데믹 이전에도, 중환을 다루는 부서는 제한된 인력과 장비로 최대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나름의 자부심을 갖고 맡은 자리에서 진료해 왔다.

하지만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열리면서, 젊은 세대의 높아지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병원 부서가 생기고 있다.

전통적으로 인기를 유지하는 내과마저 기피하기 시작하니 소아청소년과의 어려움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말라 들어가는 화분처럼 가만히 있을 순 없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주식투자는 하지 않지만, 가격이 내릴 때 사면 대박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그런 차원에서, 지금이야말로 소아청소년과에 지원하고 투자할 적기라고 본다. 젊은 의사들에게 말하고 싶다.

남들이 다하려는 과가 아니라, 본인에게 맞는 과에 소신 지원하자, 젊을 때 더 배워두자, 나라의 미래인 어린이에게 관심을 더 가지자고.

현재의 상황만으로 소아청소년과에 대한 지원을 주저하지 마시길 병원들과 정부 관계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이태원의 사고는 발생하기 이전에 여러 차례의 신고와 조짐이 있었다.

시간을 돌려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어느 누가 가만히 압사사고가 일어나도록 가만히 있겠는가?

소아 중환을 돌보는 중환자실, 응급실, 병동에서 들려오는 어려움에 대해 열린 귀로 들어주시고, 백년대계를 세우는 마음으로 정책이 나와주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바랄 뿐이다.

성경 속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에서 나와 본향으로 돌아가기까지 광야를 헤매며 하루하루 하늘에서 내린 만나를 먹었다고 한다.

여유 인력은 꿈도 꾸지 못한다.

지금 대다수의 소아 중환을 돌보는 부서는 상황이 비슷할 것으로 본다.

하나가 무너지면 도미노처럼 환자가 몰려 그 배후 진료도 제대로 지탱하기 힘들어진다. 누가 이런 사태를 원하겠는가?

2023년에는 어떤 것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2022년을 보내며 동료 교수들이 한 말이 생각나 인용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한동안 힘든 일이 많겠지만, 의지적으로 희망을 말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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