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서는 있지만, 소방관이 없는 불안한 사회 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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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서는 있지만, 소방관이 없는 불안한 사회 목전”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2.12.16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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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과학회·의사회·아동병원협회, 소청과 붕괴위기 극복 합동 기자회견
대통령 직속 논의 기구 신설해야…어린이 진료 안전망 ‘양육의료특별법’ 제안
(왼쪽부터)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은호선 부총무이사·나영호 회장·김지홍 이사장,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대한아동병원협회 박양동 회장·정성관 부회장. ⓒ병원신문.
(왼쪽부터)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은호선 부총무이사·나영호 회장·김지홍 이사장,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대한아동병원협회 박양동 회장·정성관 부회장. ⓒ병원신문.

“소방서는 있지만, 불을 끄는 소방관이 없는 불안한 사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유례없는 초저출산과 업무 강도에 못 미치는 비정상적으로 낮은 보상 수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진료량 격감 등으로 붕괴 위기에 놓인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정부를 향해 읍소했다.

제발 도와달라는 것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대한아동병원협회는 12월 16일 대한의사협회 4층 대회의실에서 ‘소아청소년 건강안전망 붕괴위기 극복을 위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외쳤다.

현재 소아청소년과는 전공의 기피현상이 최악으로 악화돼 급기야 2023년도 전국 전공의 정원 207명 중 33명만 지원, 지원율이 16%대까지 폭락했다.

즉, 향후 소아청소년과 전문 인력 부족으로 고난이도·중환자진료·응급진료의 축소 및 위축이 급속히 진행돼 소아청소년 환자 안전과 사회안전망이 위협받는 위기 상황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소아청소년과학회가 최근 시행한 전국 수련병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진료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응답한 수련병원이 75%에 이른다.

실제로 최근 가천대길병원이 소아청소년 입원진료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이들 세 단체는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을 방지하고 전공의 인력 유입 회복 및 진료인력난 해소를 위한 정부의 지원을 강력히 촉구했다.

김지홍 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은 “소아청소년의 국가적 건강안전망이 붕괴되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대통령 직속 논의 기구를 신설해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기획재정부·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현장 상황에 맞는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국회가 법과 예산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환자 안전을 위해서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킬 것이니 국민들은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지만, 힘에 부치고 한계가 보여 침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최소한 전공의들이 희망을 갖고 소아청소년과에 유입되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현재 상황이 엄청난 위기 상황이라고 얘기하고 싶다”며 “외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소아진료체계는 1차 의료기관에서부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만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는데, 지난 5년간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662개가 폐업했다. 제발 좀 도와달라”고 말했다.

어린이 진료는 소방서처럼 필수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국가의 재정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 일본에서 현재 시행 중인 ‘양육보건의료특별법’을 제정해 어린이 생명을 보호하는 안전망을 구축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양육보건의료란 출생에서 시작해 신생아기, 유아기, 아동기, 사춘기를 거쳐 어른이 될 때까지 일련의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신의 건강을 포괄성·통합성·지속성 있게 보살피는 보건의료 서비스를 말한다.

박양동 아동병원협회 회장은 “어린이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에 관한 기본 이념을 천명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보호자, 보건의료 관계자, 국가, 지방자치단체 등이 각각의 책무와 정책을 설계하는 양육보건의료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향후 2~3년 내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응급실 및 입원실 폐쇄가 가속화되고 입원 난민 현상이 초래되면 비소아청소년 전문의 진료가 생겨날 것”이라며 “회복 불가능한 어린이 진료시스템의 붕괴를 막아내려면 양육보건의료특별법과 관련된 정부 및 여야 합의 가 조속히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지홍 이사장은 “아직 전국적인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은 아니지만, 이는 현재 1·2·3차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동안 버틸 여력은 있다고 할 수 있으나, 배도 한번 물이 새면 순식간에 침몰하는 것처럼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고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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