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과 붕괴 우려 현실로…가천대길병원 '입원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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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과 붕괴 우려 현실로…가천대길병원 '입원 중단'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2.12.1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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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력 부족 탓 소아청소년 입원 진료 불가…전국 대학병원 진료 비정상
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도 처참…“소청과 의료체계 붕괴 위기 두려워”
가천대길병원은 최근 소아청소년 입원진료를 잠정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진출처: 가천대길병원 홈페이지).
가천대길병원은 최근 소아청소년 입원진료를 잠정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진출처: 가천대길병원 홈페이지).

소아청소년 의료체계 붕괴 우려가 현실이 되는 모양새다.

인천 권역의 소아청소년 입원 진료를 전담하던 가천대길병원이 입원 진료를 잠정 중단한 것.

더 큰 문제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도 날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어 향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최근 가천대길병원 홈페이지에는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부족으로 소아청소년 입원을 중단한다는 공지가 게재됐다.

의료계에 따르면 손동우 가천대길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인천 권역 의료기관 원장들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2022년 12월부터 2023년 2월 말까지 의료진 부족으로 소아청소년 입원환자를 돌볼 수 없으니 입원전담전문의 등 인력 충원이 이뤄질 때까지 입원환자 입원 의뢰를 다른 병원으로 부탁해달라는 내용이다.

손동우 과장은 “저출산을 실감할 정도로 줄어든 아이들과 코로나19로 인한 의료이용 행태 변화, 고물가에 얼어 붙어가는 경기 등 모든 환경이 소청과 의사 진료를 숨 막히게 하고 있다”며 “가천대길병원도 현재 전공의 수급이 전혀 되지 않고 있는데, 4년차 전공의들이 전문의 시험에 들어가면 2년차 전공의 1명만 남게 돼 더이상 입원환자를 진료할 수 없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어쩔 수 없이 12월부터 잠정적으로 소아청소년 입원환자를 중단, 내년 3월 전문의 충원이 이뤄지거나 입원전담전문의 모집이 진행되면 입원을 재개하겠다며 양해를 구한 손동우 과장이다.

손 과장은 “전국 종합병원 이상 대학병원에서 소청과 진료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전공의 수급이 안 되고 전임의도 보기 어려운 현실에서 정년 등의 사유로 현재 소청과 의료진이 손을 놓게 되면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건강과 성장발달에 어떤 영향이 나타날지 상상하기도 두렵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실제로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은 수년 전부터 하락세를 그렸다.

2020년도 모집부터 전공의 지원자가 감소하기 시작해 2021년도에는 지원율 37.3%, 2022년에는 27.5%, 급기야 2023년도 모집에서는 약 16%로 처참한 결과를 보였다.

2023년도 소청과 전공의 모집에 성공한 수련병원은 서울아산병원과 강북삼성병원 단 두 곳뿐이다.

서울대병원조차 14명 모집에 10명, 삼성서울병원은 6명 모집에 3명을 겨우 채웠고 가톨릭중앙의료원은 13명 모집에 1명,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은 11명 정원에 단 한 명도 지원자가 없다.

손 과장은 “인천권역 소아청소년 질환의 치료 종결병원 역할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잠정적으로 그 역할을 못 하게 돼 뭐라고 할 말이 없다”며 “무책임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도 너무 답답하다”고 전했다.

단, 만성질환이나 특수검사 등은 차질이 없도록 소아청소년 외래 진료는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게 손 과장의 설명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소아청소년 진료대란 목전…반드시 막아내야”

복지부 내 소청과정책국 신설 및 입원전담전문의 관리료 가산 등 해법

2023년도 소청과 전공의 모집 지원율이 10%대로 주저앉아버리면서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긴급 성명을 발표, 소청과 진료대란을 막아낼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소청과 의료체계는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청과학회는 “인구의 17%인 소아청소년의 필수진료를 담당하는 소청과 전문 인력 부족으로 고난이도, 중환자진료, 응급진료의 축소 및 위축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며 “전국 2·3차 전공의 수련병원이 겪을 최악의 인력 위기와 진료체계의 붕괴, 소청과 진료대란이 목전”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교수와 전문의 당직에 의존한 현 시스템이 한계상황에 달해 지방과 수도권 가릴 것 없이 거점 수련병원의 응급진료 및 입원 진료량 축소가 불가피해졌다는 게 소청과학회의 진단이다.

소청과학회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24시간 정상적인 소아청소년 응급진료가 가능한 수련병원은 36%, 입원전담전문의 1인 이상 운영 수련병원은 27%에 불과하다.

이에 소청과학회는 △2·3차 입원진료수가 100% 인상 △중증도 중심의 진료전달체계 개편 △소청과 전공의 수련지원과 지원 장려정책 시행 △전국 수련병원 인력 부족 위기 극복을 위한 전문의 중심진료 전환 △1차 진료 회복을 위한 수가 정상화 △관리·중재 중심의 1차 진료형태 변화 △소아 전문간호사 고용지원 △소청과 필수의료 지원 정책 TFT 시행 및 보건복지부 내 소아청소년건강정책국 전담 부서 신설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학회는 “다양한 정책과 지원 없이는 소아청소년 진료체계 붕괴가 현실로 나타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소아청소년 진료 인프라 타개를 위한 실효성이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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