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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재무와 회계] 회계투명성 요구도 지나치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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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재무와 회계] 회계투명성 요구도 지나치면 문제다
  • 병원신문
  • 승인 2022.09.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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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중목 선진회계법인 회계사
권중목 선진회계법인 회계사.
권중목 선진회계법인 회계사.

의료기관의 회계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당장 이를 적용받는 의료기관들에게는 다소 부담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의료이용자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된다. 따라서 여러 가지 부작용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의 회계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어떤 정책을 추진할 때 추진에 따른 영향을 세세하게 살펴야한다. 사소한 것에 지나치게 집중하다 정작 중요한 것들을 포기해야할 수도 있다.

■ 제증명료수익의 공시미비를 문제 삼은 국회의원

몇 년 전 국정감사에서 모 국회의원이 ‘병원회계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복지부는 이를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그 국회의원이 주장한 ‘주먹구구식 회계처리’의 내용은 의료기관들이 제증명료수익을 제대로 손익계산서에 공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제증명료수익이란 의료기관들이 진단서 등을 고객에게 발급해주고 그 대가로 받는 수익인데, 많은 병원들이 이를 통한 수익이 상당함에도 마치 관련된 수익이 없는 것처럼 공시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실제 의료기관들이 공시한 손익계산서를 보면 ‘제증명료수익’이라는 항목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손익계산서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병원들이 의도적으로 제증명료수익을 누락시켰다고 볼 수 있을까?

■ 중요하지 않아서 별도로 표시하지 않았을 뿐 의도적인 공시누락은 아님

의료기관 회계기준에 따르면 제증명료수익은 ‘기타의료수익’의 한 항목이다. 기타의료수익은 외래수익이나 입원수익처럼 주된 의료수익이 아니면서 병원에서 발생된 의료행위와 관련하여 발생된 수익에 해당한다. 제증명료수익 외 기타의료수익에 해당하는 항목은 대표적으로 건강검진수익, 수탁검사수익 등이 있다.

의료기관 회계기준에서 기타의료수익에 해당하는 항목들을 예시로 들고 있으나 이들 항목을 반드시 별도로 구분해서 표시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회계에서는 ‘중요성의 원칙’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회계정보 이용자에게 중요성이 낮은 항목은 과감하게 생략할 수 있다. 회계에서 중요성의 원칙을 적용하는 이유는 회계정보 이용자에게 의사결정에 꼭 필요한 정보를 선별해서 제공함으로써 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중요성의 원칙을 무시하고 중요하지 않은 정보까지 제공한다면 지나치게 많은 정보로 인해 정보이용자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기타의료수익에 포함된 여러 항목 중 중요성이 낮은 항목은 과감히 생략하거나 다른 항목과 합산하여 표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제증명료수익은 반드시 별도로 표시해야할 정도로 중요한 정보인가? 의료기관에서 증명서를 발급해주는 업무는 주요한 업무가 아니다. 또한, 제증명료수익이 병원의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하다. 제증명료수익이 가장 크다고 하는 소위 빅5병원의 경우 전체 의료수익 중 제증명료수익의 비중은 0.1%에서 0.3%에 불과하다. 만약, 제증명료수익을 손익계산서에 별도로 표시해 주어야 한다면 기타의료수익에 포함된 다른 수많은 수익항목(제증명료수익보다 금액적으로 더 중요한 수익항목들)들도 모두 표시해주어야 할 것이다.

■ 기시감이 드는 고유목적사업준비금 특혜논란

이번 제증명료수익에 대한 논란을 지켜보면서 십여 년전 국립대병원에 대해 제기된 고유목적사업준비금 논란이 떠오른다. 국립대병원이 의도적으로 이익규모를 줄이기 위해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비용으로 인식한다는 것이었다. 몇 몇 시민단체에서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였고 당시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되었다.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이 의료기관의 실제 성과를 왜곡시킨다고 생각한다면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차감하지 않은 손익을 기준으로 성과를 판단하면 될 일이다. 손익계산서에 비용으로 인식된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이 명확하게 표시되어 있는데 이를 두고 의료기관들이 손익을 왜곡할 의도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설득력 있는 주장이 아니다. 병원협회에서 이러한 사실에 대해 여러 차례 소명을 했음에도 지금까지도 비슷한 주장이 반복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동안 회계투명성 측면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의료기관의 회계투명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의미가 적은 항목에까지 규정을 지킬 것을 강요하는 것은 결국 의료기관들의 반발을 가져오고 결국 실행력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제도를 적용받는 주체인 의료기관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좀 더 신중한 접근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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