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 비급여 가격 고시?…의료계, “말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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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플랫폼 비급여 가격 고시?…의료계, “말도 안 돼!”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2.09.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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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온라인 플랫폼에 성형 등 비급여 진료비 정보 게재 가능 유권해석
의협 즉각 반발…‘무분별한 의료정보 활용 횡행하고 질 낮아질 것’ 경고
(이미지출처: 픽사베이)
(이미지출처: 픽사베이)

의료계가 온라인 플랫폼 비급여 가격 고시에 대한 정부의 유권해석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강남언니’ 등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성형 등 비급여 가격을 고시할 수 있다고 한 것인데, 의협은 박리다매 식의 질 낮은 의료 범람 등을 이유로 즉각 반발해 향후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이 예상된다.

발단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최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두 번째 경제규제 혁신 테스크포스(TF) 회의다.

이날 추경호 부총리는 보건의료 분야의 규제 완화로 의료법령 유권해석을 통해 원하는 의료기관은 온라인 플랫폼에 비급여 진료비 정보를 게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의료기관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비급여 가격을 공시해야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이에 희망하는 의료기관에 한해 온라인 플랫폼에도 비급여 가격을 고시할 수 있도록 해 의료기관 편의 및 소비자 정보 제공 향상을 꾀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인 것.

이와 관련 TF는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한 의료기관과 소비자 간 소통 활성화로 의료접근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출처: 연합).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출처: 연합).

아울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비급여 진료비 적정성 확인 서비스 신청절차를 간편인증과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간소화하는 방안이 도입될 예정이다.

현재 소비자는 비급여 진료비 적정성 확인 요청 시 진료비 확인 신청서, 진료비 계산서, 영수증 제출 외에도 본인인증 및 주민등록정보, 보험자격확인 등 입증서류를 직접 제출해야 한다.

이 같은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간편인증서비스(카카오, 네이버, 금융사, 통신사 등)를 추가하고 주민등록과 건강보험자격 등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입증서류 제출을 생략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 권익보호 및 백내장 등 비급여 진료비 과잉청구를 축소해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것이 TF의 큰 그림이다.
 

의협, 즉각 반발 성명…“환자 알선과 다름없다”

국민건강권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

의료계는 정부 발표 직후 불편한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정부의 이번 경제규제 혁신 방안은 사실상 환자 알선과 다름없고, 국민건강권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 자명하기에 즉각 철회돼야 한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당장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9월 7일 성명을 통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은 “보건의료 전문가단체의 의견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하려는 정부의 경제규제 혁신 방안에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로고. (이미지출처: 의협 홈페이지).
대한의사협회 로고. (이미지출처: 의협 홈페이지).

온라인 플랫폼은 정확한 정보 제공이 아닌 정제되지 않은 광고를 통해 환자들을 유인할 위험이 있다는 것인데, 지금도 온라인 플랫폼은 명확한 정의와 기준이 미비한 상태에서 의료기관에 대한 객관적 정보 제공과 광고의 구분 없이 환자 유치의 통로로 작동하고 있다고 비판한 의협이다.

의협은 “정부의 이번 유권해석은 온라인 플랫폼이 소비자의 의료기관 선택을 위한 정확한 정보 제공이 아니라 가격 경쟁력을 토대로 한 환자유인 행위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여지를 마련해주는 하책”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질 낮은 박리다매식 의료가 범람해 결국 모든 피해는 국민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는 게 의협의 경고다.

의협은 “이번 발표를 계기로 앞으로 저렴한 진료비만을 유일 가치로 삼는 일들이 펼쳐질 것”이라며 “범람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문제점에 대한 진단과 개선은 이뤄지지 않은 채 성급히 규제혁신이라는 명분으로 의료기관의 독립성과 직무 자율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의협은 이어 “향후 온라인 플랫폼은 영리적 목적으로 비급여 정보를 무분별하게 활용하거나, 의료광고 영역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려고 들 것”이라며 “민간 의료기관에 대해 일방적인 정보 제공을 강요할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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