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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기 연명의료결정 복잡, 의무기록으로 서식 대체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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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기 연명의료결정 복잡, 의무기록으로 서식 대체 제안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2.09.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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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자기 결정권 존중을 위한 제도 및 체계 필요
서울대병원 유신혜 교수, 국회 ‘연명의료결정제도’ 토론회서 주장

연명의료결정 과정이 이용자인 환자, 가족, 의료진에게 너무 복잡하다는 지적과 함께 연명의료결정 외에도 환자의 자기 결정권 존중을 위한 여러 시도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시행 5주년을 맞은 연명의료결정제도는 계도 기간을 지나 안정적으로 우리 사회에 정착되어 가고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는 140만명이며 2018년 219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은 올해 기준 568개로 약 2배 증가했고 등록기관 유형도 노인복지관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의료기관 수는 부족하고 담당 의료인의 교육 수료율은 낮은 상황이다. 특히 제한된 범위에서의 연명의료 중단과 환자 본인의 의사 결정권에 대한 문제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8월 3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 주최로 '연명의료결정제도 이대로 좋은가'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병원신문
8월 3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 주최로 '연명의료결정제도 이대로 좋은가'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병원신문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8월 31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시행 5주년을 맞은 연명의료결정제도의 성과를 돌아보고 시행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연명의료결정제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유신혜 서울대학교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 하의 연명의료결정 이행 과정이 이용자인 환자, 가족, 의료진에게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연명의료결정 이행 과정은 임종과정 판단, 환자의 의사 확인, 구체적 의료행위에 대한 결정의 3단계로 이뤄진다”면서 “구체적 의료행위에 대한 환자의 의사를 이행 과정에서 직접 의료진이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대개 환자의 의사는 ‘연명의료를 원치 않는다’는 말 정도로만 확인이 되나 실제 의료진이 구체적 의료행위에 대한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이 표현은 직접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즉 심폐소생술만 유보하고 임종 직전까지 모든 행위를 다 시행하다 임종하는 것이나 연명의료에 해당하는 것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편안하게 임종하는 것 모두 연명의료결정 이행이기 때문이라는 것.

유 교수는 “구체적 의료행위를 시행할지 말지에 대해 의료진은 대개 환자 가족과 논의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의료행위에 대한 논의에는 2가지 전제가 따라 붙는다”면서 “환자가 임종과정에 일어나는 수많은 의료행위에 대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자 상태를 반영해 이를 환자 가족과 논의하는 일은 쉽지 않고 환자 본인을 포함해 논의하는 일은 더더욱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복잡한 연명의료결정 이해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것을 반영하기 위해 연명의료결정제도 본사업이 시행되며 수가 체계가 한차례 개편되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 각각의 의료행위 시행 여부를 두고 2가지나 선결조건을 따져가며 결정하는 것은 아무리 숙달된 의료진에게도 그리고 환자와 가족에게도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되지 않던 우리나라 문화에서 임종기 자기결정권만 갑자기 강화됐다고 꼬집었다. 그동안 환자에게 생각을 묻기보다 일방적인 치료 설명과 이에 대한 동의로 이어오다, 갑자기 임종 과정이 되었다며 연명의료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선택하라고 할 때 한번도 선택해본적이 없는 환자와 가족은 당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으로 임종과정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연명의료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의료행위에 있어서는 치료거부권이 오히려 작동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에서는 의료진 2인이 임종과정을 판단할 수 있도록 했으나 실제로 2인은 형식적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고 임종과정 판단 이견 시 전문가들이 함께 상의하는 기관 내 기구는 부재하며 연명의료결정에 이견이 있는 담당 의료진을 교체할 수 있도록 해뒀지만 의료기관 내 위계질서나 담당 분야 전문 의료진 부족 문제를 고려하면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또 “임종과정과 연명의료에 대한 판단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가족이 환자에게 현재 이뤄지는 치료를 중단해 달라고 하는 일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의료기관윤리위원회에도 이러한 사례들이 계속 상정되고 있으나 의료진이 임종과정 판단을 하지 않는 환자에게 연명의료결정을 이행하도록 하는 것은 현재 의료기관윤리위원회의 권한은 아니다”고 밝혔다.

환자와 가족에 대한 돌봄 지원 체계 부재 역시 문제라고 했다. 연명의료결정을 한 환자와 가족이 임종까지 편안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임종돌봄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실제로 연명의료결정법의 한 축인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 대상인 말기암, 만성폐쇄성폐질환, 만성간경화, 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에서의 호스피스 이용률은 아직도 25%가 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좋은 죽음’으로 누구나 고통 없이 편안한 임종을 우선적으로 꼽지만 현재와 같은 돌봄 지원 체계의 부재 속에서 연명의료를 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것만으로는 고통 없이 편안한 임종을 맞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면서 “요양병원에서 임종하고 싶지 않은 환자가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연명의료를 하지 않겠다고 할 경우 병원에서 전원을 요구할까봐 중한자실에 입실을 택하겠다는 그 연명의료결정이 자기결정권에 따른 적절한 결정인지 혹은 어쩔 수 없는 현실에서 떠밀려 한 결정인지 생각할 문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의 변화된 가족 구조가 더 이상 혈연가족이 환자의 대리의사결정을 전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며 가족이 환자의 의사와 최선의 이익을 잘 대변할 수 없는 경우에도 법적으로 지정된 가족이라면 대리의사결정이 가능한 현재의 연명의료결정법이 윤리적 관점에서 적절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임상현장에서 대리의사결정 시 가족 관계와 관련해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은 △법적 가족이 있으나 환자의 의사와 최선의 이익을 잘 대변하지 못하는 경우 △법적 가족이 있으나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 △법적 가족이 아예 없는 경우다.

유 교수는 “현재의 연명의료결정법은 환자의 의사가 없이 무연고자의 결정은 누구도 할 수 없다고 되어 있으나 이는 비겁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며 “‘연명의료를 원치 않는다’라는 표현이 없다고 모든 종류의 연명의료를 다 해야 한다는 것은 고통스럽지 않게 죽을 환자의 권리를 빼앗고 최선이 이익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유 교수는 현재와 같은 포괄적 의미의 연명의료에 대한 동의 후 논의의 연속선 없이 임종기에 복잡한 의료행위에 대해 결정해야 하는 구조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유 교수는 “임종과정에서의 연명의료결정 이행 과정은 현재처럼 임종과정 판단과 이행항목 결정 등을 복잡하게 나누기보다는 환자의 의학적 상태가 시시각각 변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임종과정 판단은 서식작성보다는 의무기록에 남기는 것이 더 간편할 수 있다”며 “이행항목은 임종과정 서식 작성시에만 연명의료 여부를 따져서 결정하는 게 아니라 미국에서 사용하는 Code Status와 같은 방식이 덜 복잡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연명의료결정에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높이기 위해 연명의료결정 외에도 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을 위한 여러 시도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이제는 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의 필요성과 현실적 실행 방법에 대해 의료진, 일반인, 환자 및 가족 등에 대해 홍보하고 교육하는 것을 다음 과제로 생각해야 한다”며 “의료진이 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과 옹호를 위해 소신을 가지고 이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적,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대리의사결정 제도의 개선과 무연고자의 임종기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국외의 대리인 제도를 차용하는 방식보다는 국내에서 가장 적절한 대리의사결정의 방식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 등이 필요하며 현재 무연고자의 결정을 의료기관윤리위원회에서 자율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인 만큼 이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요구된다는 게 유 교수의 의견이다.

이외에도 연명의료결정제도의 의미 있는 발전을 위해 임상현장의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임종돌봄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임상현장의 의료진이 임종돌봄을 제공하기 어려운 장애요인을 파악해 이에 대한 지원체계를 마련할 수 있는 연구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연명의료결정제도의 운영현황 및 개선과제’를 발표한 조정숙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연명의료관리센터장은 의료기관에서의 연명의료결정제도 활성화를 위해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설치 확대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설치 후 서식 작성 전무한 기관 관리 △의료기관윤리위원회의 역할 검토 필요 △공용윤리위원회를 통한 의료기관윤리위원회 확대 △의료인의 교육 이수 강화 등을 제시했다.

조정숙 센터장은 “종합병원의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설치 의무화와 요양병원의 의료기관윤리의원회 설치 유인 방안(평가 또는 수가 등) 마련돼야 한다”면서 “요양병원의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설치 유인 방안은 올해 말에 나올 ‘요양병원의 연명의료결정제도 참여 확산을 위한 조사 분석연구’ 결과를 토대로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요양병원에서의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따른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에 대한 기준 완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임종기 판단 시 담당의사와 해당분야 전무의 1인 판단에 대해서도 완화를 검토하고 현재 심의 기능이 미약한 의료기관윤리위원회의 역할 검토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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