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의 실체를 알았기 때문에 반대한다”
상태바
“비대면 진료의 실체를 알았기 때문에 반대한다”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2.07.08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과·소아청소년과·이비인후과·가정의학과 4개과목 의사회 ‘원칙적 반대’ 천명
‘정부와 의협이 너무 성급히 진행하고 있어’ 지적…국민적 요구 있었는지 의문
의료취약지나 취약계층 대상으로 제한적 범위 내에서 시범사업 통해 검증해야
(왼쪽부터)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황찬호 회장,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강태경 회장.
(왼쪽부터)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황찬호 회장,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강태경 회장.

“코로나19 탓에 한시적으로 시행한 비대면 재택치료를 가장 많이 경험하고 수가도 가장 많이 받은 진료과목이 내과,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입니다. 그런데 왜 반대할까요? 비대면 진료의 실체가 무척 위험하다는 사실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대한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보이고, 대한의사협회도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한시적인 비대면 진료를 가장 많이 경험한 내과,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 4개 진료과목 의사회가 제동을 걸었다.

마치 한시적인 비대면 재택치료가 효과성과 안전성 등 모든 것을 입증한 것처럼 성급히 빌어 붙이고 있는데, 오히려 실제 경험해 본 결과 위험성을 더 크게 느꼈다는 것이다.

대한내과의사회(회장 박근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회장 임현택),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회장 황찬호),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회장 강태경)는 7월 7일 긴급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4개 진료과목 의사회 회장들은 최근 전국 내과·소아청소년과·이비인후과·가정의학과 의사회원 2,58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비대면 진료에 대한 원칙적 반대 의사를 천명했다.

특히 지난 4월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비대면 진료에 대한 논의 가능성을 열어 둔 대한의사협회마저 성급히 움직이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박근태 회장은 “내과·소아청소년과·이비인후과·가정의학과는 다른 어떤 과보다 훨씬 더 많은 코로나19 확진자 비대면 재택치료를 시행했고 수가도 많이 받았지만, 원격의료의 전면 도입이 무척 위험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대한의사협회도 대의원총회의 결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움직이는 것 같은데, 적어도 4개 진료과 의사회는 원칙적으로 반대”라고 전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의료인프라가 튼튼한 경우에는 전면적인 비대면 진료 도입을 추진하기보다는 의료취약지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 범위 내에서 시범사업을 우선 시행해 검증해야 한다고 역설한 박 회장이다.

박 회장은 “만약 철저한 검증을 거친 후 비대면 진료가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의료전달체계의 왜곡을 막기 위해 인증된 1차 의료기관과 재진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정된 지역 및 제한된 인원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도, 의협도 급하게 추진할 일이 절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의사의 양심상 ‘이렇게 쉽게 진료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대면 진료가 국민적인 요구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황찬호 회장은 “비대면 진료는 의사의 실수를 유발하는 허점이 너무 많고 플랫폼 업체들도 의사와 환자와의 기본적인 관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이윤만 추구하고 있다”며 “직접 만나지 않고 전화통화만 하는 커플은 연애를 오랫동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이어 “국민적인 요구도 없었고 플랫폼 업체만 난리를 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도대체 무엇이 그리 급한지 모르겠다”며 “의료는 매우 복잡한 영역인데, 자칫 잘못하면 비대면 진료 때문에 그동안 잘 쌓아온 우리나라의 의료체계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태경 회장은 코로나19로 긴 시간 힘든 상황을 겪었음에도 내과·소아청소년과·이비인후과·가정의학과 민초의사들이 이렇게 강력한 반대 의사를 공동으로 밝힌 이유는 그만큼 비대면 진료의 위험성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강 회장은 “정부는 이번 기회가 아니면 의료계에 큰일이 날 것처럼 얘기하고 있는데, 그런 모습이 더 우려스럽다”며 “비대면 진료는 최소한의 의료인프라로 연명하는 의료 소외지역을 더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고 저수가·플랫폼 위주의 기업식 진료를 양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4개 진료과목 의사들이 직접 비대면 진료의 위험성을 경험한바, 더 많은 의사가 비대면 진료의 실체를 알아야 한다고 밝힌 이들 회장이다.

임현택 회장은 “정부가 비대면 진료의 장점만 얘기하고 있는데, 코로나19 확진자 재택치료를 하면서 발생한 안타까운 일들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며 “원격진료가 안전하고 효과가 크다면 국민과 의사를 완벽히 설득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아울러 비대면 진료를 겪은 대다수 의사 회원들의 이 같은 주장에 의협이 귀를 기울이고 신중히 행동해 달라는 게 임현택 회장의 요청이다.

임 회장은 “내과·소아청소년과·이비인후과·가정의학과가 비대면 진료의 실체와 위험성을 경고하고 반대했음에도 의협이 회원들의 뜻에 반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기본적으로 탄핵감”이라며 “의협이 비대면 진료에 좀 더 신중을 기했으면 좋겠다는 뜻”이라고 부언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