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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상병수당’ 성공 위해선 병가 제도 정착 선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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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상병수당’ 성공 위해선 병가 제도 정착 선행돼야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2.06.2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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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병수준 따른 수당 차등화‧의료인증 강화 및 근로복귀 지원 필요
KDI 권정현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 ‘KDI FOCUS’ 통해 정책 방향 제시

“‘한국형 상병수당’이 아픈 근로자의 안전망으로서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병가 제도의 정착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취약사업체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상병수준에 따른 수당의 차등화를 통해 소득 지원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동시에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의료인증을 강화하고 근로복귀를 지원하는 방안이 상병수당 제도에 포함되어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이하 KDI) 권정현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6월 28일 ‘KDI FOCUS’를 통해 한국형 상병수당이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향성을 이같이 제안했다.

KDI 권정현 연구위원
KDI 권정현 연구위원

권 연구위원은 ‘아픈 근로자를 위한 새로운 안전망 설계’라는 보고서에서 오는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상병수당 시범사업은 아픈 근로자에 대한 실효적 안전망으로서 미흡한 점이 있다고 밝혔다.

상병수당 수급이 아플 때 쉬는 것을 전제하나, 현재 시범사업 모형은 근로무능력 기간 중 상실 소득만을 보장할 뿐 병가 및 휴직 등 아플 때 쉬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아 병가 및 휴가 이용이 어려운 취약한 일자리 근로자일수록 상병수당 제도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제도의 이원적 운영을 우려했다.

또한 상병수준에 관계없이 최저임금의 60% 수준(2022년 일 43,960원)의 정액 수당을 90일 또는 120일까지의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지급해, 큰 위험에 놓인 근로자의 소득 안전망으로서 실효성이 낮으며 불필요한 상병수당 수급 통제를 위한 대비책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권 연구위원은 “시범사업은 실제 사업을 시행하기 전에 정책 효과를 확인하고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개선하기 위한 과정”이라며 “상병수당이 효과 적으로 아픈 근로자를 지원하면서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향후 추가적인 시범사업 과정에서 고려가 필요한 사항들을 점검하고, 새로운 안전망의 설계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먼저 일자리별 격차와 상병수당의 이원적 운영 가능성을 언급했다.

상병수당의 실효적 운영을 위해서는 아플 때 쉴 수 있도록 병가 및 질병 휴직 등 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하나 300인 이상 사업체의 정규직 중 7.2%가 병사제도의 적용을 받는 반면에 30인 미만 사업체의 비정규직 중 병가 제도의 적용을 받는 비율은 7.1%에 그쳐 사업체 규모와 고용 안정성에 따라 병가 제도의 적용 격차가 큰 것으로 확인된다는 것이다.

사업체 규모별 병가 제도의 격차
사업체 규모별 병가 제도의 격차

권 연구위원은 “한국형 상병수당은 일하는 모든 근로자를 포용하는 보편성을 전제한다”면서 “그러나 보편적 안전망으로 상병수당이 도입되더라도 아플 때 쉴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상당수의 일자리 근로자들은 상병수당 수급기간 중 일자리 상실 위험에 노출될 수 있고 이는 병가 이용이 가능한 근로자와 가능하지 않은 근로자 간 제도 혜택의 이원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별 건강과 근로환경 격차도 고려돼야 한다. 일자리에 따라 병가 제도에 대한 접근성에 차이가 있는 가운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건강 격차가 나타나며 비정규직 내에서도 고용 형태에 따른 체계적 건강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근로자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위험 근로환경 노출 정도가 근로자 집단 내에서도 고용 형태에 따라 체계적으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권 연구위원은 “근로환경의 특성은 근로자의 건강 불평등을 야기하는 주요 요인이며, 업무와 질병 간 엄밀한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어렵고 고용 형태가 다양화됨에 따라 사용자 특정이 어려운 점, 상병수당 수급 기준이 강화된 이후 업무상 상병이 증가한 스페인의 사례 등 업무 외 상병과 업무상 상병 간 밀접한 관계를 고려할 때, 취약한 근로환경으로 인해 발생한 질병 및 상해가 상병수당 수급 범위에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위험 근로환경의 개선은 상병수당 수요를 유발하는 환경적 요인을 사전적으로 관리하는 의미가 있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예방적 차원에서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상병수당이 취약한 근로자를 보호하는 실효적 안전망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소득 보장뿐 아니라 병가 제도의 정비와 근로자 건강 지원 및 근로환경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근로자가 아플 때 고용과 소득의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근로자가 아플 때 고용과 소득이 변화하는 정도를 실증적으로 분석해 상병수당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상병수당 설계 시 고려가 필요한 구성 요소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

입원 경험으로 정의한 건강 충격을 겪은 근로자는 건강 충격 발생 이후에도 지속적인 고용과 소득 감소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간의 소득감소는 아픈 근로자 중에서도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근로자 집단에서 나타나므로 소득 지원 외에 노동시장 참여 지속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 연구위원은 “입원 발생 이후 소득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가구의 연평균 생활비는 입원 경험 이전과 비교해 유의한 차이를 확인할 수 없는 반면 가구의 저축액은 입원 경험 1년 후부터 26~3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가구원의 건강 손실로 노동소득의 감소를 겪고 있는 가구는 저축을 이용해 소비를 평탄화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권 연구위원은 “분석 결과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및 재난적 의료비 지원 등 의료비에 국한된 지원 확대만으로는 충분한 안전망 역할이 어렵고 건강문제로 일정 기간 근로할 수 없는 근로자에 대해 소득 손실을 보상하는 안전망인 상병수당이 필요함을 시사한다”면서 “또한 상병으로 인한 일자리 상실이 아픈 근로자의 소득 감소의 주요 원인이므로, 상병기간 중 고용 유지 및 근로복귀 지원 등 고용 안전망 요소가 상병수당 제도 설계에 포함될 필요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병기간별 소득대체율 차등화의 필요성도 피력했다.

상병의 중증도에 따라 고용과 소득 감소 효과의 크기가 차별적이므로 보다 실효적인 안전망 마련을 위해서는 중증 질환에 대한 보장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입원기간별 고용과 소득의 변화
입원기간별 고용과 소득의 변화

권 연구위원은 “3일 이상 7일 이하의 단기간 입원에서는 입원 경험 1년 후에 경제활동참가율 감소가 일부 나타나는 것 외에 유의한 고용과 소득 감소를 확인할 수 없다”면서 “반면 8일 이상 지속된 입원의 경우 입원이 발생한 해부터 전일제 근로를 지속할 확률이 입원을 경험하지 않은 근로자들에 비해 5% 이상 감소하고 근로소득 또한 35%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는 주어진 한정적 재원하에서 단기간 회복이 가능한 상병에 대한 지원보다는 장기간에 걸쳐 발생하는 건강 손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식이 실제 소득 충격을 겪는 근로자에 대한 실효적 안전망으로 적합하다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상병의 중증도를 대리하기 위해 병원급 의료기관과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입원이 각각 고용과 소득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결과 상대적으로 경미한 질환일 가능성이 높은 병원급 의료기관 입원의 경우 고용 및 소득 감소 효과를 확인할 수 없으나,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입원의 경우 고용과 소득 감소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했다.

입원 의료기관별 건강 충격이 고용과 소득에 미치는 효과
입원 의료기관별 건강 충격이 고용과 소득에 미치는 효과

결과적으로 고용이나 소득에 부정적인 영향이 적은 경미한 질환까지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것보다, 고용과 소득에 부정적인 영향이 뚜렷한 장기간에 걸친 상병 또는 중증 질환에 대한 상병수당의 보장수준을 높이는 것이 보다 실효성 있는 안전망 설계방식이라고 권 연구위원은 시사했다.

그러면서 권 연구위원은 △병가 제도의 마련과 취약사업체 지원 △상병수준별 수당의 차등화 △의료인증과 근로복귀 지원을 정책 방향으로 제언했다.

권 연구위원은 “상병수당의 이원적 운영을 방지하기 위해 최소한 무급 병가를 법제화하고 상병수당 이용으로 발생하는 고용 비용을 지원해 고용주의 제도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며 “상병수준별 소득대체율을 차등화해 단기간의 경미한 질환으로 상병수당은 반복적으로 수급하는 것을 통제하고 중증 질환에 대한 안전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상병수당 제도가 도입된 후 발생할 수 있는 도덕적 해이 문제를 통제하기 위해 의료인증을 강화하고 상병수당 의료인증에 근로능력 평가를 포함해 근로복귀를 지원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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