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치료 특수성 인정한 수가체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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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 치료 특수성 인정한 수가체계 필요”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2.06.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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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제24대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장 취임 기념 인터뷰
“모두가 꺼리는 화상 치료지만, 더 체계화할 것” 포부 밝혀
화상연구소 및 국가 연구과제 수주 통해 화상 분야 질적 성장 도모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병원에 적자를 안겨준다. 경영진의 의지 없이는 지속하기 힘들다. 오래전에 성장세가 멈췄다. 예방을 위한 대국민 홍보 및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 아무도 관심 없다. 건강보험체계에서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대한민국 화상 치료 및 연구의 대표주자인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을 이끌 24번째 수장으로 최근 취임한 허준 병원장이 병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화상’을 표현한 말들이다.

이처럼 단편적으로 봤을 때는 병원 측에 좋은 점이 일절 없는 게 화상 치료처럼 보이지만, 허준 병원장의 생각은 달랐다.

수익을 기대할 수 없어 모두가 꺼리는 것이 화상 치료이긴 하나, 그간 화상전문병원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다하고 세계적인 의술 및 관련 연구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도 한림대한강성심병원이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한림대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는 서울 영등포 지역에 영세민이나 저소득층이 많고, 이들이 화상을 입는 일도 많다는 점을 고려해 설립됐다.

단순 화상 치료뿐만 아니라 트라우마 치료 등을 위한 정신건강,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한 재활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한림화상재단을 통해 취업, 멘토링, 심리케어 등 화상 환자의 삶 전체를 돌보고 있는 게 특징이다.

학교법인 일송학원 이사장이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진료행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덕분에 지금의 한림대한강성심병원이 존재하게 된 것.

허준 병원장은 “화상은 주로 산업현장과 저소득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사회적 질환이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치료 분야”라며 “따라서 화상 치료 및 연구가 지속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병원에 이득이 되는 일이 적더라도 앞으로 한림대한강성심병원 같은 의료기관이 지속 가능하려면 화상 치료의 특수성을 인정한 수가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허준 병원장의 설명이다.

허준 병원장은 “우리나라의 화상 치료 수준은 임상적으로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라선 지 오래됐다”며 “이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키고 기반을 더욱 단단히 다져야 하는데, 현재 국가 건강보험체계에서 낮은 대접을 받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즉, 사립대학교병원에서 공공의료의 성격을 지닌 화상 치료를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인데 수가체계에서 마저 화상은 소외됐다는 의미다.

허 병원장은 “현재의 수가체계는 진료과별로 불균형이 매우 심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특수성이 인정되는 진료과를 인정하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공공성이 강한 분야는 보전을 어느 정도 해줘야 정상 운영이 가능하다”며 “진료 수가를 정상화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비급여체계 아래 본인부담이 커지고 역전현상이 비일비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수가체계 및 건강보험의 합리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의료 정책과 연관된 조직인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근로복지공단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 허 병원장이다.

허 병원장은 “복지부, 식약처, 건보공단, 근로공단, 심평원 등을 모두 아우르는 총괄팀이 없다”며 “이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현 의료체계의 모순을 개선하고 정책을 개발해야 소외된 진료과, 소외된 환자들이 없어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허준 병원장은 한림대한강성심병원만의 자랑인 화상연구소를 통해 국가 연구과제를 적극적으로 수주해 화상 치료 분야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허 병원장은 “화상으로는 국내 원탑인 만큼 팀 단위로 화상연구소를 운영해 다양한 국가 연구과제를 수주할 것”이라며 “외국에서 수입하는 고가의 화상 치료 관련 의료기기, 약제, 재료 등을 대체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화상 분야의 질적 성장을 도모할 뿐만 아니라 좀 더 효율적이고 체계화된 화상전문병원을 만들기 위해 화상연구소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부언했다.

한편, 허 병원장은 취임 당시 △화상 특성화 진료 및 화상연구 역량 강화를 통한 대표 융합특성화센터 구축 △메타버스 가상병원 활성화를 통한 디지털 의료원 가속화 △전문간호 인력을 비롯한 의료 스페셜리스트 교육 개발 및 제도화 등을 중점 추진 과제로 선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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