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절감은 수익증가보다 20배의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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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절감은 수익증가보다 20배의 효과가 있다
  • 병원신문
  • 승인 2022.05.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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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개성 엘리오 앤 컴퍼니 대표…병원경영의 실전 전략(7)
’싼 게 비지떡‘인 경우 많아 가격보다 품질 우선돼야
합작법인 통한 구매보다 경쟁입찰 활용하면 더 이득

■ 구매역량이 중요한 경쟁력이다

수익을 올리는 역량이 반이라면, 그 절반은 구매를 잘하는 역량이다. 인력 채용도 지식과 노동에 대한 구매로 볼 수 있듯이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모두 구매행위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세계적인 경영의 구루인 마이클 포터는 지식산업일수록 구매역량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무엇을 살 것인지, 얼마에 살 것인지, 어떻게 살 것인지를 결정하는 전문성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거나 비용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 싼 것을 구매하는 게 좋은 것은 아니다. 품질이 표준화되지 않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가격보다 품질이 우선되어야 한다. 차별화를 위해 첨단장비를 구매할 때나 병원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서비스를 구매하는 등의 경우이다. 이런 경우에 싸다고 구매하면 더 큰 대가를 치른다. ‘싼 게 비지떡’인 것이다.

첨단장비를 통해 차별화를 꾀하려 할 때 그 목적에 맞는 결정을 해야 한다. 고가장비를 구매할 때 선도 대학병원으로부터 타당성분석을 의뢰받곤 한다. 다른 장비와의 기능 차이, 다음 버전이 나올 예상 시기, 다음 버전과 예상되는 기능 격차, 유지보수를 포함한 적정가격 등 계약조건을 살피게 된다. 해외에서 이미 도입한 병원의 사례와 효능, 제조사 간의 기능과 가격을 비롯한 조건 차이, 타 장비와의 연계 가능성 등을 분석하여 대안을 제시하곤 한다.

차별화를 위해 수십억 원에서 수천억 원을 하는 고가장비를 구매하지만, 목적을 달성하기는커녕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가일수록 충분한 정보를 얻기 위해 직접 발품을 많이 팔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노력이 필요하다.

■ 마른 수건보다 젖은 수건을 짜야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환자를 증가시켜 수익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은 갈수록 힘들어진다. 이 힘든 업무에는 많은 시간과 관심을 가지면서 이익 규모에 영향을 더 많이 끼치는 비용절감에는 소홀한 경우가 많다.

비용은 인건비, 재료비, 관리비로 구성이 된다. 손익계산서상의 인건비 외에 관리비에 포함된 복리후생비, 외주용역비 등 인건비성 비용을 포함하면 실제 인건비는 40%에서 60%를 차지한다. 그래서 인건비가 수익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병원은 적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급여, 퇴직급여, 4대 보험료와 같은 인건비성 비용은 인력을 줄여야 하는데 이는 부작용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의료진의 수를 줄이면 비용보다 훨씬 많은 수익이 줄어들고, 간호사 등의 인력을 줄이면 업무량이 늘어나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 급여수준을 낮추면 의사나 간호사의 영입전쟁에서 이길 수가 없다.

그런데 급여 수준과 직종별 인원을 매우 타이트하게 관리하는 병원장도 한 번에 수억 원이 나가는 장비를 구매하거나 한 해에 수십, 수백억 원이 나가는 물품단가계약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쉽게 계약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총비용 중 재료비가 약 30% 정도가 되고 재료비 이외에도 계약을 통해 발생하는 비용을 합치면 약 40%에 이른다.

약, 소모품, 수술재료, 시약, 의료가스, 린넨은 물론 용역, 검사수수료, 유지보수료 등의 비용들은 모두 외부로부터 구매 계약을 통해 발생하는 비용이다. 수익의 증가가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평균 5%이지만 비용은 줄이면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100%이다. 수익증가가 일정규모를 넘어서면 이익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비용절감이 이익에 미치는 효과는 수익증가보다 일반적으로 최대 20배가 큰 셈이다.

■ 모두가 협상에는 자신이 있다?

대학병원 경영자는 구매에 관심을 잘 두지 않는다. 잘 모르는 경우도 있지만, 관심을 두면 업체와 유착이 있는 것처럼 의심을 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용자들이 물품을 단수로 정해서 올리는 경우가 허다하고, 총무과나 구매과에서 실무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경영진이 개입할 여지도 별로 없다. 그렇기에 역으로 절감할 수 있는 여지는 많이 있다.

중소병원 경영자는 오랫동안 협상을 해왔기에 구매에 관한 한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이는 상대가 협상을 잘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영업을 전문으로 하는 이들의 능력 때문일 수도 있다. 병원의 요청에 따라 실제로 분석해보면 구매가격, 기능, 부수적인 혜택, 유지보수 조건 등에서 매우 불리한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구매 프로세스가 정립되지 않아 비품이나 사무용품 등은 중고제품으로 들여오면서 신품보다 더 비싸게 구매하는 터무니 없는 경우도 적지 않았고, 시약은 구매한 물량이 사용되지도 않고 다시 업체로 돌아간 경우도 있었다. 이는 유착으로 인한 경우가 없지 않았지만, 대부분은 인력의 부족이나 잦은 이직으로 전문성이 쌓이지 않은 경우였다.

구매에 관심이 있는 경영자는 간납업체를 활용하거나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도 하는데, 예상한 정도의 비용절감이 되거나 배당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다 보면 거래관계가 틀어지기도 하고, 직원들이나 업계 관계자의 투서 등으로 인해 병원장이 수사기관에 출두하는 경우도 흔히 보게 된다. 합작법인을 만들면, 병원 이익의 일부가 합작법인의 이익이 되고, 합작병원의 이익에서 법인세를 낸 뒤 병원이나 관계자의 지분비율만큼만 배당을 받게 된다.

병원에 100의 이익이 생길 수 있는데, 약 40의 배당을 받게 되는 구조다. 병원을 건강하게 만들려면 합작회사는 효과적이지 않다. 그렇기에 의약품과 같이 진료재료도 간납사의 특수관계자 지분을 50% 미만으로 제한하고, 3년마다 의료기기 구매 현황과 불공정거래 실태조사를 시행하는 법안이 계류 중이다. 특수관계자에게는 의약품이든 진료재료든 간납사의 지분 취득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법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 적법하고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A대학병원은 재료비율이 비교병원보다 무려 4%p나 높았다. 특정업체를 내정하고 유찰을 막기 위해 들러리 업체를 참가시키는 형식적인 입찰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B중소병원은 의약품을 20년 전부터 병원장의 지인이, 진료재료는 주요 품목의 지역 독점권을 가지고 있는 업체가, 시약은 특정 제조사 장비만 고집하여 10년간 동일업체가, 외주검사는 6년 전 계약하여 두 차례 연장하고 있는 업체가 공급하고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병원과 협력하여 보다 많은 제조사, 도매상, 메디칼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경쟁구조를 설계했다. 사용부서에서 특정제품을 고집하면 경쟁을 제한시키기 때문에, 협조를 얻어 입찰 규격서에 복수 이상의 제품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토대로 원가를 최대한 절감할 수 있는 입찰구조를 설계하고 예정가격을 설정했다.

입찰구조를 단순화하여 영업소재지 등 불필요한 자격요건을 제거하고, 입찰설명회, 주요업체 협조요청, 투찰 즉시 현장개표를 표방하는 등 입찰의 투명성에 대한 믿음을 주는 조치를 했다. 그 결과 A대학병원에서는 재료비 대비 11%(60억 원)의 절감을 했고, B병원에서는 16%(28억 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나타났다. 평균이익률이 5%이라면, A대학병원은 1,200억 원, B중소병원은 560억 원의 매출을 올려야만 낼 수 있는 이익규모이다.

이런 조치 후 재무팀, 총무팀, 약제팀 뿐 아니라 심지어 간호부에서 부수적으로 구매하고 있는 것을 총무팀으로 일원화하여 인력을 보강하고 구매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내부에 전문성을 갖추게 하거나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마음 불편한 리베이트를 받을 필요도 없고, 법규를 준수하면서도 리베이트에 해당하는 금액의 최소 두 세배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 전략적 구매를 위한 3가지 준비

전략적 구매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3가지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현재 구매하고 있는 의약품과 재료에 대한 자료를 기초로 절감 폭을 계산할 수 있는 제품별 원가를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만 적합한 예정가격 작성과 입찰규격서 등을 비롯하여 최적의 입찰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둘째, 입찰규격서와 관련해서 의료진 등 실제 사용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이런 역할을 하는 인력은 입찰 전 과정에 걸쳐 법률, 회계, 전산, 물류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의료진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지금까지의 관행을 벗어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절감 효과가 크면 전임자의 무능이나 부정으로 여겨지거나 지역 업계와의 교류관계를 의심받을 우려가 있다. 그래서 이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거나 새로운 주체가 수행하게 해야 한다.

많은 병원이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분원 설립이나 증축, 리모델링, 장비 도입 등 막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외부자금을 조달하려면 조달여부, 조달규모, 이자율 등 조달조건 등은 현재의 병원 이익률에 달려있다. 병원 이익률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첩경은 ‘전략적 구매를 통한 원가절감’에 있다.

<병원경영의 실전 전략 글 싣는 순서>

프롤로그: 실패한 혁신도 큰 자산.
1회: 변화는 ‘비전을 공감하는 것'부터.
2회: 리더십의 확장, 내가 아니어도 더 잘 할 수 있다.
3회: 의료품질을 타협하면 다른 방법은 없다.
4회: 누구나 명의의 가능성은 있다.
5회: 직업적 소명이 주는 힘.
6회: 홍보는 전방위로 해야 한다.
7회: 비용 절감은 진료수익의 20배의 효과가 있다.
8회: 윙맨 능력의 합이 경영자의 능력이다.
9회: 간호부가 밝아야 병원도 밝다.
10회: 환자의 집보다는 쾌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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