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적 소명이 주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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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적 소명이 주는 힘
  • 병원신문
  • 승인 2022.04.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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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개성 엘리오 앤 컴퍼니 대표…병원경영의 실전 전략(5)
예약 프로세스 점검·개선 후 환자 증가…병원 평판 ‘UP’
환자에 대한 직업적 소명이 병원경영 중심되면 친절 우러나와

■ 찾아온 고객에게 잘해야 한다

요즘 환자들은 선도 대학병원 중 몇 군데를 동시에 예약한 후 빨리 예약되거나 더 편리한 병원을 선택한다. 상위권 대학병원의 실력은 평준화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자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노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환자가 예약하려고 할 때 절차가 불편할 뿐 아니라 한두 달 기다리는 게 예사이다. 병원을 방문해도 주차장에서부터 불만이 터지기 시작한다. 과거 주차장의 여유가 있었던 대학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은 병상당 무려 1.7개 이상이 필요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약해도 외래에서 대기하는 것을 시작으로 검사 대기, 입원 대기, 수술 대기 등 기다림의 연속이다. 대학병원은 대기시간을 줄이면 환자의 만족도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더 볼 수도 있어 수익성이 개선된다. 내원한 환자들이 만족하면 가족, 친지를 불러오기 때문에 신환 창출에 많은 도움이 된다. 그렇기에 내원환자의 목소리를 정기적으로 수렴하고 신속히 해결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대부분의 혁신과제가 여러 부서가 연계되고 적지 않은 저항이 있기 때문에 병원장 직속으로 의료혁신실을 설치하여 해결하는 게 좋다.

중소병원은 대학병원보다는 부서 간이나 의료진의 협조를 잘 받을 수 있기에 경영진의 의지에 따라 신속하게 환자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만약 중소병원이 환자들을 대학병원과 같이 많이 기다리게 하고 불편하게 한다면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최근에 와서 내원환자를 만족시키려는 인식이 높아졌고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 내원 경험은 없는 잠재고객이나 우리병원을 소개해줄 수 있는 기관을 만족시키려는 노력은 소홀한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한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 콜센터에서부터 시작하라

자발적으로 오려는 고객을 막는 기업이 있을까? 그런데 이런 일이 병원에서는 비일비재하다. 주요 포털을 검색해도 예약기능이 없는 병원이 대부분이다. 모바일 홈페이지의 글자가 잘 보이지 않고 기입해야 할 항목이 많아 중간에 포기하고 만다. 전화로 예약하려고 해도 통화가 잘 안 된다. 연결되어도 그냥 방문하라고 하는 병원이 태반이고, 원하는 날짜와 시간대를 잡기도 쉽지 않다. 이런 병원들은 예약부도를 내는 환자를 관리하지도 않는다. 의료진별로 예약 가능한 환자수를 관리하는 주체나 원칙도 없다. 그래서 의료진이나 외래간호사의 자의에 따라 진료예약 스케줄이 결정된다.

A병원은 가장 먼저 예약 프로세스를 점검한 후 홈페이지 예약기능을 개선하고 전화예약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진료과별로 달랐던 진료 시작시간을 통일하고 유사 병원의 동일 진료과와 비교하여 시간당 예약가능 환자수를 결정했다. 최소 2배, 많게는 3.5배까지의 예약 자리가 늘어나게 되어 외래환자 증가로 이어졌다. 콜센터 요원을 확충하고 응대멘트와 방식 등을 교육하여 예약 서비스품질을 개선하였다. 바쁜 일이 생겨 병원에 가지 못했는데, 병원에서 먼저 친절하게 전화하여 원하는 예약날짜를 다시 잡아줬다며 칭찬하는 환자도 늘어나면서 병원의 평판이 현저하게 좋아졌다.

콜센터는 과거처럼 수동적으로 예약만 받는 조직이 아니다. 예약은 물론 서비스를 관리하는 기능과 권한을 집중하여 예약은 물론 온라인 서비스 혁신을 위한 첨병으로 진화하여야 한다. 그러면 전체 의료진의 예약가능 세션, 진료 시작시간 등을 관리할 수 있고, 예약 부도가 나면 즉각적으로 조치가 가능해진다. 또한 환자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여 이벤트 콜을 비롯하여 다양한 부가서비스와 마케팅을 할 수 있다.

■ 협력병원을 확장하라

콜센터 못지않게 중요한 환자의 길목이 있다. 그것은 협력병원, 협력업체 등의 조직들이다. 대학병원의 신환자 유입경로는 협력병의원과 협력기관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중증도가 높은 환자는 더욱 그러하다. 그렇기에 협력병의원을 관리할 조직을 강화하여 협력병의원의 기관수를 늘리는 노력과 함께 의뢰실적이 우수한 병의원을 특별관리해야 한다. 그들이 의뢰하는 환자는 물론 원장과 직원의 예우를 차별화해야 한다. 대학병원에서는 협력병원 관리의 중요성을 많이 인식하고 있지만, 중소병원들은 대학병원이나 하는 것이라며 소홀히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협력병의원의 정보나 기관별 의뢰환자 수 등에 대한 자료도 없고. 심지어 전담 조직과 인력도 없이 원무부장 등 개인의 역량에 의존한다. 협력병원 관리를 위해 조기축구회를 비롯해 지역 내 동호회 활동을 하는 수준이다.

A병원은 협력기관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병의원별 의뢰환자수, 의뢰받은 환자의 분포와 지역별 병의원 수를 기준으로 현재의 핵심 협력병원과 향후 협력할 기관을 파악했다. 그리고 원내 경험 있는 간호사를 주축으로 하여 전담 인력과 조직을 편성하고,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보강했다. 이들은 협력기관의 수를 늘리고, 그들과 정기적인 미팅을 통해 그들의 요구를 반영했다. 요양원에서는 촉탁의와 의료진의 정기적 방문을 요청했는데, 이를 즉각 수용한 결과 요양원으로부터 적지 않은 입원환자가 발생하였다. 협력기관 관리만으로도 신환자의 수가 10% 이상은 쉽게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아울러 병원에서 구매업체과 같이 ‘을’이라고 인식하는 다양한 기관들을 병원의 우군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들과 그들의 가족·친지가 환자가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많은 병원들과 관계를 맺기 때문에 병원에 유용한 정보도 알려주고, 의사를 소개하기도 한다. 생각보다 그들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

■ 건강검진센터도 신환 창출의 핵심경로이다

대학병원이나 중소병원 구분할 것 없이 대부분의 건강검진센터(이하 건진센터)는 의료수익의 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건강검진센터를 병원에서 부족한 수익과 이익을 채워주는 부서로 생각한다. 하지만 건진센터는 환자 유치에 있어 더 큰 의미가 있다. 수진자 1명이 증가하면 외래환자 0.4명이 증가하기 때문에 수진자의 만족은 외래환자 증가로 직결된다.

A병원은 건진센터의 시설을 많은 돈을 드리지 않고 차별화했다. 서비스의 차별화를 위해 병원의 전문화 영역과 연계된 특화 프로그램과 매년 방문 고객을 위한 관리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성수기와 비성수기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기업뿐만 아니라 유관협회와 단체회원을 유치했다. 또한 비성수기에 병원을 방문한 입원환자 등을 대상으로 건진 마케팅을 강화했다. 센터 실적과 연계된 집단성과급을 설계하여 의사만 받던 성과급을 센터의 모든 직원이 받을 수 있게 했다. 그러자 그들은 건진센터의 수진자 규모를 결정하는 내시경과 초음파 검사에 대한 프로세스를 개선하여 일일 수진자 규모가 확대되었다. 이런 노력의 결과, 특화프로그램과 관리프로그램으로 인해 재방문율이 27%에서 46%까지 늘어났다. 또 가장 성수기인 11월조차도 추가적인 인력 증원 없이 내시경 건수가 22%나 신장했다. 단체검진과 원내 검진 활성화를 통해 상대적으로 비수기인 1월부터 3월까지 전년 대비 최대 4배까지 수익이 증가하였다. 전체적으로 건진센터의 수익이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했고, 건진샌터의 수진자 확대는 건진수익의 증가와 함께 외래환자수의 증대로 직결되었다.

■ 환자는 병원의 ‘직업적 소명’에 감동한다

병원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의 중요성이 강조되다보니, 병원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뒷전으로 밀리는 듯하다. 경영에서 수익성은 건강과 같은 것이어서 수익성 없이는 병원이 존재할 수 없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건강만을 위해서 사는 것은 아니다. 보람된 삶을 살기 위해서 건강이 필요한 것이다.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사회가 더욱 ‘돈’ 지상주의로 흘러가고 있다. 각자가 가진 직업적 소명은 옅어지고, 주변과 비교되는 연봉과 소득에 대한 민감도는 더욱 높아지는 듯하다. MZ세대는 더욱 이런 성향이 높다고 하며 그 추세는 더 심해질 것이다. 병원의 경영체제는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시대를 거스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20여 년 동안 만난 명의는 한결같이 환자가 회복되어 밝은 얼굴을 하고, 감사의 말을 전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다른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도 자기의 직업적 소명을 다했을 때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필자는 김구 선생님이 하신 “돈에 맞춰 일하면 직업이고 돈을 넘어 일하면 소명이다. 직업으로 일하면 월급을 받고 소명으로 일하면 선물을 받는다”라는 말씀을 특히 좋아한다.

병원과 의사는 환자를 위해서 존재한다. 누구보다도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어서 의사가 되었고, 병원을 설립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의미는 언제부터인가 잊혀간다. 병원의 경영상황이 과거와 같지 않고, 생존을 위한 노력이 더욱 절실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럴수록 왜 의사가 되었고, 병원을 세웠는지를 돌아보는 것이 경영의 기본을 갖추는 지름길이다. 환자에 대한 직업적 소명이 병원경영의 중심에 서면 진정한 친절이 우러나온다. 꾸미지 않아도 통할 수 있는 것은 진정성이다.

<병원경영의 실전 전략 글 싣는 순서>

프롤로그: 실패한 혁신도 큰 자산
1회: 변화는 ‘비전을 공감하는 것'부터
2회: 리더십의 확장, 내가 아니어도 더 잘 할 수 있다.
3회: 의료품질을 타협하면 다른 방법은 없다.
4회: 누구나 명의의 가능성은 있다.
5회: 직업적 소명이 주는 힘
6회: 홍보는 전방위로 해야 한다.
7회: 비용 절감은 진료수익의 20배의 효과가 있다.
8회: 윙맨 능력의 합이 경영자의 능력이다.
9회: 간호부가 밝아야 병원도 밝다.
10회: 환자의 집보다는 쾌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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