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스마트병원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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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스마트병원의 미래
  • 병원신문
  • 승인 2022.04.2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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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신문 창간 36주년 특집…이언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명예교수
메타버스 공간에서의 진료, 기술적·법률적·윤리적 논의 이뤄야
시작된 변화에 적응해 지속가능성 강화할 수 있는 디자인 필요

코로나19 대유행은 현재 의료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노출하여 확대 증폭시켰다. 막대한 의사 업무량부터 불만족스러운 환자, 시간적 물질적 낭비 요소 등 효율적이지 않은 업무 시스템과 관행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알고는 있었지만 개선할 엄두를 못 냈던 온갖 문제점을 일거에 수면 위로 올렸다. 또 다른 변화는 예전처럼 수동적으로 치료받기를 거부하는 ‘정보화된 환자(informed patient)’의 출현이다. 그들은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하고 치료 선택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기를 요구한다. 이러한 현상은 인공지능이 진료에 이용되면서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스마트병원은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야 지속 가능할지 논의해 보고자 한다.

2022년 CES 기조연설에서 로버트 포드(Robert Ford) 애보트(Abbott) CEO는 “미래의 의료 서비스의 방향은 의료와 기술이 융합하여 디지털 전환을 이루고 이를 통해 분산(탈중앙화)과 민주화를 달성하며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에 대한 통제권을 더 많이 갖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스마트병원이란 이러한 디지털 전환을 시작했거나 이미 어느 정도 진행을 하고있는 병원을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소수의 초대형 병원만 디지털 전환해서는 결코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 의료계 전반이 디지털 전환을 지향하여 새로운 의료 생태계를 조성했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의료 이용량은 가장 높고 반면 의료비용은 평균 이하로 국민 관점에서 비교적 이상적(의사들에게는 부담이 컸지만)으로 의료시스템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 대유행 이후 그동안 외면하고 싶었던 불편한 진실들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지금부터 현실적인 대책을 세우고 개선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그동안 누려왔던 우리 의료시스템의 좋은 점들은 지속하기 어렵다.

이러한 불길한 조짐은 국가통계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국민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가 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점이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은 오래 살지만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초고령사회로 급속히 진입하면서 노인이 일해야 하는 사회가 되고 있다. 이미 노인 고용률(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은 OECD 국가 중 일 위이다. 일하는 노인은 증가하는데 건강하지 못하면 국가 의료비 상승은 필연적이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새로운 의료 생태계를 조성하고 의료 서비스 흐름을 개선하여 국가 의료비 지출의 효율을 극대화해야 해결할 수 있다.

스마트병원의 방향성은 의료접근성 개선, 의료 질 향상과 의료비용 절감 세 가지로 요약되는데, 그동안 세 방향을 동시에 추구하기는 불가능한 일로 생각되었다.
 

의료접근성 개선

의료의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편리한 면도 있으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 불균형과 격차는 심화하였다. 과거에는 의료접근성의 격차는 국가 간 또는 지리적, 인종적, 경제적 원인 때문이었다. 최근 세대 간, 디지털 리터러시 격차까지 더해져 더욱 복잡해졌다. 특히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 동안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압축성장을 이루었다. 따라서 한나라에 개발도상국, 중진국, 선진국의 특성이 모두 혼재하는 독특한 사회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의료접근성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법을 도출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 개선안

① 디지털 전환을 통한 온라인 오프라인(가상공간 현실 공간) 진료 활성화

코로나 대유행은 온라인 진료를 활성화했으나 온라인 진료가 지속될지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정부의 견해나 환자와 의사들의 태도에 달려있다. 정부는 국가 의료비의 절감과 효율성을 위해 일부라도 온라인 진료를 유지하려 할 것으로 예상한다. 환자와 의사도 온라인 진료의 편리함을 이미 경험했으므로 과거처럼 온라인 진료를 불법화하는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제는 코로나 대유행 기간에 나타난 온라인 오프라인 융합 진료 중에 노출된 다양한 문제점을 디지털화된 스마트병원 시스템이 어떻게 극복하는가이다. 비대면 진료라는 용어 대신 디지털 대면 진료 온라인 대면 진료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우리 사회가 대면 진료라는 의미를 직접 대면에서 디지털을 통한 화상 대면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향후 메타버스 공간으로 진료가 확대될 것을 대비하여 기술적, 법률적, 윤리적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② 의료 서비스와 의료데이터 유통구조 혁신(의료공급자-소비자간 접점 확대)

의료 서비스가 공급자로부터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방식은 의료라는 개념이 성립된 이래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 인공지능, 초고속 통신 등의 발전은 의료 서비스 유통구조의 혁신을 강요하고 있다. 스마트병원의 환자 확보 방식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병원은 오늘날 의료 서비스가 어떻게 구성되고 소비자에게 제공되는지를 조명한 의료 서비스 공급에 대한 접근 방식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이미 미국과 중국에서 공유오피스 개념의 새로운 병원이 등장했다.

메타버스닥터 얼라이언스가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에서 시연한 가상 병원의 모습(사진 제공=메타버스닥터 얼라이언스)
메타버스닥터 얼라이언스가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에서 시연한 가상 병원의 모습(사진 제공=메타버스닥터 얼라이언스)

기존의 개원가에서 남는 공간을 나누어 사용하는 개념의 공유 병원도 대도시 임대료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진료는 접근성 측면에서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환자가 의사 혹은 병원을 찾아가는 방식에서 의사가 환자를 찾아가는 방식의 진료로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스마트병원도 이러한 현상을 고려하여 디자인해야 한다. 이제 초대형 병원의 불패 신화는 서서히 저물고 있다. 환자에게 다양한 접근 방식을 제공할 수 없는 병원은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

③ 공공의료의 새로운 역할 정립

한동안 우리나라 의료에서 공공이 담당하는 부분이 너무 적다는 주장이 있었다. 심지어 건국 초기 나라가 혼란한 틈에 민간 의료가 극성했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원활히 운영되려면 공공과 민간의 협업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공공과 민간이 각각 어느 정도의 양을 분담하느냐 보다 각각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하고 효과적으로 연동하도록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스마트병원도 이러한 관점에서 공공의료와의 협업체계에서 역할을 분명히 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한다.

과거와 같은 다소 피상적인 협력체계로는 다가오는 미래의 의료체계 관련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 초고속 통신망과 다양한 개원 방법의 보장으로 의사들의 과도한 개원 비용을 덜어 주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 국가 의료비 지출이 의료 서비스의 질을 향상하는 데 투입이 되도록 해야 한다. 역세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 층에 약국이 있고 다양한 소규모 의원들이 모여있는 소위 메디컬 빌딩은 더 이상 답이 아니다. 개원 비용을 낮추면 높은 비용부담의 위험성 때문에 의사 업무를 포기한 채 쉬고 있는 우수한 유휴 의료 인력(예 은퇴 교수)을 동원할 수 있다.

④ 의료 전달 시스템 개선을 위한 교통 접근성 인프라 구축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방문 진료는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구미 선진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다. 어려움의 원인 중 중요한 것이 교통 접근성이다. 환자의 의료에 대한 접근성과 의료제공자의 환자에 대한 접근성 모두 현재 상황은 매우 어렵다. 여기서도 해결책은 민간과 공공의 원활한 파트너십에 있다. 정부는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가 의사와 와 의료기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통 인프라를 제공 정비하고 각종 민간 서비스를 접근성 완화에 이바지하도록 과감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지원해야 한다.
 

의료 질 향상과 의료비용 절감

의료 현장에서 의료비용은 줄이고 의료의 질은 높이는 것은 모든 나라의 공통 난제이다. 국민의 의료에 대한 눈높이는 나날이 높아지고 초고가 약의 등장 등으로 의료비용은 폭발적 증가세에 있다. 현재의 의료시스템으로는 해결책이 마련하기 어려워 보이므로 과감한 개선과 혁신이 필요하다.

■ 개선안

① 의료서비스 유통 구조 개선을 통한 비용 절감

현재와 같은 일차 이차 삼차 상급 병원으로 나누어진 의료 전달체계는 다소 경직되어있고 전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비용의 발생을 피할 수 없다. 질병의 특성에 따라 즉 전문성에 따라 움직이는 유연한 전달체계가 필요하다.

스마트병원이 이러한 전달체계의 노드 때로는 게이트웨이의 역할을 해야 한다.

② 인적 자원과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정비

현행 의료법의 겸업, 겸직, 복수 장소 업무 금지 조항 등을 현실에 맞게 개선하고 정비하여 의료인력 동원의 효율성을 높이고 온라인 공간과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진료가 제약 없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스마트병원도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의료인력 고용과 근무 형태의 혁신을 해야 한다.

메타버스닥터 얼라이언스가 최근 선보인 가상병원 광장에서 피트니스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사진 제공=메타버스닥터 얼라이언스)
메타버스닥터 얼라이언스가 최근 선보인 가상병원 광장에서 피트니스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사진 제공=메타버스닥터 얼라이언스)

③ 공공과 민간 협업체계 강화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우수한 단일 시스템으로 운영되어왔다. 이러한 국민건강보험도 급격한 국가 의료비 상승 등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미 실손 보험 등 민간보험에 기반을 둔 의료보험이 널리 판매되고 있다. 이제는 공공의료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이 역할을 분담하고 협업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만 나날이 증가하는 미충족의료수요(unmet needs)를 감당할 수 있다.

④ 메타버스, 블록체인 NFT 등 새로운 기술의 도입

웹 3.0 시대에 걸맞은 의료시스템을 구현하려면 필요한 기술적 요소들을 과감히 기존 의료시스템으로 도입해야 한다. 동시에 의료데이터의 보안 의료데이터의 진본 증명, 메타버스 등 가상공간에서의 결제 등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다.
 

맺는말

세상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고 의료 역시 이 변화를 피해 갈 수 없다. 따라서 ‘이미 시작된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는가?’ 가 논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전 세계가 연동하는 세상에서 과거처럼 우리나라에 국한해서 문제를 바라보아서는 해결책을 마련할 수 없다. 좀 더 전 지구적 관점의 시각과 인싸이트가 절실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스마트병원도 이미 전개된 미래에 적응하고 지속 가능하도록 디자인해야 한다. 미래의 의료 서비스의 방향은 의료와 기술이 융합하여 디지털 전환을 이루고 이를 통해 분산(탈중앙화)과 민주화를 달성하며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에 대한 통제권을 더 많이 갖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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