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셀 수 없을 데이터 넘쳐나야 진정한 스마트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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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셀 수 없을 데이터 넘쳐나야 진정한 스마트병원”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2.04.18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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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진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보험자병원정책실 실장 인터뷰

“스마트병원이라고 한다면 환자에게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환자를 정확히 이해하는 길이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스마트라고 부를 수 없을뿐더러 스마트해지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어요.”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스마트병원 사업을 총괄하는 오성진 보험자병원정책실 실장(심장내과 전문의)의 한 마디다.

2020년 스마트병원 국책사업 때부터 건보 일산병원의 스마트 솔루션 개발을 맡은 오성진 실장은 ‘스마트병원’가 지향해야 하는 길을 이렇게 설명했다.

오 실장은 세상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고 이에 따라 환자도 바뀌고 있는 만큼 병원과 의사도 발을 맞춰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마트병원은 환자를 잘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고, 이는 더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라는 것이다.

병원신문은 최근 오성진 실장을 만나 건보 일산병원에 적용된 스마트병원 시스템과 향후 계획, 스마트 시대를 맞이해 병원과 의료진이 준비해야 할 요소들을 물었다.

■ 건보 일산병원은 어떤 과정을 거쳐 스마트병원이 됐나?

2020년 스마트병원 관련 국책사업 당시 우리 병원은 감염병 관리 영역을 담당했는데, 하나의 개별 의료기관 내에서만 스마트한 것은 의미가 없고 지역사회 단위에서 스마트 감염병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가장 첫 번째로 적용한 스마트 솔루션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한 환자 중증도 예측 및 병상 배정이다.

또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이용해 원격으로 생체 신호를 모니터링하기 시작했고, 감염병을 관리하는 병원들과 원격협진을 하는 형태로까지 발전했다. 이어 스마트 병동 시스템을 추가로 탑재했으며 환자와 보호자, 병원 의료진들이 원격 신호 발생기를 이용해 접촉자를 분류하는 실시간 동선관리 솔루션을 고안했다.

■ 지역사회 단위에서의 스마트 감염병 관리는 수월했나?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병상을 배정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비용이 추가로 필요한 게 아니라 무료로 시스템을 적용해주는 것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워낙 코로나19가 위급한 상황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결국 건보 일산병원 위주로 적용하긴 했지만, 앞으로는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지자체 등과 업무협약을 맺어 추진하면 더 수월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실제로 원내에 적용해보니 어땠나?

가장 확실한 장점은 확진자의 중증도가 어느 정도인지 주치의가 바로 파악할 수 있게 돼 병상 배정이 수월해졌다는 점이다. 사실 확진자 수가 많지 않은 평소에는 스마트 병상 배정 시스템을 활용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직접 눈으로 보고 병상 배정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인데 최근과 같이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때 빛을 보는 시스템이라고 본다.

■ 그렇다면 코로나19가 끝나면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코로나19가 종식이 되더라도 만성질환이나 재택의료 환자, 커뮤니티케어 관리 등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때의 핵심은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될 것이다. 하지만 웨어러블 디바이스 하나로는 환자의 모든 것을 모니터링하지 못한다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웨어러블 디바이스마다 앱을 하나씩 다 설치해 관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여러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하나로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려고 한다.

■ 원격협진이 좀 더 스마트해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원격협진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확실한 수가가 만들어져야 하고 원격협진 필요 시 즉각적인 해결이 가능한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 쉽게 말해 예약제가 아니고 카카오택시처럼 항상 대기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의뢰하는 병원과 협진하는 병원이 네이버지식iN같이 집단군을 형성하면 불필요한 협진이 남발하지 않고 진정한 지역사회 스마트 원격협진이 가능해질 것이다. 인공지능 알고리즘, 웨어러블 디바이스, 원격협진 세 가지를 묶어 일시적인 처방이 아닌 종합적인 건강관리가 가능한 모델이 필요하다. 넷플릭스의 구독 모델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 스마트병원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직접 사업을 해보니 스마트병원화 시킨다는 것은 예산과 인력도 많이 투입되지만 노하우가 중요한 것 같다. 안 그러면 예산과 인력만 투입하고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십중팔구다. 병원 구성원이 새로운 스마트 솔루션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기존 방식이 크게 불편하지 않기 때문인데, 문제는 오류는 항상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를 뛰어넘으려면 기존 방식이 충분히 불편하면서 오류의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

조사를 해보면 2021년 이후에 입사한 직원은 교육 한 번에도 지속 사용에 긍정적이지만 기존 인력은 익숙한 시스템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 성향 때문에 관성적으로 거부한다. 기존 방식을 유지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오류의 심각성을 확실하게 일깨워주던가 새로운 방법의 장점과 편리성을 더 부각해야 한다. 이는 우리 병원이 경험한 시행착오인데, 만약 스마트병원을 지향하는 병원이 있다면 한 번에 모든 것을 적용하려고 하지 말고 캠페인, 시범사업 등을 우선 도입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준 후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어가야 한다. 스마트 솔루션을 도입했다고 해서 저절로 안착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 스마트병원을 통해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이 돼야 하나?

스마트 솔루션의 혁신만으로는 부족하다. 병원의 혁신 즉, 프로세스의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솔루션이 건물이면 건물끼리 연결해주는 통로가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프로세스다. 한자 경험의 혁신을 예로 들고 싶다. 병실 침대에 모니터를 하나 달아 놓은 것이 스마트병원이 아니다. 단순히 스마트폰 화면을 크게 보는 용도로 남으면 안 된다. 그 모니터를 통해 회진 때 아니면 평소 자주 만날 수 없었던 의사를 만날 기회가 생기고 환자가 불편한 점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그것이 혁신이고 스마트다. 환자의 요구는 계속 바뀌는데 병원 공간과 그 안에서 일하는 의료진도 변화해야 한다.

■ 그렇다면 앞으로 스마트병원 환경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환자 한 명을 통해 제공되는 데이터는 엄청나게 많다. 단순히 혈압, 맥박, 피검사, 산소포화도만 환자의 데이터가 아니다. 사람 몸에는 셀 수 없을 만큼의 데이터가 생성되는데 우리가 사용하는 것은 백만분의 일도 안 된다. 개인적으로 스마트병원이라고 한다면 평소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초 단위로 뽑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스마트해질 필요가 없고 스마트하다고 부를 수도 없다. 이렇게 습득한 데이터로 스마트병원은 환자를 더 잘 이해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의료진은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를 위해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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