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스마트병원으로 다가서다
상태바
[창간특집] 스마트병원으로 다가서다
  • 병원신문
  • 승인 2022.04.18 06: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병원신문 창간 36주년 특집…박도중 서울대학교병원 의료혁신실장
의료현장에서 다양한 혁신 진료체계 최적화된 방향으로 정착 유도
새로운 기술발전의 가치판단 토대 마련 및 장기적인 방향성 제시

■ 스마트병원의 필요성

우리는 아프거나 의료적 지원이 필요하면 직접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나고 약을 처방받는 것을 당연시한다. 이 모든 과정이 온라인으로도 가능하다는 생각은 쉽게 떠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 우리나라 의료와 정보통신기술이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하면서 이 두 영역을 융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격리환자가 늘어나고, 병원 방문이 어려워지자 정부는 한시적으로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게 됐고 예약이 증가했다.

비대면 진료 외에도 우리는 여러 분야에서 의료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일례로 다양한 스마트 헬스케어 기기의 발달이 있다. 그 덕분에 자동으로 심장 건강을 체크하고 혈당을 측정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만성질환에 대한 새로운 관리법이 제시될 수 있었다. 의료현장에서도 환자와 의료진 간의 새로운 소통 방법이 마련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또한 국가중앙병원으로서 단순한 신기술 도입을 넘어 기존 의료현장에 신기술이 융합될 수 있도록 다양한 혁신 진료체계를 도입 운용 중이다. 신기술이 의료현장에서 최적화된 방향으로 정착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 서울대병원 비대면 진료

일반 환자가 체감하는 진료란, 단순히 의료진을 만나서 진료를 받는 행위에 그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의료진과 직원이 검사예약, 다음 외래방문 예약 및 수납 등의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복잡한 진료절차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하기 위해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은 병원의 전자의무기록(EMR)과 연동된 ‘온라인 대면상담 시스템’을 공동으로 도입해 운영 중이다. 이 시스템을 적용하면 진료 전 환자확인부터 진료 후 재진, 검사예약까지 모두 진행할 수 있다.

그 밖에도 다양한 장점이 있다. 추가 프로그램 없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성돼 의료진이 의무기록을 이중으로 작성할 필요가 없고, 영상통화 내역 또한 모두 병원 내 서버에 저장돼 의무기록과 연결할 수 있다. 시스템 상에 간호사 모듈과 의사 모듈을 구분했기 때문에 의료진의 진료 집중도를 높인다는 장점도 있다.

환자의 입장에서도 편리하다. 수납이 서울대병원 모바일 앱 또는 사전에 등록된 결제수단으로 자동 진행되고, 처방전은 환자가 출력 페이지에서 직접 출력하거나 약국으로 바로 전송할 수 있다. 즉,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환자가 병원 방문 없이 모든 진료절차를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입원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제한 중인 중환자실 면회를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것은 물론 여러 진료과 협진, 의료진과 보호자 간 환자 상태 및 치료 계획 설명, 동의서 내용 설명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비대면 의료 시스템의 도입은 꾸준히 진행해 왔던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바탕으로 실현됐다. 서울대병원은 그간 산간의 무의촌 및 교정시설 수감자 등 다양한 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면서 시스템을 정비해 왔다. 이 과정에서 가장 필요성을 느낀 부분이 병원 EMR 시스템과 비대면 의료 시스템의 연동이었다.

지금까지는 감염병 확산에 따른 민간 비대면 진료 시스템 마련에 집중했다면, 장기적으로는 임상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비대면 진료 정착에 중요한 사안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은 그 표준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 스마트 병실 시스템 도입

의료진과 간호사가 병실에서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는 매우 다양하다. 기본인 환자 안전부터 동의서 수령, 환자 교육 및 식사·투약 안내까지 매우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업무를 진행한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간호 인력의 업무가 과도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픈 환자를 간호하다 보니, 간호사들은 업무의 과중함이나 번아웃 증상을 느껴도 이를 호소하기 어려운 편이다.

서울대병원에서는 환자 중심 병원 구현 및 의료진의 단순 업무 감소를 위해 스마트병실 시스템을 시범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 병실에는 환자용 스마트 모니터가 있고, 병실 입구 및 병상 앞에는 디지털 사이니지가 설치됐다. 간호사실에도 병실 상황을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대시보드가 마련됐다.

병상마다 설치된 스마트 모니터는 환자에게 입원 생활 및 일정 안내, 맞춤형 건강정보, 검사·수술 일정과 결과를 제공한다. 또한 화면 터치를 통해 의료진을 직접 부르지 않고도 수액 교체, 진통제, 화장실 보조 및 증명서 신청 등을 간편하게 할 수 있다.

또한 병실·병동 사이니지에는 입원 환자의 정보 외에도 감염 위험, 낙상 주의 환자 및 알레르기 환자 등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면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정보를 표시했다. 이로써 의료진이 환자를 대할 때 주의해야 하는 사항을 언제나 숙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추후 스마트 병실에 비대면 회진·상담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환자와 의료진 간 소통 채널을 강화하고, 의료진은 환자 대면에 따른 감염 노출 위험을 피하고 필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진료환경을 구축하고자 한다.

■ 재택관리 활성화와 의료전달체계 강화

환자가 언제까지 상급종합병원에 있을 수는 없다. 입원 환자에게는 언젠가 퇴원 후 재택에서 요양하는 시기가 찾아오게 된다. 그런데 재택 요양 환자 중에 장루환자 같은 일부는 지속적인 교육과 관리가 필요하다. 어떤 경우에는 환자와 가족들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재택 요양 환자의 경우,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스마트 헬스케어 기기와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모바일 앱이 필요하며 서울대병원은 이미 가정간호사업, 온라인 대면상담 및 모바일 앱을 모두 시행하거나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수단을 통해 환자와 의료진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를 진행하더라도 서울대병원이 모든 재택 요양 환자의 진료와 치료를 진행할 수는 없다. 원거리에 거주하고 있는 환자는 가까운 1, 2차 병원에서 관리하는 것이 환자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며 정부의 의료전달체계에서도 권장하는 모습이다. 이런 경우 서울대병원이 맺고 있는 전국의 약 3,200여 개의 협력 병·의원과의 비대면 협진을 통해 환자가 믿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 의료현장을 고려하는 스마트병원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의료 4차산업은 연구, 맞춤형 진료 및 디지털 기기 등 새로운 치료법과 의료데이터의 수집 및 재구축을 중점적으로 성장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신기술은 가치중립적이고 선과 악을 스스로 판단할 수는 없다.

서울대병원은 신기술이 우리 대한민국의 의료환경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의료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방식으로 도입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새로운 기술발전의 가치판단 토대를 마련하고, 대한민국의 의료서비스가 장기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