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소감] 제 옆엔 코로나 파도 가로막은 동료 있어
상태바
[수상소감] 제 옆엔 코로나 파도 가로막은 동료 있어
  • 병원신문
  • 승인 2022.04.22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12회 종근당 존경받는 병원인상 수상자
유은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간호파트장

제게 너무나도 영광스러운 수상의 기회를 주신 많은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20년 1월 우리나라 코로나19 첫 환자 소식을 접하면서 ‘설마 우리 병원까지 오겠나...’ 반신반의했고, 혹시 모를 환자발생을 대비하는 시설과 의료장비를 준비하며 2월을 맞이했습니다. 우려는 현실로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2월 29일 세브란스병원에 코로나19 중증 확진환자가 처음으로 입원하면서 기나긴 26개월이 시작됐고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세브란스병원 감염관리 전문병동이라는 숙명을 안고 38명의 간호사들은 한쪽에서는 코로나19 감염환자를, 다른 한쪽에서는 각종 격리환자를 간호했고 넘나드는 환자 수에 일희일비하며 3개월을 지냈습니다.

메르스가 그랬듯이 환자 수가 감소하고 어느 순간 코로나19 입원환자가 모두 퇴원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일상 병동으로 전환하려고 준비하던 차에 다시 찬바람이 불고 환자가 급증하는 가을과 겨울을 지나더니 이젠 그 계절도 어느덧 세 번째 봄을 맞이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코로나 병동도 1개 층으로는 부족해 2개 층으로, 다시 3개 층으로 확장했고, 38명의 간호인력으로는 코로나 병동 운영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인력증원과 원내 지원(파견)으로 현재는 190여명의 간호사가 98명의 코로나 중증환자를 간호하고 있습니다.

전공의로 환자치료에 참여했던 한 의사 선생님이 지금은 군의관으로 파견 나와서 코로나 중환자실에서 환자치료에 참여하고 있고, 감염내과 펠로우로 코로나를 함께 시작했던 의사 선생님은 타병원 코로나 전담 주치의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경험한 기간은 좌절과 인고의 시간이기도 했고 간절함과 희망의 시간이었습니다. 누군가는 병원에 입사한 후 쉼없이 코로나 환자만 담당하는 간호사가 되었고, 누군가는 학생 때 그렇게도 희망했던 중환자실 근무를 그것도 병동에 발령받아 한없이 고민하고 낙담하던 그 시기에 중환자 간호의 기회가 주어졌고, 해외파견 봉사를 희망하던 간호사는 굳이 해외로 갈 필요가 없다며 병원 내 파견을 자원했고,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까지 신종감염병을 두 차례나 현장에서 직면한 간호사도 있습니다.

누구도 여기까지 오리라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도 어려운 지금, 그래도 작은 희망 하나는 기나긴 터널 끝에는 출구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당장은 어렵고 힘들지만, 왠지 터널을 80% 이상 지나온 느낌이 들어서 다행입니다.

돌아보면 감사할 분들이 너무 많이 계십니다. 의료원장님, 세브란스병원장님, 간호부원장님, 간호국장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무엇보다 시작부터 함께 하고 계신 감염내과 교수님들께 또한 감사드립니다. 묵묵히 함께 자리를 지켜주셨기에 간호사도 병동을 지켜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뒤늦게 합류했지만 200% 역량을 발휘하고 계신 간호팀장님께도 무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나의 소중한 세브란스병원 감염전문병동 원조(?)간호사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찐한 사랑을 듬뿍 담아 드립니다.

누군가는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어떻게 거기서 근무할 수 있냐?’고 물으십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었고, 3개월이 지날 때는 끝나가는 느낌이었고, 8개월째에는 ‘어랏’하며 지나갔고, 10개월째에는 정신없이 일하느라 고민할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1년이 지나면서 반복되는 1년이 펼쳐지고 있었고, 제 옆에는 일상의 지침과 회복의 파도 속에서 저와 함께 파도를 달래며 꿋꿋하게 서 있는 서핑전사, 간호사들이 있었습니다. 힘들다고 투정도 부리고, 감사하다며 애교 섞인 말도 해주고, 그만두고 싶다며 폭탄선언도 했던, 그럼에도 지금까지 제 옆을 든든히 지켜주고 있는 나의 33병동 간호사들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 누구보다도 여러분은 우리 세브란스의 자랑입니다. 이 상은 여러분을 대신해 제가 대표로 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