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품질을 타협하면 다른 방법은 없다
상태바
의료품질을 타협하면 다른 방법은 없다
  • 병원신문
  • 승인 2022.03.28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개성 엘리오 앤 컴퍼니 대표…병원경영의 실전 전략(3)
불편해도 대학병원 찾는 것은 의료품질에 대한 산회에 기인
전문화 성공 위해선 협력 이끌 리더십과 의료품질 제고 필요

■ 경영은 업(業)의 본질에 대한 도전

병원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서비스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왔다. 의료기술이 평준화되고, 환자들이 의료품질을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서비스 수준에 따라 병원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이 말이 서비스가 의료성과보다 더 중요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오랜 기간 수행한 많은 설문에서 환자들이 병원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보다도 서비스가 아니라 치료의 전문성과 의료품질이었다. 전문병원이나 중소병원보다 불편함에도 대학병원을 선택하는 것도 의료품질에 대한 신뢰에 기인한다. 과거에는 병원이 크면 전문성이 있다고 믿었지만, 최근 10여 년 동안은 진료분야의 전문성과 품질에 대한 정보를 찾아 선택한다.

전문병원들이 꾸준히 호시절을 누렸던 이유다. 분야별 전문병원들의 의료진 수가 대학병원 동일 진료과의 의료진 수보다 더 많고, 전문분야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 그리고 시스템을 더 잘 갖춘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기에 옆에 대학병원을 두고도 전문병원을 선택하기도 한다. 잘 나가는 중소병원의 특징 중 하나도 특별히 잘하는 영역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적 목적으로 의료전달체계의 필요성이 강조되곤 하지만, 환자들은 이런 체계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불편함이 없고 최고의 품질을 제공해줄 의사나 병원을 선택하려 한다. 또 일부의 중증질환을 제외하면 같은 질환에 대해서는 중소병원이냐 대학병원이냐에 따라 의료품질이 달라야 할 이유도 크게 없다.

시설이나 장비 또는 교육의 기회 등에 있어 과거처럼 대학병원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체급별 경쟁이 아니라 천하장사급 경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규모가 큰 대학병원이 전문병원이나 중소병원보다 서비스의 질이 나쁠 수밖에 없다는 변명이나, 전문병원이나 중소병원이 대학병원보다 의료의 질이 조금 미흡할 수도 있다는 위안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미 모든 병원이 규모와 관계없이 동일 진료과와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전문화를 할 때, 체급별 주의사항

전문화를 추진할 때도 대학병원, 전문병원, 종합병원인 중소병원에 따라 유의해야 할 점이 다르다. 대학병원은 모든 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특정 진료과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거나 이런저런 반발로 인해 전문화를 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전문화를 위해서 먼저 의료진이 납득할 수 있는 분석방법과 구체적인 통계 그리고 설문을 통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영역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발적인 혁신의지가 있는 진료과인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좋은 여건을 만들어주어도 진료과 내부의 리더십과 동력이 없는 경우에는 성공확률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미 대학병원 중에는 특정 중증질환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곳이 있고, 다른 대학병원과의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타 대학병원에서 의뢰하는 비중이 높은 병원(4차 병원)이 될 수 있는 분야에서 차별화된 진료역량을 갖춘 대학병원이 미래의 승자가 될 것이다.

전문병원은 대부분 100병상 미만의 규모이지만, 전문화 추세에 발 빠르게 대응하여 급성장한 병원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일정규모가 되어 브랜드가 생기고 어느 정도 이상의 수익성이 창출되면, 오히려 과감한 투자를 하지 않고 현상유지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 결과 성장이 정체되면서 모든 부분이 빠른 시일 내에 퇴보하게 된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전문화된 영역과 연계가 높은 진료 분야를 보강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야 한다. 이때 새롭게 추진하는 진료분야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손실을 기꺼이 감내해야 한다. 전문병원들이 브랜드가 성장하고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기 전까지 매출은 올라가지만, 이익률이 떨어진다. 하지만 이익의 규모는 정체되었다가 빠른 속도로 커지는 시기가 오기 때문에 이를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2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인 중소병원들은 전문화된 분야를 확보한 경우가 많지 않다. 중소병원 특성상 전문의가 1, 2명 있는 진료과가 다수이기 때문에 전문화를 하고 싶어도 적정 규모가 되지 않는다. 특정 분야를 강화하려고 해도 의료진을 뽑기도 쉽지 않고 뽑아도 규모에 걸맞은 환자가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 하는 마음에 추진을 꺼려한다. 1인 진료과를 과감히 없애고, 주변의 의원과 협력을 하는 방식을 취하는 등 전문화 전략을 짜고, 일시적으로 수업료를 지불하더라도 과감히 시도해야 한다.

■ 전문화의 필수조건은 의료진 적정 규모를 갖추는 것

전문화하고자 하는 영역에 속한 의료진의 수를 일정 규모 이상 갖추는 것은 필수조건이다. 진료과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의료진이 4명 미만이면 학회, 휴가는 물론 1, 2명의 이탈이 발생해도 안정된 진료를 할 수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야간당직을 비롯하여 세부 전공 활용, 컨퍼런스 활성화 등이 어렵다.

의료진의 규모를 갖춤에 있어서 전통적인 진료과로 접근하는 공급자 위주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질환과 장기 중심으로 사고를 전환하면 길이 있다. 진료과에 소속된 전문의는 소수였지만 해당 질환이나 장기의 관점에서 보니 관련된 전문의 인원이 상당한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뇌’로 전문화한 A병원 사례이다. 신경외과, 신경과 등 진료과별로는 전문의가 1인이거나 소수였지만 ‘뇌’ 관련 진료과의 의료진을 종합하다보니 전문화하기 충분한 규모가 나왔다. 그래서 ‘센터’라는 작은 단위가 아닌 ‘병원’이라고 큰 단위로 묶을 수도 있었다. 또 외부에서 인지할 수 있도록 독립된 진료공간을 최대한 확보하였고 기존 병원 출입구에서 ‘뇌병원’만의 출입구를 별도로 설치했다.

환자 뿐만 아니라 병원을 방문하는 방문객, 지역주민들도 ‘뇌병원’이라는 단어를 익숙하게 사용하게 되었고 전문화에 대한 인지도도 동반 상승하였다. 그 결과 코로나와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년과 대비하여 외래환자는 10% 이상, 진료수익은 40% 이상 상승하였고 추가적인 전문의 영입과 장비‧시설 확충을 통해 다음 도약의 기회를 만들었다.

■ 전문화의 충분조건은 센터장의 리더십과 제도적 지원

특정분야의 의료진을 영입하여 규모를 갖추고 장비를 투자했음에도 성과가 별로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화가 성공하려면, 의료진에 있어 규모의 경제를 갖추는 것 이외에 협력적 분위기를 이끌 리더십과 의료품질을 높일 수 있는 제도를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만 의료품질과 서비스를 동시에 제고하고, 차별화된 진료분야를 꾸준히 알리는 노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 중소병원이었던 B병원은 관절과 척추분야의 전문화를 추진하였다. 과감하게 의료진을 영입했는데, 기존 의료진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먼저 인력 충원에 따라 성과가 일시적으로 하락하여 보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했다. 또한 세부전공에 대한 갈등, 진료 스타일의 차이 등으로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의사를 센터장으로 임명하고, 컨퍼런스는 물론 골프 회동 등 비공식 모임을 통해 화합적 분위기를 만들고, 역할 분담을 하게 했다. 병원에서는 인원 충원으로 인한 일시적인 성과하락이 보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고, 집단성과급(Collective Incentive System)도 도입하여 팀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전문의 간의 진료패턴을 논의하는 컨퍼런스에서 의료진들은 자신만의 진료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매우 상이한 처방을 내리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에 적정진료를 위해 진료방식을 혁신하기로 했다. 선도 대학병원과 주변 병원의 전문의별 진료 기준과 진료패턴을 분석한 정보를 의료진에게 제공하고 표준 지침 및 표준 진료패턴과 새로운 프로세스(Critical Pathway)를 구축했다.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정보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과정을 통해 비교병원 대비 과잉 투약을 억제하고 표준 진료패턴을 공유하는 등 의료품질이 상승했고 적정성 평가 대비도 할 수 있었다. 또한 고객편의를 향상시키기 위해 사전 예약을 확대하고 문진을 지원하기 위한 정보시스템 등을 도입하였다. 그 결과 고객들의 대기시간은 줄고 주요 장비의 가동률을 상승했다.

힘들게 과감한 투자를 했음에도 지역주민과 내원환자, 구성원에게 설문조사를 하면 전문화 분야를 잘 모르거나 다른 분야보다 추천도가 낮게 나온 적이 적지 않다. 이는 성공확률을 현저히 낮추는 징후이다. 전문화를 진행하면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별화 노력과 성과를 다양한 방식으로 반복해서 안팎으로 알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홍보와 관련해서는 다른 회차에서 좀 더 자세히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 우리병원의 전문화는 잘 되고 있는가?

병원이 많아질수록, 병원과 의사에 대한 정보가 더 많이 제공될수록, 환자의 소득이 올라갈수록 전문화가 잘 된 병원과 그렇지 않은 병원의 경영성과는 더욱 큰 격차가 벌어질 것이다.

현재 우리병원의 전문화 수준을 평가해보자. 환자들이 전문화된 분야를 찾아서 오는 비중이 몇 %인가, 우리 병원에 컨퍼런스를 상시적으로 하는 진료과가 있는가, 우리 병원의 의사는 자신의 부모님을 동료 의사에게 진료를 맡기는가, 주변의 대학병원보다 나은 진료과가 있는가에 대해서 구성원들은 어떤 답을 할 것인가를 판단해보면 된다.

<병원경영의 실전 전략 글 싣는 순서>

프롤로그: 실패한 혁신도 큰 자산
1회: 변화는 ‘비전을 공감하는 것'부터
2회: 리더십의 확장, 내가 아니어도 더 잘 할 수 있다.
3회: 의료품질을 타협하면 다른 방법은 없다.
4회: 누구나 명의의 가능성은 있다.
5회: 만족은 또다른 환자를 부른다.
6회: 홍보는 전방위로 해야 한다.
7회: 비용 절감은 진료수익의 20배의 효과가 있다.
8회: 윙맨 능력의 합이 경영자의 능력이다.
9회: 간호부가 밝아야 병원도 밝다.
10회: 환자의 집보다는 쾌적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