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약 갈등, ‘고시가제’가 해법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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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약 갈등, ‘고시가제’가 해법일수도
  • 병원신문
  • 승인 2022.03.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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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이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의·약계 간의 갈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약계가 성분명 처방을 들고 나올 때마다 의료계는 의약품의 조제 장소와 주체를 환자들이 고르게 하는 선택분업으로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양상은 의약분업 시행 초기부터 되풀이돼 지금은 아예 패턴처럼 굳어져 버렸다.

특히 최근에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자 환자들의 처방약 조제불편을 내세운 약계의 성분명 처방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비대면진료로 처방약을 모두 갖춰놓기 힘든 동네약국에서 조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가 처방한 성분 대신 같은 성분의 의약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 성분명 처방으로 바뀌게 되면 의약품 시장의 주도권이 의사에서 약사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복제약값이 높게 책정되는 상황에서는 의약품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직능 간의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의약분업 시행 초기, 행정지도선이라는 이름으로 24.17%의 약가마진을 인정해 주던 고시가제도가 약가마진이 없어진 실거래가제도로 바뀐 대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진찰료가 대폭 인상되면서 의사들의 개원‘붐’이 일어나 병원급 의료기관의 의사 인력난이 극심해졌고 약가마진이 사라져 오리지널약 처방이 급증했던 상황이 있었다. 의료제도 변화와 의료시장의 상관관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선택분업은 2010년 후반, 병원계가 고심 끝에 전국민서명운동을 벌여가며 제시했던 의약분업 개선방안이다. 당시 전국 병원에서 몇 달에 걸쳐 2백만 명이 넘는 병원 내방객의 서명을 받아 국회와 보건복지부 등 관계요로에 제출했지만, 사회적인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묻혀 버린 적이 있다.

병원계가 의약분업 시행과정에서 환자불편을 고려해 환자들이 조제 장소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분업을 검토하자고 제안했을 때, 의약분업은 원래 약을 사기 불편하게 해 약의 오남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던 이해당사자들이 이제와서 환자불편을 걱정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다.

의약품 시장은 의약사 간 주도권 다툼의 장이 돼서는 안 된다. 지금과 같은 약가제도하에서는 의약분업의 형태가 어떻게 바뀌든 이해당사자들의 갈등을 해소하기는 어렵다. 차라리 고시가제도로 되돌아가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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