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특례법 제정된다면?…의사·환자 모두 ‘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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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특례법 제정된다면?…의사·환자 모두 ‘윈윈’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2.02.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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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영 의원,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성 위한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토론회 개최
법조계, 배상책임보험 가입률 높여 당사자 간 갈등 원만하게 해결하는 시발점
의료계, 대한민국 의료시스템 업그레이드하는 ‘게임 체인저’ 역할 하게 될 것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서 의료인의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가칭)의료분쟁특례법’이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성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데 중지가 모이고 있다.

단순히 의사의 형사책임을 면책시키기 위한 법률이 아니라 의사와 환자 간 발생하는 의료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기에 양 당사자 모두 윈윈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월 22일 대한의사협회 용산임시회관에서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토론회’를 개최하고 그 필요성을 논의했다.

의료사고는 발생 시 보건의료인과 환자측의 대립과 갈등, 사회적 비용 등으로 양측 모두 부담이 컸다.

이에 오랜 논의를 거쳐 지난 2011년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신속·공정하게 구제하기 위한 목적의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바 있다.

하지만 의료분쟁조정 제도가 시행된지 10년이 지났음에도 환자와 의료기관, 의료인 등 이해당사자들 간 갈등과 의료중재원의 조정·감정에 대한 불만은 여전하다.

특히 의료사고를 이유로 담당 의료진이 법정구속되거나 실형을 선고받는 일이 잇따르며 의료분쟁조정 제도에 대한 의료진들의 불만이 크며, 과실에 의한 의료사소를 이유로 민사책임을 넘어 형사처벌까지 부담시키는 것은 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날 토론회도 이 같은 문제점을 되짚으면서 문제의식과 해법을 찾고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의 당위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발제에 나선 이준석 변호사(법무법인 담헌)는 모든 의사가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해 진료하지만, 의사는 전지전능한 무결점의 신이 아니라 본의아니게 실수를 할 수 있는 인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무리 실력 있고 경험이 많은 의사라 하더라도 능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실수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준석 변호사는 “현재와 같이 나쁜 결과를 이유로 민사책임에 형사처벌까지 하는 추세가 계속된다면 상대적으로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흉부외과, 신경외과 같이 의료사고 위험에 노출되지 쉬운 진료과목 의사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 변호사는 의료분쟁특례법 주요 내용 중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에 가입된 경우 형사처벌에 대한 특례를 규정한 점에 주목했다.

즉, 의사의 배상책임보험 가입 시 업무상과실에 대해 형사처벌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의료분쟁을 형사책임 영역으로까지 확대시키지 않고 민사배상 책임 단계에서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장치인 것.

비슷한 사례로 약 40년 전에 도입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들 수 있는데, 이는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의 신속한 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보험가입 시 형사처벌 특례를 규정하고 있으나, 12대 중과실은 예외적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왼쪽부터)이준석 법무법인 담헌 변호사, 전성훈 대한의사협회 법제이, 
(왼쪽부터)이준석 법무법인 담헌 변호사, 전성훈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 박미라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 

이처럼 의료분쟁특례법의 경우에도 그 주된 목적이 의사의 형사처벌 면책이 아니라 환자가 입은 피해의 신속한 회복을 촉진하는 것이라는 게 이 변호사의 주장이다.

아울러 무면허의료행위를 지시하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는 의료행위는 과실의 정도에 따라 형사처벌이 가능하게 한다면, 의사에게 과도한 혜택을 제공하는 법률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도 이 변호사의 의견이다.

이 변호사는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은 의무가입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는 차량운전자의 보험가입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입률이 낮지만, 만약 형사처벌 특례 조항이 생긴다면 의사의 배상책임보험 가입률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 의사는 본인의 부담이 적기 때문에 보험사를 통한 의료분쟁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보험금을 지급받는 환자는 의사를 상대로 소모적인 소송을 제기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당사자 간 분쟁이 원만하게 해결될 개연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그는 “배상책임보험 가입 시 형사처벌 특례조항은 의사에게 일방적인 혜택을 주기 위한 조항이 결코 아니다”며 “오히려 의사의 가입률을 증가시키고 의료사고로 피해를 입은 환자에게도 법적 분쟁 없이 원만하고 신속히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제공해준다는 측면에서 양 당사자에게 윈윈이 될 수 있는 법률”이라고 역설했다.

이외에도 △의료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불필요한 의료인 전과자 양산 방지 △의료사고 위험이 큰 의료인에 대한 안정적인 진료환경 확보 △의사의 방어진료 감소 및 형사처벌 두려움 없는 소신진료 가능 환경 조성 △환자의 건강권 증진 △의료사고를 빌미로 한 무분별한 고소·고발 방지 등을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의 기대효과로 제시한 이 변호사다.

의료계도 이 변호사의 주장에 적극 동의했다.

전성훈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정 이후 교통사고가 두려워 운전을 못 하는 국민은 거의 없는 것처럼, 의료사고도 국가와 사회가 위험 분산 시스템을 구축하면 양측의 불안감을 상당 수준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전성훈 법제이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사회적인 손실과 문제를 막기 위한 입법일 뿐이지 소수의 운전자를 보호하자는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며 “환자를 국가의 절차적 보호막 안으로 들어오게 유도하고 의사의 방어진료 동기를 제지하는 측면에서 교통사고와 의료사고는 비슷한 성향을 지녔다”고 말했다.

전 이사는 이어 “오히려 공식적으로 신고·접수되지 않고 임의로 해결된 사례를 합하면 교통사고보다 의료사고가 더 많을 수도 있다”며 “환자와 의사 모두 마음 편히 진료받고, 진료할 수 있는 사회를 구현하는 데 있어서 의료분쟁특례법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정부는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고 국회에서 검토할 일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했다.

박미라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법리적인 문제를 고려하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보완사항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서 환자단체뿐만 아니라 일반 의료소비자인 전체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인지 국회에서 다각도로 검토할 것”이라며 “의료분쟁조정 제도의 개정이든, 별도로 법을 제정하든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절차상 맞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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