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코로나 전사다]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은 '동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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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코로나 전사다]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은 '동료'
  • 병원신문
  • 승인 2022.01.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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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감염관리실장
일선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 혀닐적 대안 제시해야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은 '동료'

벌써 한 해가 다 가고 새해가 밝아오려 합니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바쁘게 지내왔던 생활이 벌써 2년이 지나가고 있네요.

2020년부터 제 달력은 멈춰버린 것 같은 느낌입니다. 하루 아침에 급하게 병원을 비우고 코로나19 확진자들을 급하게 입원시키면서 새벽에 퇴근했다 새벽에 출근하는 생활을 하면서도 이 상황이 이리도 오래 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병원 본관 건물로도 모자라 연구동 건물까지 병상으로 개조해 확진자들을 진료했고 병원 내 모든 인력이 코로나19 진료에 투입됐습니다. 이후 확진자가 감소하면서 2020년 6월 15일에는 본관건물에서 일반환자 진료를 시작하게 됐고 2020년 8월 4일 연구동 병동에도 코로나19 환자가 0명이 되면서 감염병 전담병원에서 해제됐습니다.

“이제 코로나19가 끝나는 건가? 평화로운 생활이 이제 시작되겠구나”

하지만 제 바람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제가 너무도 이 역병을 쉽게 봤던 걸까요? 

2020년 8월 29일 대구 내에서 교회 관련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제가 근무하고 있는 대구동산병원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재지정됐습니다. 본관 건물에서의 일반진료는 유지하면서 연구동 병동 건물에서 확진자 진료를 했었기 때문에 병원전체를 코호트 운영했을 때보다 오히려 감염관리의사인 저와 감염관리실 간호사들의 업무는 몇 배로 증가했습니다.

위드코로나 이후 확진자가 연일 증가 추세를 보이던 어느 일요일, 요양보호사가 확진되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황급히 출근해 감염관리실 간호사들과 함께 확진자의 동선을 확인하고 해당 병동 이동제한을 시키는 동시에 노출자 PCR 검사도 진행했습니다.

진단검사의학과에서는 쉴새없이 PCR 검사를 진행하고 그동안 병동간호사들과 함께 환자 및 보호자들께 해당 상황을 설명하고 노출여부를 확인하는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정리된 내용을 다시 관할보건소, 시청과 상의해 접촉자를 분류하고 격리 및 코호트 여부를 판별해 매일 증상과 PCR 추적검사 결과를 모니터링합니다. 어떤 날은 확진자 노출 관련 조사를 하고 있는 와중에 또다른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식을 듣기도 합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감염내과 의사인 제가 하는 업무는 코로나19 환자 진료와 감염관리업무로 나눌 수 있습니다. 흔히들 알고 계시는 전신보호복을 입고 병동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보는 업무 이외에도 원내에 확진자 노출이 있는 경우 원내 동선 추적 및 CCTV 확인 등의 역학조사 업무, 접촉자 관리 및 추적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확진자가 증가 추세에 있을 때면 확진자 진료와 원내 역학조사 업무 둘 다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정된 인력으로 모든 일을 하기에는 여전히 버겁기만 합니다. 전국의 모든 감염내과, 감염관리실 간호사들도 마찬가지 상황일 겁니다.

코로나19라는 이 역병은 어느 한 분야의 의사, 간호사들의 인력만으로는 절대 버텨낼 수 없습니다. 진료뿐만 아니라 원내 확진자 노출과 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에도 감염관리 의사, 감염관리실만의 일이 아니라 병원 전체의 일이라 생각하고 모든 분야의 종사자들이 각자 할 수 있는 분야에서 힘을 합쳐야 합니다. 그래야만이 최전선에서 근무하는 인력들이 지치지 않고 버티고 맞서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힘든 순간이 많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확진자가 몰려들고 환자가 늘어날 때 저희 병원 어느 부서든 도움을 요청하면 흔쾌히 응해줘 그런 곳에서 힘을 얻고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격리병동이나 감염관리실 등 일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의료진은 로봇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사명감으로 버티는 것도 장기화되면 한계가 있기 마련이며 사실 지금도 한계에 다다른 상태에서 쥐어짜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정책 또한 일선 현장의 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이고 현실적으로 대안을 짜줄 수 있어야 지치지 않고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년 이맘때쯤에는 웃으면서 과거를 회상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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